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 공화국]① 동부건설·대우건설,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보 깎고 철근 빼돌리고

최순웅 기자 2014. 6.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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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건축은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시공, 감리, 승인 단계를 엄격히 구분한다. 건설사는 시공하고 감리인은 관리·감독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준공도면과 감리보고서에 기초해 준공과 사용허가를 낸다. 건설사, 감리인, 지자체 공무원이 짬짜미하면 부실공사를 막을 수 없다. 조선비즈는 3자 유착에 의한 아파트 부실시공 사례를 추적했다. 건축물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마피아'의 적폐를 고발한다. [편집자주]

"38층 아파트 코어(중심)를 받치는 보(기둥 위에 가로로 설치돼 지붕 무게를 받치는 건축 구조물)를 깍고 승인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 (김흥열 동부건설 동자동 아스테리움 하청업체 사장)

"58층 아파트 인방보에 철근이 빠졌다." (대우건설 청라 푸르지오 준공 당시 하청업체 철근반장)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 공사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첨단공법이 사용되므로 미(未)시공과 오(誤)시공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공사 도중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면 구조 검토한 뒤 보강해야 하지만 건설사는 비용 절감, 공기 단축 등 사유로 공사를 강행한다. 기둥, 보, 슬라브 등 건물 안전 관련 구조물의 설계변경도 감리만 용인하면 지자체에 보고하지 않기 일쑤다.

최근 건설사, 하청업체, 퇴직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 대형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 동부건설, 아파트 천장 보 절단…지자체에 보고 누락

동부건설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을 부실 시공해 건축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흥열 에어넷트시스템 대표는 "슬라브가 처지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시공사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슬라브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닥, 천정 등을 일컫는다. 지붕이나 바닥이 처지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 대표는 "(시공사가)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기둥의 하중을 지탱하는 보까지 잘랐다"며 "동부건설은 준공승인받을 때 용산구청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스테리움은 고가 아파트다. 전용면적 128㎡의 분양가는 10억7000만~12억7000만원이었다.

조선비즈는 동부건설이 보 절단을 지시한 작업지시서를 입수했다. 작업지시서에는 '콘크리트 타설시 바닥레벨 불량으로 각종 후속공정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동부건설은 작업지시서에서 상부 보를 자르라고 지시했다.

작업지시서에 첨부된 사진에는 바닥이 설계도면보다 100mm 낮게 시공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동부건설이 처진 정도에 따라 A,B,C,D 타입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A,B타입은 기둥에 연결된 슬라브 처짐 정도가 작아 철근 절단 없이 시공할 수 있었지만 C,D타입은 보 안에 있는 철근까지 절단했다"며 "보 절단은 70여 곳이고 이중 34곳은 철근까지 절단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천장 내부 공간 도면상 330㎜였지만 실제 공간은 220~260㎜였다"며 "공사 도중 슬라브 처짐이 의심됐지만 보를 절단해 겨우 에어컨, 환기 장비 설치를 마감했다"고 말했다.

당시 동부건설 직원 장모씨도 "골조공사 부실로 인해 주거 3동 전체에 슬라브 처짐 현상 및 층고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골조 공사를 진행하던 2011년 하반기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기억했다. 장씨는 "발생 초기 현장소장이 자체적으로 봉합하려 하다가 부실 정도를 감당하기 힘들자 2012년 초 주택사업본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보 절단 사실을 인정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코어 부분 보를 절단했지만 구조를 검토해 철판을 보강했다"며 "층마다 5mm정도 허용 오차가 발생한다. 이 오차들이 누적돼 고층부에서 보를 자른 것이지 슬라브 처짐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동부건설은 용산구청에 보 절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해당 자료가 준공 받을 당시 누락됐다. 용산구청이 이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와 확인해보니 준공승인 과정에서 제출 서류에 보 절단 사실이 빠진 것을 확인했다"며 "(시공사의) 보 절단 사실을 숨긴 행위에 대해 행정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행정처분 외 입주민의 불안 해소가 최우선이므로 동부건설과 협의해 안전진단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건축물 안전진단 전문가는 "슬라브 처짐 현상이 우려될 경우 건설사는 구조검토를 통해 보완책을 세워야 한다"며 "보를 깎아 그 속 철근까지 깎아졌다면 구조검토를 실시한 뒤 지자체에 보고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대우건설 시공 아파트 철근 누락…수원지검 수사 증거 입수

인천 청라지구 푸르지오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대우건설이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추가 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 일부 보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은 지난해 밝혀진 적이 있다. 이번에 철근 도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자료가 나오면서 철근이 추가로 누락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협력업체 철근반장 오모씨는 지난해 청라지구 푸르지오 아파트의 주요 시설에 철근이 누락됐다고 입주예정자에게 제보했다. 벽면파괴 방식으로 측정해보니 벨트월층에 설치된 보에 대각철근 50% 가량이 누락됐다. 벨트월은 외부하중을 견디기 위한 건물 구조물의 철근벨트로 고층아파트의 안전성을 높인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중간층인 24층에 6m 높이 벨트월을 설치했다.

수원 화성경찰서는 2011년 10월 철근 도난 혐의를 받은 이모 대우건설 현장반장을 수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이 반장은 같은 해 6월 청라푸르지오 공사 현장에서 철근을 몰래 반출하다 적발돼 8월 해고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사용하다 남은 고철 철근 1톤(t)가량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조선비즈는 최근 수원지검이 증거로 압수한 사진을 입수했다. 사진에 나온 철근은 8톤 이상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이 확보한 고물상 장부에도 유출된 철근량이 8.2t으로 기재돼 있다. 청라푸르지오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고철이라고 주장했지만 증거 사진에 나온 철근은 고철이 아닌 원철근이다"고 반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고철이 아닌 원철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아파트에 들어갈 철근이 누락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상일 입주예정자회 기술위원장은 "사진에서 끝 부분이 'ㄱ'자로 꺽인 철근은 시공을 위해 수량을 맞춰 공장에 주문해 들여온 가공철근"이라며 "아파트 안에 시공됐어야 하는 철근 상당량이 고물상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체 조사 결과 사진 속 철근은 8m길이 두께 25mm다. 사진에 나타난 철근은 700개 이상으로 최소 20t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도난 철근은 16mm이하 철근으로 벨트월이 아닌 슬라브에 들어가는 철근"이라며 추가 누락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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