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쾅' 하더니 열차 안이 아수라장으로"

입력 2014. 7. 23. 00:10 수정 2014. 7. 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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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갑자기 엄청난 소리로 '쾅'하더니 기차가 확 밀리면서 사람들이 앞으로 옆으로 그만 다 꼬꾸라지고… 살다 살다 이런 아수라장은 처음 봤어."

동해시에 있는 딸 집에 가려고 태백역에서 여객열차를 탔던 임모(77·여) 할머니는 출발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들린 엄청난 크기의 충격음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53분께 태백시 상장동 태백역∼문곡역 사이 철길에서 제천발 서울행 O트레인 관광열차와 청량리발 강릉행 무궁화호 여객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한 순간 짐과 사람이 한꺼번에 열차 바닥에 쓰러졌다.

임 할머니는 충돌 당시 앞좌석 의자 뒤 플라스틱 손잡이에 콧등을 심하게 부딪쳐 피부가 찢어지고 눈두덩까지 멍이 들었다.

심한 반동에 수차례 의자 앞뒤로 머리를 찧다 바닥에 꼬꾸라지면서 목은 물론 무릎도 다쳤다.

임 할머니는 "얼마나 세게 찧었는지 눈알이 빠지는 것 같아서 겁이나 딸한테 전화를 했다"면서 "어떻게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도 없었고, 문도 반밖에 안 열리는 걸 옆에 있던 아가씨가 도와줘서 겨우 나왔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무궁화호와 부딪힌 관광열차는 충격이 더 심했다.

정면으로 충돌한 머리 부분은 크게 찌그러졌고, 엄청난 반동에 승객이 타고 있던 객차 1량이 구겨지다시피 앞 객차를 4∼5m 정도 뚫고 들어갔다.

창문이 와장창 깨지고 문 들은 철길 밖까지 떨어져 나갔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36·여)씨는 "아이 목욕을 시키던 중에 갑자기 큰 굉음이 들리고 아파트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이를 이불 밑에 두고 밖을 내다봤다"면서 "조금 있으니 119구조대가 와서 사람들을 부랴부랴 구출해 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승객 박모(77·여)씨가 크게 다쳐 안타깝게 숨졌다.

사고 당시 관광열차에는 승객 39명과 승무원 4명, 여객열차에는 승객 63명과 승무원 4명 등 모두 110명이 타고 있었다.

평일이라 승객이 적은 편이었지만 숨진 박씨 외에도 91명이 중·경상을 입어 대부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강릉에서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오다 사고를 당한 한 여성 승객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았고, 일부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사고 순간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응급실에 앉아 울기도 했다.

응급 치료를 받고 2∼3시간 만에 각자 연고지로 귀가한 가벼운 부상자들도 목에 깁스하거나 허리와 머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승객이 많았다.

한 20대 여성 승객은 "갑자기 몸이 앞뒤로 확확 쏠리면서 순간 정신을 잃었는데 누가 흔들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목이 완전히 꺾여서 엎어져 있었다"면서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사고가 난 철길은 선로가 하나밖에 없는 단선 구간이다.

이곳을 지나는 상·하행 열차들은 일단 문곡역에서 대기하다 반대편 열차가 지나가고 나서 출발하는 식으로 교차 통행을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날 관광열차는 문곡역에서 무궁화호가 다른 철로로 진입하기 전에 급하게 단선 구간으로 진입해 사고를 내고 말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지만, 주민들은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상자 치료를 맡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모(63·여)씨는 "다친 사람들 수십명이 응급실로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일반 직원들 출입을 자제하라는 방송까지 나왔다"면서 "하루가 멀다고 사고 소식이 들려오니 상시로 불안한 마음이 들어 못 살겠다"고 말했다.

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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