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시20분 무렵 난간까지 나온 이들만 '구사일생'

이왕구기자 2014. 4. 2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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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업지도선 전남201호 구조 동영상 공개침몰 직전 우현쪽에서 수십명 한꺼번에 구조

세월호가 90도 이상 기울어 뒤집어지면서 마지막으로 승객들이 대거 배 밖으로 탈출한 장면이 29일 어업지도선 전남 201호의 동영상에서 확인됐다. 배가 뒤집어지면서 침몰 직전 우현 쪽에서 수십명이 우르르 바다로 뛰어내린 뒤 순식간에 배가 물 속으로 침몰돼 오전 10시 20분쯤까지 난간까지 나오는데 성공한 이들만 목숨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전 10시 4분부터 25분까지 전남 201호 박승기(44) 항해사가 촬영한 이 동영상은 전날 공개된 해경의 동영상과 달리 배가 가라앉기 직전 마지막 탈출에 성공한 승객들의 모습을 긴박하게 전해 준다.

전남 201호가 세월호에 접근한 시간은 세월호의 좌현이 70도 이상 기운 오전 10시 8분쯤이다. 주변에 여러 척의 어선이 있었지만 세월호에 접안해 이 때까지도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배는 전남 201호와 해경 보트, 민간 어선 피시헌터호 3척에 불과했다. 전남 201호가 세월호 선미쪽에 접근해 로프를 걸고 배에서 뛰어내린 학생 7, 8명을 구하는 5~6분 사이 세월호는 순식간에 90도 가까이 기울어 좌현이 물에 침수됐다. 상황에 공포에 질린 여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40~50명의 승객들이 한꺼번에 구조된 것은 오전 10시 19~21분의 짧은 순간이었다. 좌현이 완전히 물에 잠기고 우현까지 물에 잠기려는 과정에서 전남 201호가 다시 세월호에 다가간 오전 10시 19분 뒤집어지고 있는 우현 쪽 난간에 매달려 있던 학생들 수십 명이 우르르 탈출했다. 일부 승객들은 이미 바다로 뛰어들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고, 난간 안쪽에서 20~30명이 다급하게 배를 미끌어져 내려오거나 뛰어내렸다. 배를 대려는 인근 피시헌터호의 뱃머리를 잡고 기어오르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때 단원고 2학년 박호진군이 울고 있는 권지연(5)양을 안고 "받아요, 아기, 아기"라고 외치며 전남 201호로 권양을 넘겨줬다. 권양은 부모와 오빠 등 전 가족을 잃고 홀로 배를 빠져나와 안타까움을 더했었다.

직후 세월호는 물 아래로 잠겨 영상이 끝나는 오전 10시 25분에는 이미 우현 3~5층 난간까지 모두 물 아래로 잠겨 더 이상의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가 선수만 남기고 완전히 물에 잠긴 것은 오전 10시 31분이다.

박승기 항해사에 따르면 오전 10시 21분쯤까지 몇 분 동안 우현 쪽에서 구조한 승객이 40명 정도다. 해경이 세월호에 도착한 직후인 오전 9시 39분부터 가장 먼저 선원들이 물에 젖지 않은 채 한가롭게 해경 고무보트를 타고 나온 것과 달리 대부분의 승객들은 침몰 직전 말 그대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그나마 자신의 판단에 따라 바깥쪽으로 이동한 승객들이 목숨을 구했을 뿐, "대기하라"는 지시를 충실하게 지키며 구조를 기다렸던 수많은 학생들은 구조대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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