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50만 국민 뜻', 유명무실 청원제도 탓 휴지조각으로(종합)

김태은 2014. 7. 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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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실종된 국민청원권]

[머니투데이 김태은, 하세린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기자][[the300][실종된 국민청원권]]

(서울=뉴스1)박세연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9일째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링거주사를 맞고 있다. 2014.7.22/뉴스1

세월호 참사로 열여섯살 난 딸을 가슴에 묻는 김병권씨는 지난 9일 국회에 청원안을 냈다.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란 이름의 청원안이다.

김씨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두달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모은 350만1266명의 청원 서명용지를 416개의 특별한 상자에 담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지난 14일 전달했다. 청원안에 대해 350만 국민이 공감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면 어떠한 내용이든 청원할 권리가 있다. 청원권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같이 법률·명령·규칙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에 관한 건의도 물론 포함된다.

그러나 22일 국회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청원안을 심사해야 할 관련 상임위원회의 청원심사소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6월 임시국회가 끝난 17일까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해당 청원안이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관련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안전행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같은 날 회부됐을 뿐이다.

농해수위는 후반기 원 구성 후 아직까지 소위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 청원심사소위 역시 청원을 심사해야 할 위원들은 오리무중이다. 청원심사소위가 열리지 못하니 청원안이 논의될 리가 없다.

물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국회 차원의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TF)'가 가동돼 논의 중이다. 문제는 여기서 다뤄지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 국회의원들 간의 논의로 그친다는 점이다. 유가족이나 국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있다. 이러다 보니 각종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유가족들은 350만명의 국민 서명을 받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호소했는데도 정치권이 갖가지 핑계를 대며 특별법 제정을 지연하고 있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정식 청원심사소위에서 다뤘더라도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을지는 미지수다. 청원심사소위 위원들은 '필요한 경우 청원인 등으로부터 진술을 들을 수 있'(국회청원심사규칙 제10조제1항)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번 TF 논의에서처럼 가족들의 참여를 배제할 수 있다.

청원심사소위 자체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17대 국회에서는 총 432건의 청원이 접수돼 116건만 처리됐으며 채택된 것은 단 4건에 불과하다. 18대 국회에서는 272건 중 69건이 처리되고 3건이 채택됐고, 19대에선 현재까지 142건 접수 중 25건 처리, 2건 채택에 그치고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청원소위는 법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검토하는 수준이어서 소위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서 잠자는 '국민청원' 117건....국민 호소 "나 몰라라"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학재 소위원장 주재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13.11.18/뉴스1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국민이 직접 호소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국회법에서 정한 상임위원회의 직무에는 의안처리와 함께 국민들의 청원 심사 또한 명시해 놓고 있으나 19대 국회 들어 청원심사소위원회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상임위가 수두룩하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각 상임위에 계류된 채 방치돼 있는 청원 안건이 117건에 달한다. 안전행정위가 25건으로 가장 많고 법제사법위원회가 17건, 정무위가 12건, 보건복지위원회와 교문위가 각 8건 등이다.

이들 위원회가 처리한 안건은 1~3건에 불과하다. 법사위는 청원심사소위도 한번도 개최하지 않았고 처리 안건 수 역시 '0'이다. 법사위로 접수된 40여건의 청원심사안건은 대부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운영위원회, 농해수위, 환경노동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역시 단 한 건의 청원도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4월부터 현재까지 청원심사소위를 1번이라도 개최한 상임위는 정무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6곳 뿐이다. 기획재정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는 그나마 법안심사소위원회나 조세소위원회에서 청원 안건을 다루긴 했으나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청원심사소위를 열었던 상임위들도 대개 한두 시간만에 소위 심사를 마쳐 '벼락 심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22일 청원심사소위를 개최한 정무위는 오전 10시 32분에 개회에 1분만인 10시 33분에 정회를 선언한 후 회의 속개 없이 청원심사를 건너뛰었다. 당시 청원심사소위에 참석한 국회의원은 청

원심사소위위원 7명 중 단 2명이었다.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동시에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 국민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국가에 낼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적 제도임에도 국회가 이를 너무 소홀하게 다룬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청원 제도가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 절차와 처리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생각하는 반면 공식적인 절차와 창구를 통한 국민의 청원 권리는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청원' 이대론 유명무실…전자청원 도입 등 개선 시급

국회에 청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의원으로부터 청원소개의견서를 받아야 한다. 이를 청원제출용지, 청원서와 함께 국회 사무처 의정종합지원센터나 소개받은 의원실에 제출하면 된다.

제출된 청원은 내용에 따라 해당 상임위원회로 회부된다. 소관 위원회는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청원을 상정·의결 후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적절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폐기한다. 이후 본회의에서 심의를 거쳐 정부로 이송, 국정에 반영된다. 청원 처리 결과는 90일 이내 청원인에게 통지된다. 최대 60일, 1회에 한해 처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는 청원을 전달할 수 있는 경로가 한정돼 있고 청원인의 참여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청원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청원제도에 대한 법적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5월 국회의 청원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국회 청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각 상임위별로 청원심사소위를 통해 청원 안건을 처리하는 대신 청원심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청원 심사를 전담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청원의 필수요건인 의원 소개를 폐지하고 전자청원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전자청원시스템을 활용해 6주간 10만인 이상의 지지서명을 받은 청원은 공청회를 개최하고 국회방송이 이를 중계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청원의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청원인을 비롯해 국민들의 직접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이학영 의원은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국민의 청원을 심사하는 것이 의무이지만 그 처리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이 현실"이라며 "2005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전자청원제도를 도입한 독일과 같이 국민청원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청원제도의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고 청원인의 헌법상 보장된 권리 행사를 지원하는 내용의 청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청원 제도는 청원이 반려되거나 처리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청원인의 권리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안 의원은 청원서를 접수한 기관은 청원서에 미비한 사항이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그 청원인에게 보완하여야 할 사항 및 기간을 명시하여 이를 보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청원 심사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청원인, 이해관계인,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부터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청원이 반려되거나 처리기간 이내에 처리되지 아니하는 경우 청원인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청원법 3조와 지방자치법 73조에 의하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행정기관, 지방의회 등이 청원 대상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옴부즈만 성격의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국민권익의 보호와 구제 기능을 담당해 청원권 보장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청원권 보장을 위한 다수의 행정기구들은 국민의 피해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기능으로 그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생활을 바꾼 국민청원, 어떤 것들 있나

국회 청원심사소위원회에 올라온 청원 안건들은 공공의 이익과 공적인 목적과 관계되는 내용이 대다수다.

원안대로 통과된 몇 안되는 청원 안건 역시 그렇다. 지난 2009년 12월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접수된 '장애인의 지하철 이동편의 개선' 청원은 지하철역 승강장 높낮이와 간격, 승하차 시 지하철문 개폐시간, 편의시설 등을 개선해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청원은 국토위의 심사를 거쳐 2011년 4월에 국회에서 의결됐다. 이후 정부와 서울시로 이같은 개선안이 전달됐고 서울시는 이를 반영해 2013년 4월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열차와 승강장 틈새가 넓거나 높낮이가 달라 휠체어가 바퀴가 빠져 불편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하철 승하차 안전발판'을 개발, 2015년까지 124개 지하철역에 2대씩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일본 수종(樹種)을 제거해달라는 청원이 국회를 통과했다. 왜향나무(가이즈카 향나무), 노무라 단풍 등 일본 수종들을 제거하고 우리 고유 수종을 중심으로 심어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시민단체의 청원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국립현충원의 일본 수종 제거는 내년부터 예산에 반영돼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청원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안건 중에도 눈에 띄는 내용들이 있다. 안전행정위원회에 올라온 '독도 주민정착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은 독도에 대한 영토수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독도에 정착하는 주민에게 각종 혜택을 지원하자는 제안이다.정착을 위한 생활지원금과 세액 감면, 소득공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청원자는 권오을 전 국회의원이다. 청원 제도가 전직 국회의원의 입법활동 경험을 활용하는 창구가 된 셈이다.

생활밀착형 청원도 빠지지 않는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노래연습장에서 캔맥주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청원이 계류 중이다. 현재 노래연습장에서 주류를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영업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평소 소비자 권리나 공정거래를 위해 사회에 참여해온 참여연대는 금융소비자 권리와 공익신고자 보호 등을 위한 법 개정을 제안하는 청원을 꾸준히 내고 있다.

'국민청원' 외국선 인터넷으로 누구나..법률로 보장

↑독일 의회의 전자청원 포털 화면 the e-petition portal of the Bundestag (German parliament).

청원 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국가는 독일과 스코틀랜드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프랑스 의회가 청원 내용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심사하는 것과 달리 독일 의회나 스코틀랜드 의회는 아예 청원 심사를 전담하는 청원위원회를 두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회 청원심사소위원회의 권한과 청원 처리절차를 국회법 하위 시행규칙으로 두고 있는데 반해 법률로 이를 규정, 보다 강력한 구속력을 부여했다.

이들 국가의 청원 제도가 지닌 또다른 특징은 전자청원을 도입해 '인터넷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점이다.

독일 연방의회는 지난 2005년 9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전자청원을 시행했다. 전자청원은 개별전자청원과 여론전자청원으로 나뉘며 여론전자청원은 청원자의 성명, 청원 내용과 근거를 청원위원회 사이트에 게시해 웹사이트 상에서 지지 서명이나 찬반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여론전자청원이 사이트에 게시되는 4주 간 5만명의 지지서명을 받으면 위원회가 주최하고 의회방송으로 중계되는 공청회를 거치게 된다. 또한 청원자는 공청회에서 진술할 수 있어 청원 심사에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지지서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개별청원으로 처리절차가 진행된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1999년 전자청원제도(e-petition)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적극 운영하고 있다. 1707년 폐지됐던 스코틀랜드 의회를 재구성하면서 공개·접근·참여의 3대 원칙을 실현하는 차원이다. 에딘버러나피어 대학 내에 전자민주주의 센터(International Democracy Center, ITC)를 설립하고 청원이 종이문서와 전자문서로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개정했다.

독일 의회와 마찬가지로 청원자가 게시를 원할 경우 청원 내용이 일정 기간 사이트에 게시되며 그동안 지지 서명과 찬반 토론이 이뤄져 보다 많은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청원 제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청원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국가들도 있다.

프랑스 의회는 청원의 직접제출과 의원을 통한 제출이 모두 가능하며 스코틀랜드 의회는 의원 소개 절차를 아예 요구하지 않는다.

영국 하원의 경우 청원의 공식적 제출방식 외에 의원 개인이 청원서를 보관함에 투입하는 방식의 비공식적 제출방식이 인정되는 독특한 관행이 있다.

한편 프랑스 의회의 경우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위원회가 정부에 대한 청원 이송을 결정할 수 있고 정부로부터의 답변을 청원인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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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하세린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기자 shyun88@mt.co.k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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