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2014. 6. 2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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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침몰 사고 때 구조된 단원고 2학년 학생 73명이 25일 사고 이후 처음으로 등교를 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71일 만이다. 학생들은 이날 등교에 앞서 '저희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이 글을 통해 참사 이후 겪은 극도의 공포와 친구를 잃은 슬픔을 낱낱이 표현했다.

다음은 학생들이 발표한 '저희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전문이다 

저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 또한 저희는 세월호 사고의 생존학생들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2달이 넘은 지금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은 생할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습니다.

저희는 요즘 여러 감정들이 순간순간 한번에 튀어나올 때가 많습니다. 눈물을 쏟다가도 배를 잡고 웃을 때도 있고 갑자기 우울해졌다가도 금방 웃기도 합니다. 혹시 거리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저희를 보시더라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저희는 저희의 원래 생활을 되찾고 싶습니다. 원래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괜찮냐고, 힘내라고, 고맙다고,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말아주세요.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시선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저희는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가도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들, 그리고 기자들, 어디를 가든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바라봐 주세요.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가 학교에 돌아갈 때 두려운 것들>

-교복, 2학년 이름표, 체육복 등 내가 단원고 학생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들이 싫어요. 사람들이 내가 단원고 학생이라는 걸 알아볼까봐 자꾸 숨게 돼요.

-버스에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싫어요. 영화관에서 학생증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긴장됐어요. 마치 구경당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등하교할 때나 동네에 있을 때 사람들이 단원고 2학년 학생이라고 아는 척하는 것이 너무 싫어요. 도망가고 싶어요.

-기자들이 주변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기자들이 우릴 괴롭히면 쫓아주세요. 단원고를 기자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웃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할까봐 웃지를 못하겠어요.

-평소처럼 대해주세요. 부담스럽게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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