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시신 확인-발견 현장] 최고 1000만원 '로로피아나' 겨울점퍼 입어

이서준 2014. 7. 2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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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거지 모자에 스웨터·내복까지반듯이 누운 채 얼굴만 왼쪽으로

유병언(73)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신촌마을의 산중턱 매실밭이다. 한때 유 회장이 숨어 있던 송치재휴게소 옆 별장에서 2.5㎞ 떨어졌다.

시신은 매실밭 주인 박윤석(77)씨가 지난달 12일 발견했다. 그는 "밭을 돌아보러 갔는데 한쪽 수풀이 넘어져 있길래 가 보니 시신이 있었다"며 "3주 전 밭에 들렀을 때는 시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밭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높이 1.8m의 철문이 있지만 담이 쭉 이어져 있지 않아 옆으로 약간만 돌면 바로 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시신은 반듯이 누운 채 얼굴만 왼쪽으로 살짝 돌아가 있었다.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이 시신 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은 듯, 22일까지도 현장에 머리카락과 일부 뼛조각이 남아 있었다.

 옷은 벙거지 모자에 검은색 점퍼와 스웨터, 검은색 면바지 차림이었다. 아래위 모두 회색 내복을 입고 있었다. 점퍼는 이탈리아 '로로피아나(Loro Piana)' 브랜드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입었던 양복 브랜드로 유명해졌다. 1924년 피에트로 로로피아나가 만든 세계 5대 정장 브랜드 중 하나다. 국내 백화점에서 정장 한 벌에 500만원대이고, 코트는 1000만원을 넘는다. 업계에서는 유 회장이 입은 점퍼가 500만~1000만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 곁에는 흰 운동화 한 켤레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듯 삐딱하게 놓인 상태였다. 운동화에는 독일어로 세탁 가능하다는 뜻인 '바슈베어(waschbar)'라고 적혀 있을 뿐, 브랜드는 표시돼 있지 않았다. 오랫동안 흙길을 걸은 듯 운동화의 흰 끈과 앞뒤에 흙물이 배어 있었다.

 점퍼 안주머니에선 '혼합유기질비료'라고 적힌 비닐 비료 포대가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깨진 사기그릇 2조각, 콩 20여 알, 육포 10여 조각도 윗옷 주머니에서 나왔다. 시신 오른편엔 회색 천가방이 있었다. 가방 안쪽 한편엔 '글소리', 다른 편엔 '꿈같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글소리』는 구원파 월간 소식지고, 『꿈같은 사랑』은 유 회장이 감옥생활을 하면서 신도들에게 쓴 편지글을 모아 2009년 발간한 책 제목이다.

가방 안에는 청해진해운 관계회사인 한국제약이 생산하는 'ASA스쿠알렌' 빈 병도 있었다. 유 회장임을 짐작할 수 있는 물품들이 발견됐던 것이다. 이 밖에도 가방 안에는 소주 2병, 막걸리 1병, 허니머스터드 빈 통, 파란색 돋보기가 들어 있었다. 시신은 발견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순천 성가롤로병원에서 처음 부검했다. 이때 허벅다리 뼈를 채취해 국과수에 DNA 검사용으로 보냈다.

순천=이서준·장대석 기자,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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