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맘, 침몰하는 '교육'에서 뛰어내리다

김준형 정치부장 겸 경제부장 2014. 6.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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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준형 정치부장 겸 경제부장][[광화문]]

기초자치단체 선거를 흔히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실제 선거는 대부분 중앙 정치의 지역 버전이었다. 그래서 '선거는 결국 박빙'이라는 말이 확인되곤 했다.

'세월호 심판'을 들고 나온 야권이나,'박근혜 구하기'를 애원하고 나선 여권이나 '지역일꾼'보다는 '국정 책임'을 선거 주제로 몰고 갔다. 그 결과 여야가 막판까지 혼전 끝에 8대9로 광역자치단체장 자리를 나눠가졌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이자 하이라이트인 교육감 선거는 달랐다.

17곳 가운데 13곳이 이른바 '진보' 후보들의 몫이었다. 단체장은 새누리에 투표하면서도, 교육감은 진보진영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서울·경기·강원·전북·광주·전남 등 6곳에서만 진보 후보가 당선됐던 2010년 첫 민선 교육감 선거와는 정반대다.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목적의식'을 공유한 진보 교육감들이 대체로 단일화한 반면,

승리를 자신하고 개인적 이해가 앞선 보수 진영이 분열된 경우가 많았다는 게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정당공천이 배제된 점도 큰 변수였다. 정당 이름이 없는 후보들을 앞에 두고는, 자신의 정치적 선호정당과 엇갈리게 표를 찍는 크로스보팅, 쉽게 말해 '배신'을 하는게 좀 더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설명에만 눈을 두는 건 '진보교육감 시대'의 숙제를 풀어갈 열쇠를 놓치는 일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로 형성된 우리 사회 '앵그리맘, 앵그리 대디'의 실체가 그 첫번째 열쇠다. 세월호 사건으로 깨어난 부모본능은 '분노의 투표'로 표출됐다.

세월호 침몰이후 구조와 수습과정에서 정부 종교 기업 사법 금융 등 사회 어느 한 분야 빠지지 않고 자리 잡은 공고한 '공생고리'가 드러났다. 번듯하게 우리사회의 기득권을 누려온 엘리트들이 주류를 이루는 '보수' 후보들에게서 학부모 유권자들은 '관피아'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은 대형 안전사고뿐이 아니다.

연간 자살로 인한 15~19세 청소년 사망자가 해마다 300명에 육박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 수 만큼이다. 상당수는 성적 등 학교생활과 관련한 중압감이 원인이 되고 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부모는 노후를 몽땅 기약없이 저당잡히며 중장년의 황금기를 휘청거리며 보내게 만드는 교육현실에 대한 절망이 투표로표현됐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롤 모델'로 삼아온 출세지향 엘리트들의 민낯을 새삼 발견한 것도 진보세력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갔다. 서울 교육감선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달리던 인기스타 고승덕 후보를 제치고, 일반 학부모들 사이에선 '듣보잡'이던 조희연후보가 당선된 게 그렇다. 전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딸이 공개한 글을 두고 '정치음모론'을 제기하는 모습은 고시3관왕에 국회의원을 지낸 우리시대 일그러진 영웅의 자화상이다.

여·야, 좌·우, 새누리·새정치의 진영논리를 떠난 '인물 선거'가 어렵다는건 이번에도 광역단체장 선거 당선자수로 확인됐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부모들도 이런 전쟁같은 교육환경에서 허덕이며 살고 싶지 않다는 탈출심리는 진영논리를 넘어섰다. 침몰하는 교육의 배에서 뛰어내려야 살겠다는 긴박감이다.

기존 교육체제를 대표하는 후보들이 "지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있는게 안전하다"는 안내방송을 거듭 내보내도, 앵그리맘 앵그리대디들이 보기엔 뛰어내리는 게 사는 길이었을 것이다.

보수진영이 다른 어떤 지역 선거결과보다도 교육감 선거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진보진영이 책임을 더 무겁게 느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교육의 침몰은 국가의 침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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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준형 정치부장 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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