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11분'..그때도 아이들은 '구조'를 기다렸다

김관 2014. 5. 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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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전에 전해드린 박수현 군의 사진을 입수한 김관 기자가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고 박수현 군의 사진들은 추가로 발견된 건가요?

[기자]

제가 들고 있는 것은 고 박수현 군의 마지막 유품이 휴대전화입니다.

액정은 뿌옇게 흐려져 있고, 내부가 부식돼 갈라져 있습니다.

오늘(5일) 새롭게 보도해드린 사진은 실제로 추가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박수현 군의 유가족분들이 JTBC에 제보할 당시 동영상과 함께 보내주셨던 건데 앞서서는 동영상 위주로 보도해드렸고, 지금은 이 파일들의 생성 시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동영상이 촬영됐던 것보다 1시간 뒤에 찍힌 사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보도해드렸습니다.

[앵커]

최초 신고가 8시 52분에 접수됐고, 고 박수현 군이 마지막 사진을 찍은 게 10시 11분으로 돼 있죠. 그러니까 무려 1시간 20분입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었던 게 하나도 없었다는 거죠?

[기자]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선원들에게도, 정부에게도 버림받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최초 신고는 학생이 했는데 정작 구출된 건 선원들이었죠.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은 9시 40분 안팎에 모두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들은 오늘 검경 합동 수사본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구조정이 올 것을 예상하고 선실 앞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구조정이 다가오자 손까지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시간에 정부는 온갖 부처들이 대책본부를 만들었다며 가동했습니다.

안전행정부, 해경, 해군, 국방부, 해수부 등 모조리 다 할 수 있는 부처들은 다 대책본부를 가동했지만 선내 투입을 적극적으로 지시할 만큼 지휘력을 발휘한 곳은 없었습니다.

가장 근접해서 갔던 해경을 예로 들면 내부로 들어가 구조할 생각은 안 하고 밖에서 빠져나오는 승객만 구하고 있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대형 빌딩에 불이 났는데 소방대원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출입만 앞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만 구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뒤늦게 밝혀진 것은 당시 해경도 교신을 통해 배 안에 4~500명의 승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선원뿐 아니라 해경도 인지했는데 구하지 않았다, 직무유기가 사실 선원이나 해경이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앵커]

1등 항해사가 왜 휴대전화를 가지러 다시 들어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조타실 쪽이었습니까?

[기자]

정확히 따지면 침실 쪽이었습니다.

사실 1등 항해사면 선장 못지 않게 중책을 맡은 인물입니다.

[앵커]

조타실에 있다가 나왔다가 다시 휴대전화를 가지러 간다며 침실 쪽으로 갔다는 거죠. 박수현 군의 사진을 통해 구조를 분석해보면 굉장히 가까운 지점이었다는 말이죠. 한마디만 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참 안타깝군요.

[기자]

휴대전화를 다시 가지러 갈 정신이 있었다면 학생들이 있다는 것도 항해사 입장에서 알았을 것입니다.

앞서도 전해드렸지만, 계단과 계단이 아래 위로 뚫려 있는 공간이 있었고, 아이들 대부분이 복도 밖으로 나와 있든지, 객실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어딘가에서 큰소리만 쳤다면 아이들끼리 전달해서라도 탈출을 모색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지난번에 고 박수현 군의 아버님 되시는 박종대 씨께서 저희에게 동영상을 전해주심과 동시에 2장의 사진을 전해주신 바 있습니다. 배 난간을 찍었는데 기울었던 사진, 배 안의 홀을 찍었는데 기울었던 사진,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수현이가 사진을 찍을 때 허투루 찍지 않는다"고 하셨단 말이죠. 이번에도 사진 8장 중에 특히 마지막에 나왔던 구명동의를 꼭 조여 맨 모습을 선명하고 상세하게 의도적으로 찍은 것 같더라고요. 그 상황에서도 사진을 허투루 찍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15분이나 동영상을 찍었는데 마지막에는 스틸 사진으로 돌아갔는데 그건 왜 그랬을까요?

[기자]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오늘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 씨와 통화를 했습니다.

박종대 씨에 따르면 휴대전화 배터리를 아껴서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나 어머니와 통화를 시도하려 했던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관련해서 말씀하신 박종대 씨 이야기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박종대/고 박수현 군 아버지 : 우리 수현이가 평상시에 음악을 좋아해서, 휴대전화로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까 배터리가 방전되는 걸 우려해 10시 11분까지는 사진을 찍은 것 같고 마지막 남은 배터리로 아빠한테 전화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결국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아버님 이야기로는 이때 통화를 놓친 것이 통한으로 남는다, 뼈저리게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는 말씀 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박종대/고 박수현 군 아버지 : 전화 연결은 안 됐고, 나중에 확인하니까 부재중 전화로 떠 있더라고요. 아마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마지막 전화를 했는데 신호가 가다가 끊어진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쉽습니다. 아직까지도 한으로 남습니다.]

제가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가족 중 한 분은 "배 안의 아이들은 실제 상황인데, 초반 정부 대응은 마치 예행연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이번 사건을 보면서 뼈저리게 기억해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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