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희생.. 쌍용차 해고자, 생계 탓 질환 제때 치료 못해 숨져

이윤주기자 입력 2014. 4. 24. 20:49 수정 2014. 4. 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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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이목이 세월호 침몰사고에 집중된 지난 23일 경남 창원에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정모(50)씨가 지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뒤 평택ㆍ창원공장 해고자와 가족 중 지금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망한 사람은 정씨를 포함해 25명으로 늘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창원지회는 24일 "복직투쟁 중이던 정 조합원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리해고 후 부인과 대학생, 고등학생인 세 자녀는 부산에 살고 있었으며, 고인은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혼자 진해에서 지냈다. 23일 동부산대 시험감독을 하기로 한 정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대학 관계자가 오후 경찰과 함께 집을 찾아 숨진 정씨를 발견했다.

이갑호 쌍용차지부 창원지회장은 "사인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두 달 전 사측이 해고 무효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복직이 불투명해지자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측의 대법 상고 이후 스트레스와 과로로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팠지만, 생계를 위해 일하다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숨지기 하루 전 노조 행사를 도와달라는 이갑호 지회장에게 휴대폰 문자로 "심장과 옆구리에 물이 많이 차서 입원하라는 걸 학교 땜에 곤란하다고 하고 통원치료 받고 있다. 잘 걷지 못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답했다.

고인은 1993년 쌍용차 창원공장에 입사해 자동차 재료시험 전문가로 일했다. 정리해고 후 시간강사로 일하며 복직 투쟁에도 열심이었던 그는 쌍용차에 누구보다 애정이 많았고 수많은 표창을 받을 정도로 실력자였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한상균 전 쌍용차 지회장은 "한달 전에 만났을 때 많이 지쳐있었다. 5년간 투쟁 끝에 항소심에서 이겨 현장에 간다며 좋아했다. 마지막 문턱에서 회사가 대법까지 가겠다고 하자 상심이 컸다"고 말했다. 지부는 성명을 통해 "쌍용차는 고등법원 해고 무효 판결을 이행하기보다 대법관ㆍ고등법원장 출신 등 변호사 19명을 보강해 대법원에 상고했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법대로 하겠다는 태도가 고인을 더 절망에 빠뜨리게 한 원인이며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부산전문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장기는 부산 영락공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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