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욱의 '취중진담' -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왜 짜증을 내죠?"

2014. 7. 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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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목표나 꿈을 가지고 있다. 고비나 정체기를 맞이할 때쯤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배우에게도 이러한 일은 다반사다. 많은 이들이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품의 얼굴인 주연이 있다면, 소금 같이 그 신을 맛깔나게 만드는 조연 또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민성욱 또한 자신의 맡은 바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 '즐거움', 연기 원동력

영화 '우는 남자' 사복형사, '한 번도 안 해본 여자' 김도연, '결혼전야' 태규 후배 코치, 드라마 '갑동이' 남기리, '쓰리 데이즈' 오영민, '총리와 나' 변우철 등 꾸준히 크고 작은 역할 등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민성욱 만의 원동력은 바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왜 짜증을 내냐"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연기를 직업으로 삼으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자체가 좋잖아요.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한 번은 꿈을 꿨는데 아는 배우 형이 저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왜 짜증을 내냐'고 물어봤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메모하면서 '맞아! 내가 왜 투덜대지?'라고 생각했어요. 공연 스태프 일도 오래하고 다른 일도 잠깐 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이 훨씬 행복한 건 당연하잖아요. 게다가 저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기에 훨씬 힘을 내고 있죠."

민성욱의 아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예술-안무감독으로 발레와 현대무용, 고전무용 까지 섭렵한 인물이다. 그는 민성욱에게 때로는 연출가와 예술감독으로, 감독과 배우로서 가장 냉정한 조언자가 되기도 한다.

"아직도 방송 연기 중 카메라에 비치는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자신할 수 없어 한 때는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기도 했었죠. 그때마다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의 모습이 큰 도움이 됐었고, 특히 아내의 조언이 냉철히 내 연기를 관찰할 수 있게 만들었죠."

인터뷰 당시 합류하게 된 아내를 위해 민성욱은 주차 수신호를 돕기도 했으며, 낯선 환경에 어려워하는 아내를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물론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항상 든든한 내 편인 아내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딸을 보고 있노라면, 그 역시 없던 힘도 만들어 내는 '슈퍼맨' 중의 한 사람이었다.

# 이범수와의 인연

민성욱은 배우 이범수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입시 재수를 준비할 당시 이범수에게 레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이다. 민성욱의 첫 영화 '남자의 향기'로 맺은 인연이었다. 이후 '총리와 나'에도 캐스팅 되는 기회를 맛볼 수 있었다.

"이범수 선배님은 선생님으로서도 좋은 분이에요. 강하게 갈 때는 강하게 가지만, 세심하게 챙겨 주셔요. 입시 재수를 할 당시 학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남자의 향기'의 인연을 계기로 레슨을 받은 적이 있어요. 덕분에 학교 입학도 잘 됐고요. '총리와 나' 촬영 당시에도 너무 추워서 대사가 꼬일 때 촬영을 중단 시켜서 분위기 환기도 시켜주고, 캐릭터 분량 부분에 있어서도 많이 신경써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그는 '총리와 나' 촬영 당시 변우철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즐거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이범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작품에서 맺어진 인연이 만들어 준 훈훈한 사제지간이었다.

# 자유롭고 싶어!

민성욱은 그동안 극단 '차이무'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극 무대와 독립영화, 장편영화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많은 작품에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최근 브라운관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방송은 어려운 면이 있어요. 많은 준비와 고민도 필요하고요. 자유롭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아직 방송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겠어요. 방송의 메카니즘을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작품이 끝나갈 때쯤 뭔가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죠. 점차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 숙지하면 다음에 표현 하고 싶을 때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우처럼 알아야 돋보인다기보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 모든 것이 집대성 됐을 때 저에게도 한 번에 기회가 오리라 믿어요."

무대, 촬영장 등 배우에게 있어 두 환경은 확연하게 다른 연기 실력을 요한다. 낯선 환경에 쉽사리 녹아들지 못하는 것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민성욱은 이 모든 상황을 남다르게 해석했다.

"연기를 할 때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백퍼센트 믿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요. 공연 쪽은 관객들의 신뢰도나 제 자신감도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끼지만, 영화나 방송 쪽은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나이를 먹었어도 평생 연기할 수 있는데다, 나이 들어서는 그 상황에 맞는 노인을 연기할 수도 있잖아요. 이렇듯 배우라는 직업은 계속해서 평생 노력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 연극..그리고 방송

연극 무대에서 연기와 방송 연기는 차이가 있다.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연극 무대와 방송 연기가 주는 카타르시스 또한 다르다. 민성욱은 어떤 쪽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방송 보다는 연극 쪽이 더 친숙하죠. 하지만 연극과 방송 중 어떤 게 좋다고 딱 잘라서 옳다,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방송 쪽은 이제야 그 시스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죠. 과거에는 연극 배우들이 상업 연기로 전향하는 걸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장르의 연기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보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점에 매력을 느꼈고요."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로 접어들자 진지한 열의를 보이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어떤 캐릭터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촬영 중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연기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배우마다 호흡도 캐릭터 분석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상상을 하는 것도 연기 공부가 돼요. 역할을 가려서 할 생각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무게를 가지고 내면에 있는 것을 다 끌어내야 하는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민성욱에게 있어 연기는 아직도 노력할 것이 많은 미지의 세계다. 하나씩 알아감에 있어서 즐거움을 느끼고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짜증을 내는 것이 이상하다'는 그의 말이 더욱 진솔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하나 느낀 건, 한 가정의 가장인 인간 민성욱은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접할 수 있었던 민성욱 부부의 다정한 모습과 함께 자리하지는 못했지만 들려오는 딸에 대한 이야기는 훈훈함을 자아냈다.

민성욱이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연기에 대한 노력과 열정, 그리고 그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기대와 응원을 보내본다.

/온라인편집부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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