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중에.. 靑은 VIP용 보고 독촉

강윤주 2014. 7. 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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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특위, 靑-해경 녹취록 공개

"상황 보고하라" "지켜보는 단계"

초기 상황 오판 골든타임 놓쳐

지원 묻자 "필요없다" 거부까지

장관 의전 위해 헬기 준비 지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의 초기 대응은 무능 그 자체였다. 해경은 '전원 구조가 가능하다'는 안일한 상황 판단으로 구조 골든 타임을 놓쳤고, 청와대는 해경의 잘못된 보고에 허둥지둥하며 윗선용 보고를 독촉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한시가 급한 구조 작업을 지휘해야 할 컨트롤타워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구조 지시는 뒷전, 'VIP 보고'에만 몰두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2일 공개한 청와대와 해경의 유선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16일 하루 종일 구조 작업 지휘는 뒷전인 채 'VIP 보고'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대통령 보고에만 매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침몰 사고 초기 해경에게 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을 달라는 내용의 통화만 총 7차례, 1시간 20분에 걸쳐 재촉했다. "어디 쪽인지 카메라 나오는 것은 없냐"(9시 20분), "지금 VIP보고 때문에 그런데 영상으로 받으신 거 핸드폰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까"(오전 9시 39분) 등 수시로 영상을 요구한 청와대는 "사진 한 장이라도 있으면 빨리 보내달라"(오전 10시 9분)고 재촉했고, 10시 15분 영상 장비가 장착된 해경 함정의 도착시간까지 채근하며 다그쳤다. 한창 구조가 진행되는 10시 25분에는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라고 윽박질렀다. 이후 10시 32분과 38분에도 현장 영상을 독촉한다.

청와대는 이어 오후 2시 24분에서야 "370명 구조"보고가 잘못 됐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도 실종자 구조 작업 지휘에는 손을 놓은 채 보고용 숫자 파악에만 급급했다. 오후 3시 19분과 4시 07분, 방송 뉴스에 보도된 구조자수와 탑승자수가 보고 내용과 왜 다른지 해경에게 따져 물었고, 오후 5시 48분에도 "언론에 선사 측에서 나와서 인원 브리핑을 하는데 숫자가 또 틀립니다. (중략) VIP에게 다시 보고를 해야 합니다"며 확인을 요청했다.

이후에도 청와대는 "VIP한테 보고 드려야 하는데 아까 이후로 올라온 게 없다(오후 5시 57분)"거나 "국가안보실장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오후 6시 50분)"며 윗선용 보고에만 촉각을 세웠다.

"전원 구조 가능"... 정신 나간 해경

해경의 초기 상황 판단은 더욱 가관이다. 해경 상황실 녹취록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 39분 경찰청 위기관리실에서 "육경에서 도와줄 게 없냐"고 묻자 해경은 "전원구조 가능하다" "우리 해경과 해군이 다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답했다. 사고 현장을 제대로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오전 11시 47분에는 해경 경비국장이 목포서 상황담당관에게 "지금 배 안에 (사람이) 있을 거 같애요, 없을 거 같애요"라고 한가한 질문까지 던졌다. 세월호가 선수만 남긴 채 완전 침몰한 뒤에도 해경 지휘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해경은 오후 1시에도 119 중앙상황실에서 "우리 헬기가 현장에 2대 도착했고, 수난구조전문요원들이 다 탑승을 하고 있다. 바로 투입하겠다"고 지원에 나섰지만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어떠한 지침을 내리지도 않아 사실상 구조에 손을 놓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장관 의전, 언딘과 유착 의혹도

해경은 대신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경청장의 의전에만 집중했다. 16일 오전 해경본청과 제주청, 인천청과의 녹취록에는 해수부장관이 무안공항 도착시간에 맞춰 현장 구조 중인 헬기를 사용하도록 하거나, 해경청장 의전을 위해 구조헬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사고 당일 해경 해상안전과장이 경비계에 구함업체에 "언딘도 같이 넣어라"고 지시하는 녹취록도 나왔는데, 이는 청해진 해운의 추천으로 언딘을 선정했다는 기존 해경 설명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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