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라의 계략이 탐라의 '빙떡'을 탄생시켰다

입력 2014. 7. 10. 09:01 수정 2014. 7.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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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섬, 제주도. 이국적인 풍경을 지닌 제주도는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최고의 휴양지로 꼽는 곳이다. 자연경관만큼이나 낯선 것이 제주도의 토속음식이다. 지금이야 비행기를 타면 수도권에서도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지만 교통편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제주도를 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때문에 음식을 비롯한 각종 문화, 언어 등이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주도의 많은 토속음식 중 외지에서 온 사람이 먹었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맛을 가진 것이 '빙떡'이다. 요리모양은 갖추었으나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간이 안돼있다. 그런데 제주도가 고향인 이들에게 '빙떡'은 오래 전 떠난 고향을 문득문득 생각나게 하는 그리운 음식이다. 심심한 맛이 중독성 있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지금의 빙떡은 제주도에 가면 으레 맛보아야 할 관광상품으로 탈바꿈했지만 예전에는 부조음식이었다. 이웃이나 친족에게 대소사가 생겼을 때 대나무로 짠 바구니에 빙떡을 담아 축하 혹은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빙떡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제주도에 빙떡의 주 재료인 메밀이 들어온 고려 말경이라고 추측된다.

제주도에 메밀이 전해진 계기가 고려 무신정권의 특수부대였던 '삼별초'때문이고 이로 인해서 빙떡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화도 있다. '삼별초의 항쟁' 때 삼별초를 도왔던 탐라(현 제주도)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원나라가 탐라사람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소화도 잘 안되고 독성이 있는 작물로 알려진 메밀을 전해주었다는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메밀을 가루로 내어 소화 효소가 풍부한 무와 함께 메밀을 조리해 아무런 탈 없이 먹음으로써 원나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심지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이 오히려 벼농사를 짓기 힘들었던 제주도에는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원나라의 얕은 수가 보기 좋게 실패한 것이다.

'빙떡'이라는 명칭은 메밀반죽을 국자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빙철(번철)에 지진다'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메밀 지진 것에 무채나물을 넣어 '빙빙 돌려 만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빙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늘게 흘러내릴 정도로 메밀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섞어 반죽한다. 무는 채 썰어서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 꺼낸 다음, 송송 썬 실파와 함께 참기름, 참깨를 넣고 버무린다. 그리고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메밀반죽을 국자로 떠서 빙빙 돌리면서 얇고 넓게 전을 부친다. 양념한 무채나물을 메밀전의 한쪽에 가지런히 얹어서 멍석을 말듯 돌돌 만 후 남겨둔 양쪽 끝이 접히도록 가볍게 눌러 마무리하면 '빙떡'이 완성된다. 여름철에는 무가 맛이 없기 때문에 팥고물이나 콩나물을 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팥고물은 달지 않게, 콩나물은 간을 세게 하지 않고 심심한 맛을 유지해야 한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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