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주민번호 없는 승선표 37장 발견

입력 2014. 4. 24. 03:33 수정 2014. 4. 2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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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세월호 출항 당시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신원정보가 누락된 '무기명' 승선권이 37장이나 발견됐다. 청해진해운이 발행·검표한 탑승자 승선권을 사고 이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 다시 점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런 승선권은 해양 사고에서 탑승자 신원 확인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무기명 승선권이 쏟아져 나온 배경엔 해운조합의 허술한 여객·화물 관리감독 실태와 이를 악용한 해운사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관행이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23일 해운조합 서울 본사와 인천지부 운항관리실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이후 승선권을 다시 점검했더니 신상정보 누락 승선권 37장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청해진해운 선박에 정상 절차를 밟지 않고 승선하는 사람이 많아 탑승자 축소가 만연해 왔고, 그래서 회사가 나중에 적발될 상황에 대비해 미리 이름 없는 승선권을 관행적으로 발행해 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객선은 발권한 승선권에 이름과 주민번호 앞자리 등 신상정보를 기재해야 탑승할 수 있다. 이를 적지 않으면 승선이 거부된다. 해양 사고의 특성상 탑승자의 정확한 신원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무기명 승선권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건 그만큼 관리체계가 허술했다는 얘기고, 그 배경에는 해운사가 있다. 인천항의 승선권 발권 및 기록·통계 관리는 해운사들이 도맡아한다. 단골 고객 우대, 운임 후불 정산 등 상황에 따라 발권 시스템을 조작해도 이를 견제할 기관이 없다. 세월호 침몰 후 승객 명부에 없는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운사들은 이렇게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를 이용해 탑승 인원 및 화물 적재량을 축소 신고한 뒤 세금을 탈루하고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행태를 해운조합이 관리감독하게 돼 있는데 해운조합은 해운사들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된다. 해운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해운사가 마음만 먹으면 승객과 화물을 조작해 탈법을 저지를 수 있는 구조다.

여객터미널 관계자는 "일부 승객이 정식 입구가 아닌 화물차량 통로로 배에 걸어 들어가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해운사의 묵인과 해운조합의 방조 아래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사와 해운조합에 대한 통제권한이 있는 해경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해운법에는 해양경찰청장이 선박 운항관리자의 직무수행을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해경 관계자는 "처벌 규정이 없어 실질적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조성은 전수민 황인호 기자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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