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청해진해운·㈜천해지 여신 없는 이유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금융감독 당국이 국내 모든 연안 여객 선사를 대상으로 부실 대출 긴급 점검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말 현재 시중은행중 유일하게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대주주인 ㈜천해지에 대한 여신이 전무한 우리은행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정부가 대주주인 탓에 각종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지원시 산업은행과 함께 채권단에서 빠지지 않는 은행으로 꼽혀 왔다. 실제로 조선업의 경우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21세기조선, 신아SB(옛 SLS조선) 등 주요 구조조정 조선사에 여신이 물려있는 관계로 채권단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해운업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은행은 업종별 전망을 통해 '해운관련 업종'에 대해 C군 또는 '축소' 업종으로 분류해 리스크를 관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경영상태가 좋지 못한 중소형 해운사에 대해서는 신규 여신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모기업의 신용이 뒷받침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잔액 기준) 현재 1100억원, 680억원의 대출을 취급했지만, 중소형 해운사에 대한 신규 여신은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신 축소 업종 또는 관리산업 C군으로 지정돼 운용될 경우 신용도 등 회사 경영 상태에 따라 신규·증대, 연장·재약정 등 전결권에 제한이 따르게 된다"며 "청해진해운, 천해지 등의 경영 및 재무상태 등을 보았을 때 내규상 대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다만, 지난해 말(감사보고서 기준) 현재 청해진해운의 관계사인 ㈜다판다, ㈜문진미디어, ㈜세모 등 3곳에 각각 30억원, 20억원, 157억원의 대출잔액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들 3사는 해운업과 관련없는 화장품·건강식품, 도서출판·전자상거래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특수은행중에서는 과거 PF(프로젝트 파이낸스)대출로 몸살을 앓았던 농협은행 역시 청해진해운과 ㈜천해지에 대한 여신이 없다.
농협은행은 특히 지난해 초 STX 사태 직후 지주사 차원에서 '조선·해운·건설 등 3대 경기민감업종 익스포저 특별관리 TF'를 운영하면서 '해운업종'에 대한 신규여신은 취급이 불가능한 상태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청해진해운을 포함한 8개 관계사에 대한 대출 취급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청해진해운과 ㈜천해지에 가장 많은 대출을 취급한 산업은행의 경우에도 해운업에 대한 리스크관리 방안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현재 청해진해운과 ㈜천해지에 대한 산은의 대출 잔액은 각각 169억원, 330억원 등으로, 전체 은행권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을 취급하는 산은의 경우 위험업종에 대한 여신심사 과정에서 회계법인 실사 등 재무적 자료에 의존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운업종중 여객선에 집중된 중·소해운사에 대해서는 단순한 담보가치 이외에 안전기준 충족 여부 등 비계량평가항목에 대한 여신심사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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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kys7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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