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해경 "못 들어갑니다"..교신내용으로 본 당시 상황

심영구 기자 2014. 5. 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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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123정과 목포 해경 상황실, 서해지방해양청 상황실 사이에 주고 받았던 주파수 공용통신(TRS) 교신 내용이 지난 18일 통째로 공개됐다. 참사 한 달이 좀 지난 시점이다. 4월 16일 오전 8시부터 밤 23시 50분대까지의 교신 내용이다.

전체 음성파일 개수는 533개, 각 파일은 짧게는 10초부터 길게는 1시간 23분까지 다양한 길이였다. 교신이 있을 때 이를 감지해 자동 녹음하는 방식이어서 그런 듯하다. 최초 신고가 전달돼 해경이 출동하는 시점 즈음부터 배가 완전히 전복되는 10시 20분 전후까지 들어봤다. 파일 수는 69개, 길이는 다 합쳐서 1시간 10분 정도다. (이 음성파일 이름도 이전의 희생자나 해경 동영상처럼 별도 지정하지 않으면 파일이 생성된 시각(녹음을 시작한)으로 자동 저장됐다. 그래서 시간 확인이 가능했다.)

새로 확인된 교신 내용으로 상황을 다시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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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지시 시각, 8시 58분 맞나?

해경은, 애초에 목포 해경에서 사고 접수하고 출동 지시한 시각이 오전 8시 58분이라고 했다. 이 내용은 늦장 출동한 것 아니냐는 어느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로 발표됐다. 그런데 TRS 녹음파일 중엔 그 시간대 지시하는 내용이 없다. 출동 지시 내용은 090324파일(33초짜리)에 들어있다.

"여기는 목포 타워, 현시각 전남 관매도 남쪽 2.7마일서 여객선 침몰 중, 침몰 중, 모든 선박은 그쪽으로 출동해주기 바랍니다."

그 다음 파일 090403(42초짜리)엔 일일이 함정 이름을 거명하며 같은 내용의 출동 지시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번 침몰 사고에서 잊혀질 수 없는 경비정 P123정이 등장해 지시에 답한다.

"P123, 수신 완료"

출동 지시를 수신했다는 답변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9시 4분에 다시 답할 필요가 있었을까. 시간 차이는 6분이긴 하지만, 발표보다 늦은 시각에 출동했을 가능성이 있다.(출동 시각마저 거짓말을 했을까 싶지만...)

이후 여러 함정에서 "0000 수신 완료"하는 답신이 접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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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28분에 2마일 앞 도착...

진도 해역에서 작전 중이었다는 P123정은, 20여 분 뒤 도착 첫 보고를 했다. 파일 이름은 092541(6분 22초짜리), 파일을 플레이하고 2분 28초가 흐른 뒤였으니 여기 도착한 건 9시 28분을 조금 넘긴 시각이다. 보고 내용은 이렇다.

"현재 도착 2마일 전 쌍안경으로 선박 확인 가능. 좌현으로 45도 정도 기울어져 있고 기타 확인되지 않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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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15분 동안 123정은...

그 사이 목포 해경 상황실은 123정을 계속 부르지만 123정의 응답은 없다.

"123정은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계속 보고해주시고... "

123정의 다음 보고는 094308파일(2분 3초짜리)에 담겨 있다. 보고 시간은 추정컨대 9시 44분쯤이다.

"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 나오고 있답니다. 그래서 일단 직원에게 배에 승선시켜서 안전유도하게끔 유도하겠습니다."

이 보고 전까지 15분 동안 123정은 뭘했을까. 일단 세월호 앞까지 갔다. 그리고 기관장 등 기관직 선원 7명이 나와 있는 걸 보고는 고속단정을 띄워 그들을 먼저 구했다. 4월 28일 123정 정장을 비롯한 해경 대원은, 여러 언론을 상대로 한 공동 인터뷰에서, 123정에 달린 방송장치로 "승객 여러분 총원 바다에 뛰어내리십시오 그리고 퇴선하십시오"를 수차례 실시했다고 말했다. 기관직 선원들이 나온 건 방송 이후였다고 했다.( 이전 취재파일 참고: 해경은 왜...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일까.)

이를 듣고 나온 사람들은 이제까지 나온 증언들을 보면 없는 듯하다. 먼저 도착한 헬기 소리 등 현장 소음이 매우 컸기 때문에 123정의 방송이 선체 내부까지 전달되진 못한 것 같다.

다른 대원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구조를 하기 위해 갔는데 저희 기대랑 다르게 해상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저희도 당황을 더 했고, 접근해보니 선미쪽 3분의 1 지점에 승객이 일부 보였다. 그래서 (고속) 단정을 급히 내려서 단정으로 접근해 구조를 시작했다."

방송을 듣고 나온 게 아니라 선원들은 이미 나와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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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오르긴 했지만...

보고한 대로 123정은 고속단정을 다시 세월호로 보내 먼저 해경대원 1명이 배에 올랐다. 해경이 제공한 당시 동영상을 보면, 이 대원은 배가 기울어져있긴 하나 성큼성큼 잘 걸어갔다. 그런데 가장 먼저 한 일은 구명벌(구명뗏목)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 대원의 설명은 이랬다.

"단정과 우리 본정만으로는 그 많은 인원을 다 수용할 수 없겠다, 구명벌이 필요하겠다, 그런 생각으로 구명벌을 터뜨리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는 사이 123정은 뱃머리를 조타실 쪽으로 대고 그때부터는 선장과 선박직 선원들을 구했다. 094308파일에서 이 내용을 계속 이어 보고했다.

"현재 123정 선수를 여객선에 접안해서 밖에 나온 승객을 한명씩 구조하고 있습니다 이상."

그렇게 선원 8명을 구했다. 선원들은 자신들이 빠져나오기 쉽도록 조타실 쪽에 밧줄을 묶어 이를 이용해 안전하게 내려왔다. 123정 대원들이 거꾸로 이 밧줄을 이용해 선체 내로 진입하거나 아직 위에 있던 선원들에게 안에 나오라고 알리라고 할 수도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역시 123정 대원의 말이다.

"조타실 쪽에 사람이 보였다. 저쪽에 인원이 많나보다, 그래서 먼저 구한 건데... 그 다음에는... 왜 사람이 안 나오지? 이거 어디가 잘못된 거지? 왜 퇴선을 안 시켰지?"

당연히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와서 당황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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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너무 심하다...올라가서 승객 안정시켜라?

몇분간 답신이 없던 123정은 094736(5분짜리)에 다시 나온다.

"현재 본부기 좌현 선수를 접안해 승객을 태우고 있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사람이 지금 하선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잠시 후에 침몰할 ... "

"현재 배가 약 60도까지 기울어서 함수 좌현 현측이 완전히 다 침수되고 있습니다."

4분 정도가 지나 9시 51분,

"여기는 123정, 현재 승객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답니다. 빨리 122 구조대가 와서 빨리 구조해야할 것 같습니다."

122구조대는 육상의 119구조대처럼 해난사고 전문구조대다. 뒤에 확인된 사실이나 122구조대는 세월호가 침몰한 뒤인 11시 20분쯤에 도착했다. 123정 대원들은, 적어도 이 시점에서 혹은 그 전부터, 승객 절반 이상이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본청과 서해청 지시사항이 전달된다.

"123 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타서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

이 지시에 따라 대원들이 들어갔다면 안정시키라는 지시 따라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까.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해 엉뚱한 지시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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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지나 선체 진입 지시 나왔지만...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지 20분이 지나 선체 진입 지시가 나왔지만 경사가 너무 심해 올라갈 수 없다는 답변은 반복됐다. 다음 파일인 095321(2분 38초짜리)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있다.

"상황 봐가면서 정장이 최대한도로 승선원을 구조할 수 있도록 조치 바람"

"저희 직원들을 승선시키려고 하는데 너무 경사가 심해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자 목포 해경서장이 직접 무전기를 잡았다. 095607파일(3분 56초짜리)에서다.

"근처에 어선들도 많고 하니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치거나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되나, 반대방향으로?"

"좌현 현측이 완전히 침수돼 좌현쪽으로는 뛰어내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완전 누운 상태라 항공에 의한 구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차분하게 마이크 이용해서 활용하고 우리가 당황하지 말고 우리 직원도 올라가서 하고 그래도 안되면 마이크를 이용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바다로 뛰어내리는 게 최선이라는 걸 서장은 알고 있었으나 이런 지시는 도착한지 거의 30분이 다 돼서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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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4분... 방송해서 빠져나오게 유도하라...

100449파일(1분 54초짜리)에서 서장은 다시 지시했다.

"다시 한번 침착하게 방송해서 반대방향 쪽으로 뛰어내리게끔 유도해봐. 지금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한 사람만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 줄줄이 따라나오니까. 방송을 해서 방송 내용이 안에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한번 해보세요."

여기에 대한 123정의 답신은 없었다. 이미 이런 지시대로 이행하기는 불가능해져버린 시점이었다.

이러는 사이 일부 승객은 알아서 배 우현을 통해 탈출했고 전남도청 어업지도선도 배 우현쪽에서 밧줄을 매고 올라가 여러 승객을 구했다.

10시 17분 배는 108도까지 기울어졌고, 그때 승객 1명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됐다. 10시 20분쯤 마지막 구조가 이뤄졌고 10시 23분 배는 완전히 뒤집혔다. 그 이후로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새로 나온 교신 내용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해경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했다. 가장 중요한 도착 초기 30분을 눈에 보이는 선원들만 구조하는 데 급급했다.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조직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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