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승객들 창문 깨고 '필사의 탈출'

박은성 입력 2014. 7. 22. 20:24 수정 2014. 7. 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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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시 열차충돌 사고

정지신호 안지킨 관광열차, 정거장 지나쳐 '쾅'

열차객실 지붕 하늘로 치솟고 좌석도 떨어져 나가

단선구간 교행과정 사고…자동제동장치 결함 추정도

O트레인 관광열차와 무궁화호 열차의 정면 충돌 사고가 일어난 강원 태백시 상장동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관광열차 1호차 객실은 크게 짓눌려 찌그러진 지붕이 하늘로 솟아 올랐다. 철길 곳곳에 열차 바퀴와 문짝이 떨어져 나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부상을 입은 승객들이 필사의 탈출에 나서느라 상당수 객실 유리창이 깨져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태백소방서 구조대장 김복수(50) 소방위는 "충격으로 대부분 좌석이 떨어져나간 상태로 비명 소리가 가득했고, 일부 승객들이 피를 흘리며 탈출을 위해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있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나마 사고 현장이 태백소방서와 불과 3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구조대원 출동이 1분여 만에 이뤄진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부상자들은 '꽝'하는 굉음이 들린 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큰 충격이 전해졌다고 했다. 태백 중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강모(66)씨는 "열차에는 안전벨트가 없어서 인지 심하게 튕겨 나가 타박상을 입었다"면서 "문이 열리지 않아 깨진 유리창을 넘어 밖으로 빠져 나왔다"고 악몽 같은 사고 순간을 떠올렸다.

상장동 주민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고가 난 철길은 아파트 밀집지역을 가로지르고 있어 사고 직후 충돌소리를 듣고 놀란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배달을 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열차 경적소리 후 굉장히 큰 충돌음이 들렸다"며 "가스 폭발 사고가 난 줄 알고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자 탈출한 승객 수십 여명이 철길을 통해 건널목 쪽으로 빠져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철도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또 하나의 인재라는 지적이다. 사고지점은 단선 구간이다. 때문에 열차 두 대가 이번처럼 서로 마주보고 운행할 경우 한대는 반드시 정차해 대기하고, 마주 오는 다른 차량은 주위를 살펴 천천히 교행을 하는 것이 기본 운행수칙이다. 그러나 관광열차가 이를 어기고 일단 서야 할 곳을 그냥 지나쳐 어이 없는 충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코레일은 보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관제실에서 무궁화호 열차는 문곡역 전방에서, 관광열차는 문곡역의 대피선에 정차할 것을 지시했으나 관광열차가 역을 그냥 지나쳐 충돌사고가 났다"며 "당시 관제 신호는 정상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관광열차의 차체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열차에는 기관사가 제동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열차 제동장치(ATSㆍAutomatic Train Stop)가 있는데, 승객진술 등 충돌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 장치가 말을 듣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ATS는 열차 신호와 선로분리기가 제대로 조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면 자동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하는 안전시스템이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관광열차 기관사 신모(49)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태백=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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