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꼼수도 물리친 류현진의 견고함

스페셜 입력 2014. 7. 23. 10:43 수정 2014. 7. 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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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어제(현지시간 21일) 경기가 무척 신경 쓰였다. 다저스 전이기 때문이다. NL 중부지구에서 잘 나가고 있는 피츠버그는 이번 가을 야구 때 만날 지도 모를 가상의 팀을 상대로 기죽기 싫었다. 더군다나 그 팀에서 선발로 내보낸 류현진은 계속 애를 먹인 투수다. 이제까지 두 번 붙어서, 그 때마다 깨졌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파이어리츠 전 통산 성적은 2승, ERA 2.92.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커쇼나 그레인키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못 이기겠는 투수라 더 약이 오른다. 그래서 몇가지 꼼수를 준비했다.

▶ 첫번째 꼼수 - 타임 부르기

투수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던지려고 하는데 스톱 시키는 거다. 뭐, 부상 위험이 어쩌구 하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김이 새기 때문이다. 한참 집중력 모아서 회심의 1구를 뿌리려고 하는 데, 타자가 '타임'을 외치면 얼마나 맥이 빠지겠는가.

1회 첫 타자 조시 해리슨 때부터 시작됐다. 볼카운트 1-1. 그러니까 류현진이 등판해서 막 세번째 공을 던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해리슨이 '타임, 타임'을 외치며 타석을 벗어난다. 구심도 자리를 벗어나며 경기 중단을 선언한다. 와인드업을 하려던 류현진은 발을 풀고, 마운드를 걸어내려 온다. 아마 '무슨 저런 경우 없는…'이라는 생각을 했을 지 모른다.

그렇지 않은가. 무슨 신새벽부터 타임을 부르냐는 말이다. 1회 시작하고 얼마나 됐다고, 첫 타자부터….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눈 앞에 하루살이가 날아다녔는지, 호흡이 안 맞았는지,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때부터 드디어 불손한 의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2번 스탈링 마테도 똑같은 김빼기를 했기 때문이다. 마테는 2구째를 맞이하기 직전에 손을 들고 타임을 불렀다. 다시 한번 경기 중단. '이것들이 일부러 그러는구나.' 심증이 생겼다.

3번 앤드류 매커친은 별 일 없이 그냥 넘어갔다. 아마 자존심이리라. '그래도 팀의 간판인데, 모양 빠지게. 나마저 그럴 수는 없지…' 하는. 그런데 이닝을 넘어가서도 이 꼼수는 이어졌다. 4번 가비 산체스는 2회말 공격 첫 타자였다. 그런데 첫번째 공을 던지려고 하는 찰라, 또다시 '타임'을 외치고 타석에서 빠졌다. 명백했다. 이건 의도된 수작이었다.

▶ 두번째 꼼수 - 가짜 번트

투수들이 또하나 싫어하는 것. 기습 번트다. 빠른 타자가 대고 뛰면 그걸 잡기 위해 한바탕 허둥대야 한다. 특히 류현진 같이 몸이 큰 선수들에게는 더 그렇다. 급하게 수비하다가 잘못되면 발목, 무릎, 허리에 무리가 갈 위험성도 있다.

그런 약점을 노리고 파이어리츠 타자들은 초반에 몇 번 이런 시도를 했다. 1회 2번 타자 마테가 초구에 번트 대는 척 하고 배트를 뺐다. 차라리 번트를 댔으면 괜찮다. 기분 나쁜 것은 그런 모션만 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투수는 번트 동작만 보고도 어차피 스타트를 해야 한다. 이런 동작은 3회말 8번 마이클 마르티네스 때도 한번 나왔다. 마찬가지로 시늉만 하고 말았다.

▶ 꼼수에 대처하는 자세

류현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투구와 투구 사이의 간격이 짧다는 점이다. 소위 하는 말로 '잡으면 던지고, 잡으면 던지고'다. 다른 투수처럼 숨 돌리고, 마운드 흙 고르고, 공 만지작만지작 하고. 잡스러운 동작이 거의 없다. 그렇게 되면 공격하는 쪽이 힘들어진다. 타자는 자세 잡고 치기 바쁘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여유도 없어진다. 그냥 투수의 타이밍 대로 끌려가게 된다.

아마 피츠버그의 허들 감독은 이런 게 싫었을 거다. 앞선 두 차례 경기에서도 류현진의 몰아붙이기식 공격적인 인터벌에 당했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타자들에게 이런 요구를 했을 거다. '경기 초반에 자꾸 타임을 걸어서 상대 투수의 리듬을 끊어라'라고. 물론 <...구라다>의 추정이다.

아마 류현진의 짜증과 집중력 흐트러짐, 투구 리듬 끊기 등을 의도한 것이리라. 그러나 허들 감독은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 봤다. 그 정도 얕은 수에 당할 수준의 투수로 여겼다면 큰 오산이다. 온갖 암수와 허허실실 전법이 횡행하는 리그에서 7년이나 버티며 정상에 군림했던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날 그에게 타임을 걸면서 방해 공작을 폈던 타자들의 결과가 그걸 입증한다. 1번 해리슨=삼진, 2번 마테=중비, 4번 산체스=삼진이었다. 꼼수의 결과는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4회부터는 그런 시도가 없어졌다.

'시늉만 번트'도 마찬가지다. 이미 류현진의 필딩(Fielding) 능력은 이미 인정받을만한 수준이다. 그 덩치에서 어떻게 저렇게 부드럽고 빠른 동작이 나오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순발력을 발휘한다. 때문에 실제 기습 번트가 나온다해도 성공할 확률이 별로다. 게다가 그걸로 흔들릴만큼의 신출내기도 아니다.

정교한 제구력과 강력한 패스트볼, 그리고 날카로운 변화구도 1급 투수가 갖춰야 할 조건이다. 하지만 그걸 갖고 있다고 다 성적을 내는 건 아니다. 아주 자잘하고, 수많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겸비돼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시도하는 자잘한 꼼수에 대한 면역력을 발휘할 수 있다.

웬만한 2년차 선수라면 이런 저런 얕은 수들이 먹힐 지 모른다. 그러나 류현진이라는 투수는 그런 방식으로 공략할 수준의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 보다 훨씬 견고하고, 단단하다. 하긴, 허들 감독이 그걸 알 리가 없지 않은가. 대전에서 보낸 7년간의 인턴 생활 동안 얼마나 많은 참을성, 인내력, 무던함을 연마했는지를.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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