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LG 단장이 말한 40시간은 무슨 뜻일까

스페셜 2014. 4. 2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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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프롤로그재작년. 야구 열풍이 뜨거웠다. 그 인기에 슬쩍 숟가락을 얹었다. <야구는 구라다>. 모 포털 사이트에 60회 정도 연재됐다. 멈춘 지 수개월. 걸음을 다시 시작한다. 품격은 기대 마시라. 거칠고, 생경한 글이다. 칼럼이라는 이름도 버겁다. 친구와 술자리 넋두리 쯤? 억측과 구라가 대부분이다. 그냥 즐기시라.( 필자의 변 (辨))

김기태 감독의 사퇴 소식을 처음 접하고 가책을 느꼈다. 혹시, 그럴 리는 없지만, '지난 회 <...구라다>가 상처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조폭 영화 같은 정찬헌의 빈볼'이라는 제목으로 썼던 그 글 말이다. 보신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분명히 김 감독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었다. 선배들을 비롯한 그 팀의 문화,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 전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치졸한 선후배 문화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래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야구인이다. 그가 인성도 잘 갖춰진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그의 사퇴 뉴스는 더 마음이 쓰였다. 왜 그랬는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당시 정황이나, 그의 말, 주변 사람 인터뷰를 유심히 체크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납득 불능'이었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가 사퇴한 것은 알겠는데, 왜 그랬는지에 대한 속시원한 해명은 어디서도 찾지 못했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는데, 수긍이 가는 설명은 없다. 그런 거 딱 질색인데, 영 찜찜하다.

기사를 기초한 사건의 재구성

그날 사건을 정리해보자. 이제까지 각종 미디어에 보도되고, 알려진 바에 따라 공통적인 팩트들을 종합한 것이다.

▶ 22일(화) 대구 삼성전에서 패한 뒤 김 감독은 송구홍 운영팀장에게 백순길 단장과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 백 단장은 보통 게임에 진 날은 감독이 보자는 말을 잘 안하는 데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용병 얘기인가'라고 짐작했다. 장소는 원정 숙소인 김 감독의 호텔 방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백 단장은 "그런 얘기 하지 마시라. 못 들은 걸로 하겠다"며 일단 자리를 떴다.

▶ 23일(수) 오전 다시 만났다. 이때는 백 단장 혼자가 아니고 LG 남상건 사장도 함께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트윈스는 김 감독의 가족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백 단장은 "힘으로라도 유니폼을 입혀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이라고 했다.

▶ 선수단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구장으로 나간 상태고, 기자들에게는 '감독이 장염 증세로 못 왔다'고 둘러댔다. 한편으로는 호텔 방에서 김 감독을 설득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김 감독은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 저녁 8시쯤 호텔 방을 나서 서울로 갔다(6시 KTX라는 설도 있음).

백 단장과 김 감독의 대화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김 감독은 팀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충격요법으로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의지였다. 시즌 중반에 하면 늦고, 초반에 해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트윈스 측에서 나온 소스로 작성된 얘기들이다. 김 감독은 그 후로 미디어와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간간이 흘러나오는 말들도 비슷했다.

어느 매체에서는 22일 LG선수들이 삭발한 점에 대해 언급이 됐다. "40이 넘은 친구들이 짧게 머리를 깎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 같아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감독 때문에 선수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라고 고통스러워 했다고 한다. 그의 성품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또 상당수 매체들은 차명석 코치가 버려진 데 대한 미안함, 선수단에 처우에 대한 불만 등이 쌓여 있다가 폭발한 것으로 진단했다.

그의 행동 방식이 아니다

언급된 이유들은 다 맞는 얘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수긍하기 어렵다. '이거다' 싶은 결정적인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 시점에서, 그렇게 중요한 결정을 갑자기 했느냐는 것이다.

20게임도 안 되는 시기에 충격요법이라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삭발한 모습을 보고 감정이 치밀었다는 것도(그의 성품상 이해는 가지만) 극단적인 결정의 원인으로 보기에 약하다. 어느 팀이건 연패에 빠지면 간혹 하는 일 아닌가. (트윈스 팬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막말로 LG가 그런 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뭔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다. 김 감독으로 하여금 일생일대의 결정을 하게 만든 핵심적인,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고 본다. 물론 짐작이다. 구체적인 사실에 입각한 추론도 아니다. 개뿔 근거도 없다. 그냥 소설이고, 억측이다. 아시지 않는가 <야구는 구라다>는 원래부터 구라와 상상력을 기초로 작성된다는 사실.

다 좋다. 앞서 나온 이유들이 다 맞다고 치자. 그래서 갑자기 감독 자리를 팽겨쳤다고 치자. 그래도 끝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그의 행동 방식이다. 적어도 이제껏 알려진 '인간 김기태'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다. 만약 그가 정상적인 판단력을 갖고 어떤 중대한 결정을 했다면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정식으로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이건, 라커룸이건 선수단 전체를 모아서 '왜 이러는 지' 이해를 구하고 설명했을 것이다. 물론 팀의 장래도 부탁했을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에도 직접 나서서 얼굴을 마주보고 해명했을 것이다. 기자들이랑 친해서? 아니다. 그게 팬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직장에 출근도 하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호텔 방에서 단장에게 통보하고 그걸로 끝냈다. 내팽개치듯,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이건 그의 방식이 아니다. 팬과, 팀과, 자기 스태프와 선수들을 일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던 사람의 방식이 아니다. 뭔가가 있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

한 언론이 백 단장에게 '구단과 마찰은 없었나'라는 질문을 했다. 그걸 부인하는 대답이 이랬다. "그랬다면 나와 40시간 가까이 얘기를 하겠나." 이상하다. 사퇴 의사를 밝히고, 그 다음날 정식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많이 잡아봐야 20시간 남짓이다. 그런데 40시간이라니….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차이가 너무 크다. 백 단장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격앙됐던 김 감독의 마음이 지금은 조금 풀어진 상태"라고. 뭔가 '격앙'됐던 사건이 있다는 뜻이다. 절친인 염경엽 감독이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때"라며 입을 닫는 것도 그렇다.

물론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다고 해도 밝히지 않는 편이 나을 지 모르겠다. 그게 LG 구단이나, 김 감독 개인의 야구 인생을 위해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그 얘기를 끄집어 내고 밝혀야 하는 이유는 '팬들의 존재' 때문이다.

LG는 가장 욕을 많이 먹는 구단 중 하나다. 물론 비난 받을 일이었지만, 다른 팀보다 훨씬 더 쎈 욕을 얻어먹곤 했다. 누구나 잘못은 한다. 그러나 정확한 팩트를 팬들과 공유하고, 설명했다면 그렇게까지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숨기고, 왜곡시키려다가 문제는 더 커진다. 불신은 괴리감으로 쌓인다. 진실은 우리를 가장 두렵고, 힘들게 하는 존재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정답을 가리키고 있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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