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1,749일 입원한 '꾀병 부부'

손현성 2014. 7.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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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중 5년 입원하며 보험금 수억원 타낸 노부부 입건

김모(63)씨 부부의 직업은 '나이롱 환자'다. 2007년 5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6년 8개월 중 4년 9개월(1,749일)을 병상에서 보내면서 보험금으로 7억5,000여만원을 타냈다. 물론 노환으로 인한 허리 통증 등 가벼운 증상을 제외하면 건강한 부부였다.

김씨 부부는 2007년부터 국내외 13개 보험사에 입원 특약을 담은 보장성 보험 50여개에 가입했다. 남편은 아파트 경비원을, 아내는 화장품 외판원을 하다가 수년 전 일을 그만둬 수입이 없었지만 보험금으로 매달 240만원을 꼬박꼬박 납부했다.

부부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25개 병원을 돌며 입원을 반복했다. "목욕탕에서 넘어져 뇌진탕이 왔다" "허리디스크가 악화돼 통증이 심하다" 등 갖가지 증상을 호소하며 환자복을 입었다. 서울 신림동에 살지만 입원 절차가 허술한 병원을 찾아 수도권 소재 병원에 '원정 입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도봉구 D병원에는 다섯 차례 동반 입원해 70여일간 함께 지내기도 했다.

남편은 이렇게 43회에 걸쳐 1,284일간 입원해 보험금 5억1,890만원, 아내는 27회 456일간 입원해 2억3,250만원을 챙겼다. 부부의 보험금 청구 횟수는 모두 590회에 달했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멀쩡해 보이는데 입원을 반복한다"는 보험사의 제보로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김씨 부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결과 부부의 입원 일수 중 90%는 과다입원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압수한 진료내역과 보험금 청구내역 등을 의료컨설팅업체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다. 경찰은 투약과 식사 기록, 간호기록 등을 토대로 김씨 부부가 입원기간 중 수십 차례 무단 외출한 정황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많은 보험에 가입해 하루 입원하면 보험금만 100만원 이상을 타냈다"며 "부당 수령액 환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정황을 포착해 병원의 공모 여부를 조사 중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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