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주검, 풀리지 않는 의문점 3가지

2014. 7. 22. 2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① 유병언 은신처 인근 주검, 단순변사 처리 치명적 실수?

경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마지막 은신처 부근에서 발견된 주검을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한 것은 가장 큰 의문이다.

검찰이 지난 5월25일 전남 순천의 송치재 부근 별장에서 유씨 검거에 실패한 뒤 순천 일대에서는 대대적인 수색 작전이 펼쳐졌다. 그런데 당시 도피했던 유씨가 은신처에서 불과 2.3㎞밖에 떨어지지 않은 산자락 매실밭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유씨가 도피한 지 18일 만인 6월12일 은신처 부근에서 발견된 주검을 경찰이 유씨와 결부시키지 못한 것은 선뜻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당시 유씨의 사진 6장과 키, 몸무게, 머리색 등을 담은 지명수배 전단 수십만장을 전국에 뿌리고 신고 보상금을 5억원이나 내거는 등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은신처였던 순천 일대에선 경찰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됐다. 이렇게 유씨 찾기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상황이었는데도 경찰과 검찰은 주검을 단순 변사체로 처리해버렸다.

당시 현장에 갔던 경찰은 "부패가 80% 정도 진행돼 머리카락이 다 빠진 상황이었다. 지문을 채취할 수 없어 유전자 분석을 맡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도피 18일만에 '반백골화' 발견검경, '몇달 전 사망' 으로 오판명품 옷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하지만 주검 주변엔 유씨임을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정황 증거들이 있었다. 구원파 계열사에서 생산한 스쿠알렌 병이 놓여 있었고, 가방 안쪽에는 그의 저서 제목인 '꿈같은 사랑'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또 상의는 '로로피아나'라는 고가품이었다.

검찰과 경찰의 이런 치명적인 실수는 주검이 반백골화해 사망 시점을 몇달 전으로 추정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백골화가 진행되는 데는 매장했을 경우 7~10년, 땅 위에 노출된 경우 1년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18일 만에 이 정도로 주검이 부패됐으리라고 추정하기 어려웠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순천 지역에서는 큰비와 햇볕이 반복돼, 날씨가 부패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온이나 습도뿐 아니라 곤충에 의해서도 부패가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원파 신도들의 조직적인 비호 속에 20억원의 도피자금을 갖고 달아났다던 유 전 회장이 혼자서 비참한 모습으로 발견된 것도 의문이다. 경찰은 그가 추적팀을 따돌리는 과정에서 조력자들을 잃고 혼자 산길을 헤매다 이곳까지 내려와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숨진 장소는 깊은 산속이 아니라 도로가 내려다보이는 민가 부근 산자락이어서 급하게 은신처를 벗어난 그가 엉겁결에 숨어들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순천/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② '도피 자신감' 유씨 왜 죽었을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의 적극적 '호위'를 받으며 추적반을 피해 다녔다. 도피 중 작성한 메모에는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고 쓰기도 했다. 추적을 따돌릴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사인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유씨는 왜 숨졌을까. 신도들의 밀착 호위를 받던 유씨가 타살됐다면, 측근에게 의심의 눈길이 갈 수 있다. 경찰은 "칼자국이나 주변의 발자국 등 타살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유씨를 떠받드는 신도들이 해칠 동기도 없어 보인다.

경찰 "외상 등 타살 흔적 없어"자살 여부 2차 부검서 밝혀질듯고령에 도피중 자연사 가능성도

자살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상이 없어 독극물을 삼켰을 개연성이 있다. 경찰은 "독극물 검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부검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극물이 검출되더라도 곧바로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가리기는 어렵다.

고령인 유씨가 장시간 산속을 헤매다 자연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급하게 도주하는 과정에서 유씨가 (산속에서) 밤을 지새웠다면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5월25일 검·경이 전남 순천의 별장을 급습했을 때, 유씨는 신도들과 떨어져 홀로 급히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가 '회장님 혼자 두고 왔다'는 진술을 했다. 어두운 산속을 헤매다 굶은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수 있다"고 했다.

사망 시점을 5월25일 이후로 추정한다면, 변사체로 발견된 6월12일까지 최대 19일 사이에 80%가량이 백골화한 셈이다. 야산의 매실밭이라곤 하지만, 가능한 일일까?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법의학)는 "5월 말, 6월 초의 기온, 야생동물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 백골화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5월25일과 26일 유씨가 숨진 순천 일대에는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③ 주검 바꿔치기·DNA 조작 가능성?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그의 주검이 바뀐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유씨가 살아있다는 주장이다. 수사기관과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유씨의 유전자 검사는 주검의 대퇴부 뼛조각을 이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검사 정확도는 99.999999…%"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정확도 100%라는 얘기다. 오른쪽 손가락 지문 역시 유씨 것과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전자 검사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검찰도 조작 가능성은 배제한 상태다. 강찬우 대검 반부패부장은 "국과수는 유전자 검사와 지문 모두 일치한다고 한다. 주검을 바꿨을 가능성은 일단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과수가 대조 표본으로 삼은 것은 경기 안성 금수원과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근처 별장에서 확보한 유씨의 유전자 정보다. 유씨 쪽이 이것까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 것을 남겨놓았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지만, 발견된 주검의 유전자가 유씨 친형의 것과 동일한 부모를 둔 인물로 확인됐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검경은 판단했다.

"금수원 채취 표본·친형과 일치"계열사 약병·가방 등 정황증거지문 확인에도 '조희팔 사건' 연상

검찰은 "명백한 증거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거) 경험"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 수사기관의 섣부른 발표가 추리소설에나 나올 법한 주검 바꾸기 의혹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경찰은 4조원 규모의 다단계 사기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조씨 가족한테서 장례식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제출받은 뒤 화장 직전 관 속에 누워 있는 남자가 조씨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뒤늦게 확보한 조씨 유골은 화장 과정에서 유전자가 훼손돼 감식 불능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중국에서 조희팔 목격담이 잇따랐고, 검찰은 중국에 그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의 생사는 아직 분명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도피 자신감' 보였던 유병언 왜 죽었을까?새누리 김태호, 영결식에서 여성소방관들과 웃으며 기념 촬영현직 판사가 쓴 추리 소설…유병언 사건과 너무 닮았네[포토] 사진만 봐도 가슴이 울컥…세월호에서 찾아낸 희생자 유품[포토] 피로 물든 '가자'…비극의 현장을 가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