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고 학생 "재밌는 졸업사진, 정말 안될까요?"

입력 2014. 7. 23. 10:45 수정 2014. 7. 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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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연호 (의정부고등학교 3학년 학생)

어제 인터넷 상에서 최고의 화제가 된 고등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기도에 있는 의정부고등학교인데요. 모의고사 전국 1등을 해서도 아니고, 무슨 사고를 쳐서도 아니고, 기상천외한 요절복통 졸업사진 덕분입니다. 졸업앨범에 실리는 사진을 찍는데 단정하게 교복 차려입고 살짝 미소를 띄우고 찍는 게 아니라 마릴린 먼로부터 박찬호, 스티브 잡스, 클라라, 추사랑, 심지어 고승덕 씨 분장까지 하고 사진을 찍었답니다. 이게 전통이라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 학생들 중에 한 명 직접 만나보죠. 의정부고등학교 3학년 최연호 군. 연결이 돼 있습니다. 연호 군, 안녕하세요?

◆ 최연호 >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 어제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 졸업사진이 하루 종일 검색어 1위 한 건 알고 있죠?

◆ 최연호 > 아,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요. (웃음)

◇ 김현정 > (웃음) 연호 군은 무슨 분장하고 찍었어요?

◆ 최연호 > 저는 마릴린 먼로 분장을 했습니다.

◇ 김현정 > 그러면 그 마릴린 먼로 특유의 하얀 원피스, 훅 파진 원피스 입고 찍은 거예요, 볼에 점 찍고?

◆ 최연호 > 네.

◇ 김현정 > 왜 마릴린 먼로를 골랐어요?

◆ 최연호 > 그냥 인터넷 찾아보니까 아직까지 어느 학교도 마릴린 먼로는 없더라고요.

◇ 김현정 > 친구들 반응은 어땠어요?

◆ 최연호 > 아침부터 그렇게 입고 있으니까 '더럽다'부터 해서...(웃음)

◇ 김현정 > 학생들 사이에 제일 인기가 좋았던 캐릭터는 뭡니까?

◆ 최연호 > 역시 추사랑과 고승덕씨 였죠.

◇ 김현정 > 고승덕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 패러디는 저도 보고 많이 웃었어요.

◆ 최연호 > 그 친구 같은 경우는 저랑 같은 학생회인데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네요.

◇ 김현정 > 그러니까 고승덕 후보가 선거 당시에 '딸아, 미안하다' 외쳤잖아요. 그 표정과 그 제스처를 그대로 '친구들아, 웃겨서 미안하다' 이런 포즈로... (웃음) 이건 연습을 하는 거예요, 표정과 제스처까지?

◆ 최연호 > 서로 마지막으로 마무리하고 모니터링 하죠. 서로 카톡으로 사진 보내주면서 '"나 어떠냐?" "좀 더 칠해라" 이런 식으로...

◇ 김현정 > 여장한 친구 있으면 립스틱 더 진하게 빨갛게 칠해라?

◆ 최연호 > 네, 저 같은 경우도 마릴린 먼로는 점이 좀더 두꺼워야 된다, 이런 식으로.

◇ 김현정 > (웃음) 재미있네요. 여러분들 보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분장이 장난이 아니에요. 어설픈 게 아니고 아주 수준급이더라고요. 그 옷 같은 건 다 어디서 준비하는 거예요?

◆ 최연호 > 가장 힘들게 준비했던 친구는 서울 동대문까지 가서 직접 돌아다니면서 자기한테 맞는 걸 공수를 하고요.

◇ 김현정 > 이게 하루, 이틀 만에 준비되는 게 아니네요?

◆ 최연호 > 네, 작년 선배들이 졸업사진 촬영을 마칠 때부터 바로 2학년 학생들 머릿속에 들어와 있죠. '아, 내년에는 내 차례다' 이런 식으로.

◇ 김현정 > 1년을 준비하는 겁니까, 그러면?

◆ 최연호 > 네, 1년 준비합니다.

◇ 김현정 > 세상에... 그렇군요. 이게 보통 공들인 작품들이 아니라는 걸 저도 사진 보면서 느낄 수가 있었는데. 이렇게 촬영 끝나고 나면 분식집 가서 같이 뒤풀이도 하고 그래요?

◆ 최연호 > 아니요. 그냥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 김현정 > 일상으로 바로? 왜 일상으로 바로 돌아와요, 재미있는 분위기로 뭔가 더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최연호 > 다들 학원 스케줄이 잡혀 있거든요. 이게 축제가 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졸업사진 찍는 것뿐인데 좀 특별하게 찍을 뿐이고 그냥 다시 다 학원으로 가죠.

◇ 김현정 > 다시 다 학원으로. 다시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바로 돌아오는 거네요?

◆ 최연호 > 네, 바로 돌아오죠.

◇ 김현정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시절의 최고의 추억이 되는 건 사실이고요?

◆ 최연호 > 네.

◇ 김현정 > 이게 언제부터 이 학교가 이렇게 졸업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까?

◆ 최연호 > 5년 전인가로 들었거든요. 그때 교복을 뒤집어 입는다든지, 팔을 6개 달아 찍는다든지 이런 식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 김현정 > 그렇게 한두 명이 하던 것이 '어, 이거 재미있네', '추억이 되네' 이러면서 점점 진화한 거예요?

◆ 최연호 > 네.

◇ 김현정 > 그래요. 그렇게 알콩달콩 추억을 만들어가면서 어제 졸업사진을 찍었는데.... 그런데 교감선생님께서 반대를 하고 나서셨다구요?

◆ 최연호 > 좀 많이 화가 나셨더라고요. 저희도 예측하진 못했는데 갑자기 저희들한테 '그러지 마라, 일반 학생 옷을 입고 찍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 왜 반대하셨다고 설명 하세요?

◆ 최연호 > 자세한 설명은 안 해 주셨는데 '학교 이미지 상 좋지 않다, 또 동문들이나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 김현정 > 왜 올해 우리만 막으시는가 학생들로서는 좀 서운한 게 있는 거군요?

◆ 최연호 > 네. 많이 있었죠.

◇ 김현정 > 어른들 걱정도 이해가 아주 안 가는 건 아니에요. 분장에 너무 공들이니까 '얘네들이 공부는 언제 하는 건가', 게다가 너무 웃음거리 될까 봐, 우리 제자들이. 이런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는 되는데...그런데 지금 학생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면서요? 나오신 김에 교감선생님께 한말씀 잘 좀 설득을 해 볼수 있겠어요, 연호 군?

◆ 최연호 > 교감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어제 졸업사진을 막 찍고 온 최연호 학생입니다.

◇ 김현정 > 마릴린 먼로 최연호입니다. (웃음)

◆ 최연호 > 네, 마릴린 먼로 최연호 학생입니다. 제가 그렇게 선정적이었나요, 선생님? 교감선생님, 저희 이렇게 찍는 게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저희가 이걸 한다고 갑자기 공부를 손 놓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학교 또는 다른 분들께서도 '얘네는 공부도 잘하면서 놀기도 잘 노네'라는 아주 좋은 말씀도 해 주시는데, 선생님들도 저희 되게 좋게 보고 계시는데 저희 좀 도와주세요. 한번 인터넷에 뜨고 싶습니다. (웃음) 이런 사진 찍는 게 오히려 더 단합, 이런 면에서는 아주 좋고요. 찍고 나면 공부가 더 잘된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이.

◇ 김현정 > 오히려 스트레스를 한번 풀고 나니까 그런가요?

◆ 최연호 > 네, 후련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아, 드디어 찍었다'라는 마인드로 이제 공부해야겠다라고 많이 하는데. 그래도 이 졸업사진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 찍고 나서는 바로 학원 가서 공부하는데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된다?

◆ 최연호 > 네, 오히려 후련하다.

◇ 김현정 >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 고3 학생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잖아요. 공부, 공부, 공부의 연속인데 이런 추억 하나쯤 갖는 것 저는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 최연호 > 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 그래요, 그래요. 그럼 이번 졸업사진은 이 분장 그대로 나갈 수 있는 겁니까, 아직은 모르는 겁니까?

◆ 최연호 > 아직은 모르겠어요. 저희가 얘기를 들은 게 없어서... 선생님들께서 어떻게 해서든 그대로 내보내려고 노력은 하겠다고 하셨거든요.

◇ 김현정 > 선생님들께서?

◆ 최연호 > 아직은 기다려 봐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 그 기발한 아이디어, 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언제까지나 잃지 마시고요. 그 열정으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하고 싶은 일 꼭 이뤄내시기를 바랍니다.

◆ 최연호 >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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