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 확인] '20억 돈가방' 노린 他殺? 자포자기 自殺? 지병 악화로 돌연死?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14. 7. 23. 02: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유병언(兪炳彦·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死因)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유씨 평소 성격이나 시신이 발견된 장소, 도피 정황 등을 감안할 때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경은 22일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로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짚어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①거액 현금 노린 타살(他殺)?

유씨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일찌감치 도피를 준비했다. 4월 23일 경기도 안성의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을 빠져나온 유씨는 경기도 소재 구원파 신도 집에 머물다 5월 초 전남 순천 송치재의 별장 '숲속의 추억'으로 은신처를 옮겼다.

당시 유씨는 5만원권으로 현금 20억원 정도를 가방에 나눠 담아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씨는 5월 중순쯤 별장 주변 토지와 건물을 사들였는데 현금으로 2억50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에게 땅을 판 A씨가 검찰 조사에서 "여행용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 대금을 치렀고, 가방 크기로 미뤄볼 때 현금 20억원이 담겼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씨 측근 등이 현금을 노리고 유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씨를 태우고 순천까지 운전했던 양회정씨가 검찰의 순천 별장 급습 당시 홀로 별장을 빠져나와 지금까지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타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시신 발견 당시 목 졸림 상흔(傷痕)이나 폭행 등 신체 가해 흔적이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신이 워낙 부패한 상태로 발견돼 가해에 따른 타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②자살 가능성

일흔이 넘은 유씨는 검찰에 검거되면 남은 인생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세월호 사고 직후 재빠르게 검찰 수사망을 피해 금수원을 빠져나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검거팀이 압박해 오자 도피 생활에 따른 피로감이나 국민적 관심에서 오는 압박,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구원파 주장처럼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던 유씨 가방에 소주병과 막걸리병이 담겨 있던 것도 독극물을 타서 마셨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경찰 1차 부검에서는 독극물 검사에 이상 소견이 없었다고 당시 부검을 맡았던 이영직 성가롤로병원 병리과장이 밝혔다. 구원파 측도 유씨 평소 생활태도나 종교적 이유 등을 감안했을 때 자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③자연사·사고사 가능성

현재로서는 유씨가 도피 과정에서 질병 등을 이유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상황이다. 유씨는 검찰이 별장을 급습하기 직전 다른 사람의 아무런 도움 없이 홀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도 하지 못했던 유씨는 검거팀을 피해 도로보다는 산 쪽으로 몸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급박한 상황에서 도피에 필요한 음식물 등을 챙길 겨를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도피를 돕던 신도들도 잇따라 체포되면서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서 산속을 헤매다가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씨가 고령인 데다가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도 자연사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준다.

서울법의학연구소 한길로 소장은 "긴급하게 도피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뛰거나 극도의 불안 상태가 되면 심근경색증이나 뇌경색·뇌출혈 등이 생길 수 있다"며 "그 상태로 혼자 방치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체온증 사망설도 나온다. 도피 기간 순천 지역에 비가 자주 왔고, 평소에 먹지 않던 술병이 주변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뤄 밤에 비를 맞으며 만취 상태에서 장시간 잠들었다가 저체온과 지병 악화가 겹쳐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