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돼서 효도한다던 예진이 "엄만 오늘도 네 방을 떠나지 못해"

2014. 7. 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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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잊지 않겠습니다 27]

천국에 있는, 보고 싶은 예진에게.

안녕 딸? 너 없는 하루가 또 시작됐구나. 엄마는 오늘도 우리 딸 방에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나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냄새라도 맡을까 싶어 베게에 얼굴 묻고 울다 잠이 들었나 봐.

아직도 이방엔 네 책상 침대 수학여행가기 전 입어던 옷들 다 그대로 있는데, 다 있는데 너만 없는 게 기가 막히는구나.

책상 위에는 여행 전 챙겨야 할 것들을 설레며 적은 메모지가 있더구나. 속옷, 반바지, 잠옷 등 모처럼 멋도 내고 싶었는지 파우치도 준비물로 적어놓았네, 그안에 무엇을 담았을까? 엄마가 봐도 잠이 부복하게 바쁜 고딩 시절을 보내다 친구들과 여행을 생각하며 얼마나 들떴을까?

처음으로 사준 보라색 캐리어에 짐을 쌌다 풀었다 하며 "엄마 너무 기대돼, 혼자만 제주고 가게 돼 동생 의찬이한테 미안해"하던 착한 누나. 수학여행 때 장기자랑 한다며 춤 연습에 휴일에도 늦잠 한번 못 잤잖아….

엄마는 아직 우리 딸한테 해줄 게 너무 많은데, 수능 뒷바라지도 해줘야 하는데, 엄마 아빠 몸은 힘들어도 너랑 의찬이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고 참 행복했는데….

엄마 목에 힘줄 수 있게 꼭 성공한다고, 참 열심히 살았던 듬직했던 내 딸. 이제 다 싫구나! 해뜨면 밝아서 슬프고, 밤이면 학원에서 올 시간인데 볼 수 없는 네가 보고 싶어 미칠 거 같고, 아침이면 아침밥 먹어줄 딸이 없어 슬프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이렇게 엄마를 슬프게 하고 먼저 갈 아이가 아닌데 왜 이별한 시간도 주지 않고 데려갔는지….도대체 왜 그랬는지…. 엄마 무섭다 너 없는 세상 어떻게 버텨야 할지….

예진아 내 딸 예진아 우리 딸 좋은 곳에 있는 거 맞지? 그곳에선 그렇게 하고 싶다던 연기랑 춤도 실컷 추며 행복해야 해. 보고 싶다. 간절히…. 사랑한다 내 딸.

2014년 6월23일

-네가 미치도록 그리운 엄마가

정예진양은

"엄마, 나 꼭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하고 같은 무대에 설 거예요. 슈퍼스타가 돼 엄마 호강시켜 드릴 테니 그땐 목에 힘주고 다니세용~." 꿈 많은 열일곱살 정예진(단원고 2학년 3반)양은 엄마를 끔찍이 위하던 '친구 같은 딸'이었다.

'무대 체질'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격이 활달했던 예진이의 장래 희망은 방송계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날마다 연기학원에 다녔고, 지난 4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에도 밤 12시까지 학원에서 연기 연습에 몰두했다고 엄마는 전했다.

뮤지컬을 유난히 좋아했던 예진이. 예진이가 있는 곳엔 노래와 춤이 빠지지 않았다. 토요일마다 요양원을 찾아가 할머니들 목욕을 시켜드리는 봉사활동도 빼먹지 않았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와 함께 하는 공연을 꿈꿨던 예진이는 세월호 침몰사고 엿새 만인 4월22일 엄마 품에 안겼다. 그날은 예진이 남동생의 생일이었다.

엄마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예진이 얘기 하면 눈물이 나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이젠 참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예진이 잊혀지지 않게 얘기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엄마는 흐느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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