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남자 유아인

입력 2014. 5. 23. 09:25 수정 2014. 5. 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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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남자는 여자의 로망이다. 호기심이 가득 어린 눈길로, 때론 우수에 찬 눈빛으로 거침없이 누나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유아인과의 특급 밀회.

김수현의 초능력은 한국과 중국을 뒤흔들었지만 40대 여심까지 흔들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들이 흔들린다. 김수현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여심몰이에 나선 배우 유아인. 브라운관을 가득 채운 그의 모습에 여심이 흔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소년의 티를 채 벗지 못한 비주얼에 솔직하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짐승남의 모습이 더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피아노를 치는 감성까지 보여주니 여심이 동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2003년 KBS 성장드라마 < 반올림 > 으로 첫 데뷔전을 치른 유아인은 2010년 < 성균관 스캔들 > 에 출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유아인은 여느 20대 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다시 한 번 드라마에 출연해 대중 스타의 이미지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지만 영화 < 완득이 > 에 출연하면서 '스타'보다는 '배우'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준 것. 이후에도 드라마 < 패션왕 > < 장옥정, 사랑에 살다 > , 영화 < 깡철이 > 를 통해 '찌질한' 캐릭터부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남자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갔다. 그리고 2014년, 영화 < 우아한 거짓말 > 에서 김희애와 처음 만난다. 김희애는 영화의 주연은 아니었지만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준 유아인을 이렇게 회상했다.

" < 완득이 > 때 아인씨를 처음 봤는데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 우아한 거짓말 > 에서는 옆집 총각으로 나오는데 20대 배우들은 망가지기가 쉽지 않잖아요. 멋있어 보이고 싶고 허세도 있을 나이인데 연기를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하는 척이 아니라 정말 그 사람이 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다음번엔 '내가 옆집 아줌마로 출연하겠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어요." 그렇게 톱 여배우의 마음까지 흔든 유아인은 생각보다 빨리 김희애와 다시 만났다. 그 작품이 바로 드라마 < 밀회 > 다. 그렇게 20살 연상녀와의 아찔하고 은밀한 로맨스가 시작됐다.

소신, 그 위험한 줄타기

누구는 허세라 했고 누구는 철학이라고 했다. 평소 트위터를 잘하기로 소문난 유아인은 트위터에 읊어대는 개똥철학(?)이 곧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유아인의 트위터에는 그만의 개똥철학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자신의 이미지에 흠이 생길까 몸을 사리는 다른 20대 배우들과 사뭇 다르다. 덕분에 검색 포털 사이트에 그의 이름만 적어도 '유아인 트위터 허세'라는 연관 검색어가 뜰 정도다.

하지만 그의 글은 단순히 허세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하다. 한번은 장나라의 아버지인 주호성이 제작자로 나선 영화 < 하늘과 바다 > 의 제작 과정에 대해 담담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문체로 제작자의 월권행위를 꼬집은 바 있다. 학력 위조 논란으로 타블로가 흘린 눈물에 대해 "개인의 상처에 나는 책임이 없다고,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할 자신이 있나. 그의 눈물은 모두가 반성하고 함께 치유해야 할 시대의 상처일 것이다. 내게 오지랖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네티즌은 이런 그의 행동에 대해 "용기 있는 발언이다"라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지만 "쓸데없는 간섭"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오지랖은 자기표현이 확실한 그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거침없이 돌직구를 던지는 그의 성격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배우로 성장한 원동력이 됐다. 그 동력으로 매번 욕심내고 오지랖을 부려가며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 < 밀회 > 는 군 입대를 앞두고 초심을 가지고 선택한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초심'에 대해서도 그만의 허세를 부려본다. 남들처럼 초심이 '겸손한 마음 잃지 않겠습니다'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초심이라는 건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무엇을 찾고 있으며, 내 행복이 무엇인가를 가장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에요. 그게 항상 1번이어야 하는데 2번이 되고, 3번이 되는 순간 변질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어 죽겠어도 1번은 지키자고 생각해요. 그다음은 현실적으로 조금 뒤바뀌더라도 말이에요." 솔직하고 호기심 많은 그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기대되는 건 그의 달콤한 허세에 중독되었기 때문일까?

밀회 중인 피아노남

최근 인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김희애와 유아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환호다. 드라마의 인기를 말해준다. 밀회하는 피아노남, 유아인과의 인터뷰.

'클래식'이라는 음악 장르가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연주를 하고, 그 위에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이 함께하니까 서로 더 가깝게 느껴진다. 클래식은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은 장르인데 그것을 친밀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 드라마의 역할이라면 < 밀회 > 는 가치가 있다.

배우로서 < 밀회 > 를 하며 느끼는 점이 있나?

배우로서는 연기적인 갈증을 풀고 있다. 연기할 때 '드디어 왔구나' 하는 감정이 들었다. 아마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유아인이란 배우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걸 정확히 충족시켜줄 것이다.

섬세한 묘사가 일품인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연기할 때 굳이 몸동작 하나하나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뭉뚱그려 생각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설정이 만드는 캐릭터보다 본연의 특수성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악플로 고생했던 걸로 알고 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는 악플이 줄었나?

왜 없었겠나. 그렇지만 칭찬 댓글이 더 많아 악플이 묻혔다.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실 성공한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전에 함께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며 < 밀회 > 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과를 예측할 순 없지만 시청자들에게 '유아인의 매력이 저런 게 있구나, 쟤가 겉멋만 든 애는 아니구나' 라고 여유를 만들어준 계기가 될 것 같다.

그간 독특한 캐릭터만 맡아온 것 같다.

남들과 다른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신으로 연기하고 있다.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하게 되면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간다. 그래야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이선재'라는 역할이 본인과 비슷한 점이 있나?

'이선재'가 나와 잘 맞아 드디어 제 역할을 찾은 것 같다. '이선재'는 순수하지 않은 곳에 등 떠밀려 기로에 서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기감정에 이끌려 강단 있게 나아가기도 하고, 세상 밖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캐릭터다.

불륜을 미화해 '불륜 조장 드라마'라는 이야기도 있다. 해피엔딩일 거라고 예상하는지?

사랑의 결실이 꼭 결혼은 아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봐야 한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오혜원'이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영혼이 됐으면 좋겠다. 두 사람 모두 사랑을 통해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유아인의 말말말

유아인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로 구설에 오르기도,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의 SNS 멘트.

"아름다운 단일화 같은 소리 하네"

지난 대선 전 안철수 대선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하자 "아름다운 단일화 같은 소리 하네. 안철수 비난한 것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권력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야권 또한 마찬가지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민주당은 "영화배우 유아인씨의 말을 무겁게 경청한다"는 공식 논평을 냈으며 유아인은 "자극적인 표현들 끌어안아주시니 송구스럽기도 합니다"라며 감사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10대들, 레이디 가가 공연 관람 안 돼? 쌍팔년도 성교육"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에 '18금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한 한마디. '청소년들이 예술을 즐길 권리'와 '미성년 보호' 두 가지로 의견이 극명히 갈렸지만 대부분 유아인의 직설화법이 속 시원했다는 후문이다.

"누가 되었냐보다 누가 참여해서 무엇을 증명했는지가 중요하다"

10·26 재보궐선거 이후 트위터에 남긴 한마디. 이어 "내가 나의 세대에 속함에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를 지배하게 하지 말고 우리를 위해 일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보통의 20대 청년이 아는 민주주의 참정의 기본이다"라고 했다.

"정당하게 특기 살려 국민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비난해 안타까워"

가장 논란이 됐던 말. 소신 발언으로 네티즌의 지지를 받아온 유아인이 경찰청 홍보단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네티즌의 반발이 커지자 유아인은 경찰청 홍보단을 자진 포기했다.

취재_전유리 기자 | 사진_아레나,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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