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품 심한 파스타, 우린 합리적인 파스타를 원한다

2014. 6.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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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파스타는 식사 개념이 아니었다

파스타는 우리나라 외식시장에서 가격 거품이 유독 심한 메뉴다. 지난 수개월 동안 강남의 유명 파스파 전문점 몇 곳을 일부러 찾아가서 먹었지만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다. 인터넷 블로거들은 그 레스토랑들에 대해 칭찬 일변도였지만 필자의 관점에서는 그저 가격이 비싼 밀가루 음식일 뿐이었다.

몇 달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 파스타 전문점에 가서 세 명이 점심으로 파스타만 먹었는데 식대가 9만원 가까이 나왔다. 처음에 파스타 3인분을 주문했지만 양이 적어 추가로 1인분을 더 주문했다. 파스타 맛은 괜찮았지만 소위 만족도(가성비)가 낮았다.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이었지만 재방문할 생각이 전혀 없다. 국내 유명 파스타 레스토랑인데도 파스타의 토핑 자체도 그렇게 풍성하지 않았다. 몇 해 전 청담동 유명 파스타 레스토랑 대표를 만나러 방문한 적이 있다. 지금은 쇠락했지만 한 때 매우 유명했던 파스타 레스토랑이었다. 한창 점심때인데 손님은 반 정도도 없었다. 파스타 레스토랑 대표와 그의 사무실에서 약 3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필자가 그 레스토랑을 나올 때, 전부터 식사를 했던 여성 두 명이 그 때까지도 레스토랑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파스타를 주문하고 무려 3~4시간 정도 머문 것이다. 파스타 전문점이 한국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대가 비싼 만큼 손님은 그 레스토랑에 오래 머문다. 그리고 일부 고객의 겉멋도 한 몫 한다. 고객은 자기가 지불한 음식 가격에 대해 철저히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회전율이 낮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는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야 하고, 비싼 식대는 다시 회전율을 낮춘다. 근원적으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구조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에서 식사라기보다는 전채요리 후 첫 번째로 먹는 밀가루 음식이다. 또한 파스타는 수프 음식이다. 이탈리아 전채요리를 안티파스토(antipasto)라고 부르는 이유는, 파스타(수프) 전에 나오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안티파스토는 식사 전이란 뜻이다. 이탈리아 음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파스타 자체가 완전한 식사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가벼운 식사 메뉴로도 여긴다.

그런 파스타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하나의 식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대체로 중년 남자 층은 파스타를 썩 내켜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년 남자인 필자는 파스타를 좋아하며, 특히 토마토소스를 선호한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지난 주 경기도 성남시 모대학교에 강의를 하러 갔다. 좀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남아 분식집 파스타를 일부러 먹어봤다. 점심을 먹었지만 이 분식집 파스타를 먹은 이유는 5,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이었다. 5,000원짜리 파스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했다. 토마토해물스파게티에서는 캔 제품의 맛이 났다. 수제가 아닌 저렴한 토마토소스로 맛을 냈다. 입맛이 저급한 필자는 다 먹었지만 역시 이 파스타도 재구매할 생각은 없다. 저렴하기는 했지만 맛 자체를 평가할 수 없었다. 일본 서민 파스타인 토마토케첩 범벅의 나폴리탄 파스타의 맛이 났다.

손님은 합리적인 가격의 파스타를 원한다

필자의 관점은 그렇다. 1만 원 대 미만으로 신선한 해산물이 푸짐한 파스타가 먹고 싶다. 그리고 가급적 홈메이드의 맛이 나는 파스타를 원한다. 좀 욕심일까.

얼마 전 발굴한 < ;블루오파스타 > ;가 그런 파스타에 비교적 근접한 곳이다. 기본 콘셉트가 빠름과 캐주얼이지만 음식의 질은 홈메이드적이었다. 이 집에서는 파스타 생면을 손님의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펜네, 콘낄리에, 푸질리, 마카로니 등 숏 파스타로 구성되어 있다. 소스는 비스큐크림 머쉬룸 등 10가지 소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처음 방문한 고객은 주문이 좀 복잡할 수도 있다. 당연하다. 현재 이런 파스타를 제공하는 곳이 여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양질의 식재료만 사용한다. 세몰리나 듀럼밀, 올리브오일, 생크림, 토마토, 자숙 해산물 등을 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파스타 전문점은 전문 셰프 없이 운영한다는 점이다. CK(센트럴 키친)에서 소스와 파스타 생면을 만들어줘 시스템적으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 거품을 뺐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에 손님이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가장 비싼 비스큐크림 파스타는 8,500원이다. 비스큐 소스에서 해산물의 맛이 느껴진다. 소스 맛이 농후하면서 은은해 중년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화학조미료 등 첨가물은 전혀 안 넣어서 다소 밋밋한 맛도 있지만 웰빙적인 느낌으로 다가선다. 촌스러운 필자의 입맛에는 역시 전통적인 볼로네제가 입에 잘 맞았다. 볼로네제의 원래 정식 명칭은 '펜네 알 라구 알라 볼로네제'로 토마토와 채소, 그리고 고기 간 것을 오랜 시간 끓여서 만든 소스 라구를 뜻한다. 이탈리아 각 지역마다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 방법이 다른데 볼로냐식이 가장 유명하다. 볼로네제는 특히 팬네와 잘 맞는다.

다만 이 레스토랑에서는 캐주얼 콘셉트에 적합하게 종이컵에 파스타를 제공하는데 필자의 보수적 관점에서는 파스타의 온도가 금방 식는 것이 좀 아쉽다. 한국 소비자는 높은 온도의 음식을 절대 선호한다.

커피도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지방의 명물인 라바짜로 주문할 수 있어 마무리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전체적인 음식 가격이 저렴하기보다는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정확하다.

지출비용(2인 기준) 비스큐크림파스타 8500원 + 볼로네제파스타 7500원 + 커피 3000원 + 블루민트 레몬에이드 5000원 = 2만4000원

< ;블루오파스타 > ;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65길 1 효봉빌딩 (02)532-4767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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