둥가의 두번째 기회, 브라질은 '재선임 마니아'?

김정용 2014. 7. 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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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한국 속담에 충실하다. 지난 10년 동안 세 명의 대표팀 감독이 '구관'이었다.

브라질축구협회가 23일(한국시간) 새 사령탑으로 둥가(50) 감독을 선임했다. 둥가는 선수 시절 1987년부터 1998년까지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1994 미국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리더십을 증명했다.

둥가의 두 번째 브라질 대표팀 취임이다. 둥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을 이끌었다. 2007 코파아메리카와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했지만 가장 기대를 모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8강에 그친 뒤 물러났다. 재임 기간 동안 42승12무6패의 좋은 기록을 남긴 한편 브라질답지 않은 수비 축구를 한다고 비판도 받았다.

브라질은 2000년대 들어 옛 감독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브라질 지휘봉을 잡은 감독 5명 중 3명이 재임한 경우다.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헤이라 감독(1991~1994, 2002~2006)과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2001~2002, 2012~2014)이 둥가에 앞서 재임했다.

파헤이라 감독과 스콜라리 감독은 앞선 대표팀 시기에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브라질은 두 감독을 다시 불러와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파헤이라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8강에 그쳤다. 스콜라리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4강에 그쳤고, 막판 2경기에서 10골을 내주며 망신을 당했다.

브라질은 대표팀 감독을 여러 차례 선임한 경우가 많다. 그 중엔 좋은 결과도 있었다. 아이모레 모레이라 감독(1962 월드컵 우승)과 비센테 페올라 감독(1958 월드컵 우승)은 두 번째 취임 때 월드컵 정상을 밟았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로 재차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낸 경우는 없다. 1970 멕시코월드컵에서 '축구 사상 최고의 팀'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마리우 자갈루 감독은 1990년대에 돌아왔으나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우승에 실패했다. 파헤이라 감독과 스콜라리 감독도 실패했다.

과거의 영광에만 기댄 선임이라면 둥가 감독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을 떠난 4년 동안 감독으로서 그리 성장하지도 못했다. 친정팀 인테르나시오날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10개월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것이 경험의 전부다.

긍정적인 건 둥가 감독의 명성과 카리스마에 무턱대고 의존한 것이 아니라, 지금 브라질에 필요한 인재상에 따라 둥가를 선임했다는 점이다. 둥가 감독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린 더이상 최고가 아니다. 다시 최고가 될 가능성은 있다. 개인보다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겠다"며 브라질 재건을 위해 규율과 균형을 중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에 비해 선수단의 화려함이 떨어진 브라질의 사정에 맞는 이야기다. 둥가의 성공 여부는 옛 경력이 아니라 지금 옳은 판단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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