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까지 꽉 채운 광역버스.. 출근길 고속道에도 安全은 없었다

최종석 기자 2014. 4.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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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21일 퇴근 시간부터 22일 출근 시간까지 취재한 광역버스 출퇴근길은 아찔한 수준이었다. 한밤중 차선에 뛰어들어 버스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부터,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 떠밀려 내려오는 여성 승객도 눈에 띄었다.

◇"목숨 걸고 출근한다"

22일 아침 서울 신논현역. 40대 여성 승객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안 넘어지려고 하도 힘을 줬더니 다리가 너무 아프네. 이제 살 만하다는 대한민국에서 매일 목숨 걸고 출근하는 기분이라니까요."

경기도 신도시 사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출근 전쟁'은 매일 겪는 일상이다. 이날 동탄신도시에서 일반 광역버스 1311번을 탄 회사원 최윤기(34)씨는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버스에서 '승객의 안전을 위해 모두 좌석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피식 웃었다. "서 있는데 안전벨트를 어떻게 매란 얘긴가요." 최씨는 "그나마 서 있는 사람은 눈을 뜨고 있지만, 앉아서 졸고 가는 승객들은 사고 나면 전부 무방비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좌석에 앉은 승객 대부분은 안내 방송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 버스에 앉은 승객 39명 중 안전벨트를 맨 승객은 2명뿐이었다.

정관목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운전자뿐 아니라 승객들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며 "운전자와 시민 의식을 함께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매일 2000대 넘게 수도권 오가

이처럼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 광역버스는 수도권에서만 매일 2000대 넘게 다닌다. 서울↔경기 광역버스가 1958대, 서울↔인천 279대, 인천↔경기 16대 등 하루 2253대에 이른다. 특히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엔 서울 도심으로 출근하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버스 출입구 계단까지 승객이 꽉 들어차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에 따르면, 광역버스 차량이 가장 붐비는 3회 평균 차내혼잡률을 따져보니 140%에 이르렀다. 40인승 버스에 56명이 타기 때문에 16명은 서서 간다는 얘기다.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사고가 났을 경우 중경상을 입을 가능성이 안전벨트를 맸을 때보다 18배 높다. 어린이는 48배까지 높아진다. 교통안전공단이 시속 25㎞로 달리는 25인승 버스에 성인과 6세 어린이 모형을 넣고 모의실험(2012년)한 결과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교통사고 사망률이 안전벨트 맸을 때보다 3.4배 높다(2011년 경찰청 통계). 더구나 버스에 서 있는 승객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급정거할 경우, 통로에 넘어지면서 크게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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