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교사들 심각한 공황..거울도 못봐"

2014. 4. 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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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 재학생 등교와 함께 심리치료 시작

- 못 구한 게 아니라 안 구했단 배신감 커

- 교사들 진도에 보내는 건 가혹한 고문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운선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지 열흘째인데요. 수학여행 갔던 2학년을 제외한 단원고 학생들이 어제부터 등교를 시작했습니다. 남은 이들의 충격도 적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이들에게도 심리치료 수업이 진행이 됐다는데요. 그 심리치료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분을 잠깐 연결해 보죠.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센터장이세요. 경북대 의대 정운선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시죠?

◆ 정운선 >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 어제는 고3 학생들 심리치료를 하셨다고요? 그런데 이 사고수습 때문에 학교 측에 지금 외부인들이 많이 들어가 있을 것 같은데. 좀 어수선한 상황에서 아이들 등교해도 괜찮은 겁니까?

◆ 정운선 > 저희가 사실 이전에 학교가 재개되기 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주에는 언론들이 다 들어와 있었고요. 실종자 가족들도 강당에 많이 계셨고. 실종자 가족 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려고 와 계셨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가 다시 열리기 전부터 학교에 많이 왔었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들의 말이 '학교가 너무 낯설다' '저렇게 라면이 많이 쌓여져 있는데 왜 저 사람들을 구조하러 가지 않느냐, 저 라면이 쌓여져 있는데 우리는 먹을 수도 없고 우리 학교가 왜 이렇게 됐냐' 그런 얘기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수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이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을 하고 학교 측과 협조를 해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정비를 했구요. 자발적으로 나가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김현정 > 그래서 빨리 이제 안정된 예전 모습으로 학교도 돌아가고 아이도 돌아가는 게 급하다, 이 말씀이신 거군요?

◆ 정운선 > 맞습니다.

◇ 김현정 > 일주일 동안 학교 안 나오고 언론 통해서 후배들, 2학년생 80%가 숨지거나 실종됐다는 소식을 아이들이 지금 접하고 온 거지 않습니까? 이 아이들 심리가 어떨까, 참 이 아이들도 걱정이에요.

◆ 정운선 > 3학년 아이들의 경우에는 2학년 아이들과의 추억이 많은 아이들입니다. 같은 동아리나 아니면 선후배 사이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형제들끼리 이렇게 친구관계에 있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추억이 많은 경우에는 거기에 대한 애도 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카드 쓰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쓰고 싶은 말을 쓰라고 저희가 얘기를 했었고요. 많이 힘들어서 쓰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요. 그리고 이제 그런 아이들의 경우에는 쓰는 경우가 쓰지 못하는 아이들보다 건강한 애도 반응을 지금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 그 카드에다가는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담았습니까?

◆ 정운선 > 사망한 아이한테 보내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아이가 발견되면 그 아이한테 꼭 전달을 해 달라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언론에 대한 분노나 언론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 정부 관계자 분들이나 선생님들한테도 '선생님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너를 잊지 않을 테니 1년에 한 번씩 꼭 찾아가겠다'고 이야기 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눈물)

◇ 김현정 > 예.... 아이들이...

◆ 정운선 > 그리고... (눈물) 마른 아이들한테는 하늘나라에 가서는 잘 먹고 살이 찌기를 바란다는 말을 한 아이들을 있었고요... 아이들이 쓰고 싶은 말을 쓰라고 했는데 정말 많은 내용들을 적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저희들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토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저희들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지금 애쓰고 있습니다.

◇ 김현정 > 그런 감정들을 이렇게 써서 토해내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아이들 정신 건강에 좋은 거군요..?

◆ 정운선 > 압력솥으로 비교하자면 압력솥에 압력이 꽉 차면 언젠가는 터져버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공기를 조금씩 조금씩 빼주면 그것이 위험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럴 때에는 아이들이 굉장히 모든 반응들을 나타낼 수 있거든요. 분노나 아니면 슬픔 아니면 오히려 무관심 그런 것들이 나타날수록 감정도 굉장히 기복이 심할 수 있는데요. 그런 모든 것이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라는 걸 아이들한테 알려주고 본인들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현재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아니다. 급성스트레스 반응이고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저희가 교육과 안내를 하였습니다.

◇ 김현정 > 이번 '사고'에 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던가요?

◆ 정운선 > 그 부분들은 사실... 아이들로서는 직접적인 어떤 가족과 같은 후배들(실종자들)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상실감이 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 그렇죠.

◆ 정운선 > 그러니까 어른들이 싸우기만 하고 구조하러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싸움을 중단하고 어른들이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아이들의 어떤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계속 사과를 해야 될 것 같아서 저희도 어른의 대표로서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는 안 하나 모르겠어요. 즉 아이들이 지금 구조조끼 잘 입고 방송에서 나오는 대로 질서를 지키다가 규칙을 지키다가 지금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그 부분을 어른인 저희도 충격 받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충격 받았을까...

◆ 정운선 > 그러니까 그런 부분들이 사실 저희가 치료하는 데도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에 대한 불신이 좀 생긴 상황이고요. 그런 불신을 저희가 다루어주지 않으면 치료적인 접근도 사실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런 불신은 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를 믿으라고 한다고 얘네들이 한번 배신을 당했는데 어떻게 다시 믿겠습니까?

◇ 김현정 > 배신 당했다고 생각합니까? 어른들이 못 구해 준 게 아니라 안 구해 준 거란 이런 배신?

◆ 정운선 > 그렇죠. 맞습니다. 그런 뜻입니다.

↑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 임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 배신감... 참 아프네요. 못 구한 게 아니라 안 구해줬다, 우리를 어른들이...참 아픈 말이네요. 그리고 선생님, 저는 학생들만큼이나 제자 잃은 교사분들도 걱정이에요.

◆ 정운선 > 네, 맞습니다. 선생님들도 중요합니다.

◇ 김현정 > '거울도 못 보겠다', '닫힌 곳으로 못 들어가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다면서요?

◆ 정운선 >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굉장히 많으십니다. 저희가 선생님들에 대한 심리검사를 시행했는데요. 굉장히 지금 불안도도 높고 우울도도 높고요. 지금 현재 선생님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선생님들이 가장 크기 때문에 자기들, 본인들이 상담을 받거나 그런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워낙 언론이나 다른 분들한테 공격을 많이 받으셨기 때문에.

◇ 김현정 > 선생님들도요?

◆ 정운선 > 그렇죠. 선생님들이 언론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교감선생님이 저렇게 되신 것 아닙니까..

◇ 김현정 > 그렇군요. 인솔 교사가 책임감 느끼고 이런 것들.

◆ 정운선 > 그래서 선생님에 대한 지원이 정말 중요한데요. 현재 선생님들이 너무 일에 바빠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나 신체적인 어떤 에너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아직까지도 진도에 계속 선생님을 파견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 김현정 > 진도에도 가 계시죠, 선생님들이?

◆ 정운선 > 네, 거기 가는 건 정말 그 선생님들한테는 가혹한 고문입니다. 제가 전문가 의견으로서 지난주 목요일부터 지속적으로 진도에 가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직도 그게 시행되는 걸로 알고 있고요. 이것은 빨리 중단을 해야지 단원고를 살릴 수 있습니다.

◇ 김현정 > 단원고를 살릴 수 있다.... 그 부분이 중요하네요. 선생님들 사는 문제를 떠나서 단원고 살리는 문제이기도하고 안산이 사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 정운선 > 맞습니다. 단원고가 살아야지 안산이 살 수 있고요. 그렇게 해야지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이 이런 충격에서 이런 충격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구나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 좋은 부분 많이 지적해 주셨어요. 선생님, 제가 죄송한 부탁입니다마는 우리 아이들 꼭 책임지고 끝까지 보듬어주셔야 됩니다.

◆ 정운선 > 제가 힘은 별로 없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제 뒤에는 전문가 선생님들이 정말 열성적으로 도와주고 계시고요. 저희가 지역사회에 있는 선생님들과 연계를 해서 이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지금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 오늘 고맙습니다. 정운선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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