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앞다퉈 구조선에 올라탄 선원들, 웃으며 휴대폰 통화까지..

목포 입력 2014. 4. 25. 03:39 수정 2014. 4. 25.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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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해경 촬영 동영상으로 본 당시 상황구조대 도착 때 이미 60~70도 기울어.. 탈출시간 10여분 불과90도 이상 넘어간 후 침수되지 않은 객실서 "살려달라" 외침조금만 빨랐더라면..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구조된 선원들은 앞다퉈 해경의 구조 선박에 올랐고 구조 뒤 웃으며 통화를 하기도 했다. 세월호가 이상 발생 후 전복돼 바다에 잠기기까지 1시간 40분이 걸렸지만 실질적인 구조시간은 20분이 될까말까했다. 수사 진행에 따라 사고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선원들과 구조대의 대처에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선원들 태연자약한 탈출 장면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123정이 촬영한 동영상에 따르면 이준석(69)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제치고 먼저 구조 선박에 올라탔다. 해경의 헬기와 123정은 오전 9시30분 현장에 도착, 오전 9시35분 123정에서 고무보트가 출동해 구조를 시작했다. 이 때 가장 먼저 갑판으로 나온 승무원들이 한 명도 바다에 빠지지 않고 고무보트로 옮겨탔다. 기관실에서 연락을 받고 올라온 기관부 승무원들로 추정된다.

이 때까지는 갑판에 나와 있거나 바다로 탈출한 승객은 찾아볼 수 없어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고 24일 동영상을 분석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동영상에는 승무원들이 구조 선박에 먼저 오르려 다투는 모습도 나온다. 고무보트에서 해경 123정으로 옮겨 탄 뒤에는 일부 승무원들이 웃으며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준석 선장은 첫번째 고무보트에 선원들이 탄 뒤 팬티 차림으로 조타실에서 나와 구조 요청을 했고, 나중에 세월호에 접안한 123정으로 바로 구조됐다.

실질적 구조시간 10여분 불과

승무원들이 구조되던 순간은 여유로웠지만 곧 아비규환의 시간이 닥쳤다. 123정은 오전 9시45분 이미 60~70도 정도 기운 세월호에 접안해 승객들에게 "빨리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수차례 방송을 했다. 이를 전후해 주로 좌현쪽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내렸다. 오전 9시54분 세월호 좌현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그 전에 배에서 빠져나온 사람들만 구조대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구조대 도착 후 승객들의 탈출시간은 최대 24분, 사실상 10여분 정도에 불과했다. 선장과 선원이 승객들에게 갑판 위로 나오라는 안내도, 퇴선 지시도 하지 않은 채 먼저 탈출한 탓이다. 이렇게까지 피해를 키운 원인이자,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다. 구명조끼만 입었다면 구조대가 도착하기 훨씬 전에 바다로 뛰어내렸어도 3시간 이상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10여분은 60도 이상 기운 배에서 450여명이 빠져나오기엔 너무 짧았다.

이 시간 동안 해경은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함정으로 옮겨 실었다.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은 해경과 민간 어선이 계속 건져 올렸다. 123정은 오전 9시52분까지 56명을 구조했다.

유리창 깨뜨려 꺼낸 승객은 극소수

오전 9시54분 세월호의 좌현이 완전히 물에 잠긴 이후에도 상당수 승객이 선체 안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배가 90도 이상 넘어간 후에도 침수되지 않은 우현쪽 객실에서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들은 문을 열 수도 유리창을 깰 수도 없었다. 해경이 좀더 빨리, 많은 유리창을 깨뜨려 생존자를 구해냈어야 했다는 것이 두번째로 큰 아쉬움이다.

이 즈음 유리창을 깨뜨리고 선실에서 빠져 나온 승객은 단 6명으로 알려졌다. 123정을 타고 출동한 이형래 경사가 유리창 안에서 구명조끼를 흔드는 것을 보고 동료와 함께 망치로 유리를 깨뜨린 덕분이다.

오전 10시31분 세월호는 선수만 남긴 채 완전히 뒤집어져 물에 잠겼다. 이미 많은 어선과 헬기가 도착했고 그 후로 또 늘어났지만 물에 빠진 이들을 건져내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었다. 오전 11시24분 목포 122구조대가 도착해 선체 내부로 잠수해 구조활동을 벌이려 했으나 조류가 강해 실패했다. 잠수인력이 선체에 진입한 것은 이틀이 지나서였다. 아쉽고 또 아쉽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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