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침수한계선까지 물 들어차자 탈출.. 배 전복 예상하고 있었다

남상욱기자 2014. 5. 1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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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 발표로 본 선원들의 행적선박 복원성 문제 사전에 알아.. 문 안 열릴 것 걱정제주VTS "퇴선 준비" .. " 방송 안 된다" 거짓말만

"승객들이 빠져 나오지 못해 사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교감하고 자신들만 탈출하기로 공모했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가 15일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생존 선원 15명을 살인(이준석 선장 등 4명)과 유기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최종 판단은 이랬다. 침몰 당시 선원들의 행동을 종합해 보면 '승객들이 익사하게 된다는 상황을 인식하고도 자신들만 살겠다고 승객을 버렸다'는 것이다. 선원들은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침몰 사실 알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48분 조타수의 과실로 세월호가 급선회한 직후 배가 크게 기울자 각자 선실에 있던 선원들이 5층 조타실로 모여들었다. 15분 전 조타실을 비우고 자신의 침실에서 쉬고 있던 이 선장도 오전 8시 52분 들어왔다. 이전 조타실에는 입사 4개월차 3등 항해사 박모(26)씨와 조타수 조모(56)씨가 운항을 도맡고 있었다. 조씨는 지난해 12월에도 변침 실수를 범해 한 동안 조타를 금지당한 적도 있었다.

선원들의 행적을 보면 이들은 이 때 이미 침몰을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 조타실에 있었던 기관장 박모(58)씨는 엔진을 정지시킨 후 곧바로 기관실에 있는 선원들에게 탈출을 지시했다. 배가 기울어져 갑판에 있던 컨테이너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배가 전복될 것을 이미 알았다는 것이다. 박씨의 전화를 받은 기관실 선원 3명과 3층 기관부 선실에 있던 또 다른 선원 3명, 조타실을 빠져나온 기관장 박씨는 오전 9시 6분부터 이미 3층에서 구조대를 기다렸다.

이들 기관부 선원 7명은 오전 9시 39분 배에 접근한 해경 구명정에 의해 가장 먼저 구조될 때까지 30여분동안 "아무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부상으로 옆 통로에 쓰러져 있던 조리원 두 명도 못 본 척했다.

오전 9시 34분쯤 세월호가 침수한계선(3층 갑판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을 때 조타실 선원들은 세월호가 곧 전복될 것을 알고 배를 빠져나기로 했다는 게 수사본부의 판단이다. 선실의 문이 수압으로 열리지 않을 것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즉 승객들을 그대로 두면 모두 익사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들은 배의 복원성에 문제가 있어 사고 직후부터 침몰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승객 구호 지시 수차례 묵살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진도VTS가 세월호와 접속하기 전인 오전 9시에 이미 "퇴선할지 모르니 준비하라"고 교신했다. 하지만 선원들은 묵살했다. 오전 9시 7분부터 진도VTS와 교신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오전 9시 13분 인근 선박이 구조요청을 받아 21분과 23분 "탈출하면 구조하겠다"고 응답한 사실을 모두 인지했지만 승객 퇴선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오전 9시 24분 진도VTS가 '경비정이 15분 후에 도착할 테니 승객들에게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요. 빨리'라는 교신마저 묵살했다.

이들은 오히려 거짓 정보를 전했다. 관제센터에 '이동이 불가능하다' '방송이 안 된다'고 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선원들은 자기 선실로 돌아가 사복을 바꿔 입고 나왔고, 선내 방송은 안 된 것이 아니라 버튼을 잘못 눌렀을 뿐이었다. 퇴선조치를 하려는 마음만 있었다면 비상경보시설, 무전기, 선실의 선내전화 등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이들은 3층 객실 안내데스크에 있던 매니저 박지영씨 등이 무전기로 "승객들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지만 이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승객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안전과 관련된 어떤 대화도 행동도 조타실 내에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전 9시 39분 선장을 포함한 조타실의 선원들은 경비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조타실을 뛰쳐나갔다. 그 뒤로 진도VTS는 수차례 "세월호"를 불렀고, 승객들은 모두 선실에서 다음 안내 방송만 기다렸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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