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교 집단 잘못된 가치관이 빚은 참사".. 정동섭 전 교수가 밝힌 '유병언 구원파'

2014. 4. 25.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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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섭 전 침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구원파 교주인 유병언씨 옆에서 9년간 통역을 돕다가 77년 탈퇴한 후 80년 고 옥한흠 목사의 도움으로 회심했다. 이후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18년간 침신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총재로서 구원파에 맞서 최전방에서 싸워온 정 교수는 "유씨는 부도덕한 인물로, 구원파의 잘못된 교리가 세월호 참사라는 끔찍한 결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구원파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1968년 경희대 영문과 3학년 재학시절 유씨에게 포섭돼 77년까지 그의 통역과 홍보를 담당했다. 미국과 유럽여행 때나 해외집회 때 그를 수행하며 통역을 맡았다. 신도들의 헌금을 모아 사업에 손을 대던 시기에도 그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유씨는 어떤 사람인가.

"평소 자신을 '목사'라고 지칭하며 구원파 교리를 설파했음에도 법정에선 뻔뻔스럽게도 '나는 목사가 아니며 구원파와 관계없다'고 거짓말을 했던 사람이다. 구원파 교인들은 그를 '모세'에 비유한다. 1971년 극동방송이 오일파동으로 어려워지자 후원을 끌어오겠다며 부사장으로 들어가 방송사를 차지하려 했다. 그러나 2년 만에 구원파의 이단성이 발각되면서 쫓겨났다. 그때 유씨는 '우리 모임의 구심점을 잃었다. 삼호트레이딩을 인수해 회사를 구심점으로 사역하겠다'고 하더라. 보통 이단 교주들은 정신병리학적으로 편집증세를 나타내며 자기애적 인격장애와 과대망상, 피해망상 증세를 보인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도 구원파일 수 있나.

"구원파는 자회사의 요직에 구원파 신도를 반드시 앉힌다.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구원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장 등 선박직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

"구원파는 자기 가족이라도 전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원받을 가치도 없는 쓰레기쯤으로 취급한다. 세월호에 탔던 대부분 승객은 구원파 신도가 아니었다. 당연히 구원받지 못한 이방인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 '구원받지도 못한 이방인들을 건져낼 필요가 있느냐'는, 그들이 지닌 가치관이 무책임한 행동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최소한 양심의 가책은 느꼈을 것 같은데.

"구원파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거짓 무리다. 유병언의 뜻이 곧 하나님의 뜻이다. 유씨의 뜻을 위해선 무슨 행동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즉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구원파에 있으면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어떤 교리가 문제인가.

"구원파에선 일단 죄 사함을 받으면 육신적으로 어떻게 생활하든 상관없다. 어떤 행위를 해도 영혼구원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이다. 이들에겐 한강유람선을 운영하고 스쿠알렌 약품을 팔고 물건을 생산하는 게 하나님의 일이다. 예배나 기도 같은 종교행위는 안중에도 없다. 사업을 논의하는 것이 성도의 교제이며 예배다. 자신이 속한 교회가 유일한 참교회라고 주장하며 구원파에 붙어 있는 자만이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 들림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정통교회는 회개를 통한 생활의 변화를 촉구한다. 회개란 죄로부터 하나님께 돌이켜 그분을 섬기기로 작정하는 삶을 말한다. 이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따라서 '일단 죄사함을 받으면 회개할 필요가 없다'는 구원파는 기독교가 아니다).

-구원파는 정통교회를 어떻게 보나.

"정통교회 안에 구원이 없으며 구원파 안에만 성령의 역사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도와 예배를 드리지 않기에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부인하고 교주의 깨달음에 근거한 다른 복음을 강조한다. 구원파가 구원, 거듭남, 죄사함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다보니 순진한 정통교회 성도들이 미혹되고 있다."

-1987년 신도 32명이 집단 자살한 '오대양 사건'이 구원파와 관련된 게 맞나.

"확실하다. 당시 유씨는 박순자씨 등 자금 모금책을 통해 170여억원의 사채를 끌어들였다. 고급 가구를 전시하고 이것을 외국에 수출한다고 해서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때 조성된 자금은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사채를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몇몇 신도가 다수의 신도를 살해하고 자기도 자살했다. 구원파는 오대양 사건과 자신들이 무관하다며 사실을 왜곡시키기 위해 집단 자수를 시키는 연출까지 했다. 배후엔 유병언이 있다. 오대양이라는 이름도 유씨가 지은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4년 뒤인 1991년 검찰이 조사를 했지만 유씨와 오대양 사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오대양과 구원파의 관련성이 의혹 수준으로 넘어간 것은 5·6공 당시 유씨가 민정당 재정후원회원과 월계수회 회원으로 막강한 권력과 재력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의 본질은.

"시한부 종말론 집단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일본에서 폐기처분하려던 배를 가져와 증축을 했다. 안전보다는 돈이었다. 유씨는 구원파 신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저임금으로 부를 축적하려 했다. '이방인을 착취해서라도 돈을 끌어 모아야 한다'는 사교(邪敎) 집단의 잘못된 가치관이 빚어낸 참사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잘못된 교리, 도덕적 해이가 이런 끔찍한 열매로 나타났다."

-사회가 사이비 종교집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검찰은 유씨 일가의 탈세와 재산도피를 철저하게 수사해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세월호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사이비 종교집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 입법부는 '사이비종교규제법'이라도 만들어 신천지, 하나님의교회(구 안상홍증인회)처럼 개인의 인생을 파멸하고 가정의 행복을 깨는 사이비 종교단체를 철저하게 규제해야 한다. 의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면 안 되듯 종교지도자도 최소한의 과정은 거치도록 해야 한다."

정 전 교수는 90년부터 2012년까지 구원파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 출판금지가처분신청 등 14건의 소송을 벌였으나 모두 승소했다. 재판부는 "이단 교주를 비판하는 것은 가정을 파괴하는 사이비 기독교 집단의 정체를 사회와 정통교회에 알린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므로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기념비적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도 신천지나 하나님의교회 등 이단들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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