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까지 꽉 채운 광역버스.. 출근길 고속道에도 安全은 없었다
본지가 21일 퇴근 시간부터 22일 출근 시간까지 취재한 광역버스 출퇴근길은 아찔한 수준이었다. 한밤중 차선에 뛰어들어 버스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부터,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 떠밀려 내려오는 여성 승객도 눈에 띄었다.
◇"목숨 걸고 출근한다"
22일 아침 서울 신논현역. 40대 여성 승객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안 넘어지려고 하도 힘을 줬더니 다리가 너무 아프네. 이제 살 만하다는 대한민국에서 매일 목숨 걸고 출근하는 기분이라니까요."
경기도 신도시 사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출근 전쟁'은 매일 겪는 일상이다. 이날 동탄신도시에서 일반 광역버스 1311번을 탄 회사원 최윤기(34)씨는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버스에서 '승객의 안전을 위해 모두 좌석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피식 웃었다. "서 있는데 안전벨트를 어떻게 매란 얘긴가요." 최씨는 "그나마 서 있는 사람은 눈을 뜨고 있지만, 앉아서 졸고 가는 승객들은 사고 나면 전부 무방비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좌석에 앉은 승객 대부분은 안내 방송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 버스에 앉은 승객 39명 중 안전벨트를 맨 승객은 2명뿐이었다.
정관목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운전자뿐 아니라 승객들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며 "운전자와 시민 의식을 함께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매일 2000대 넘게 수도권 오가
이처럼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 광역버스는 수도권에서만 매일 2000대 넘게 다닌다. 서울↔경기 광역버스가 1958대, 서울↔인천 279대, 인천↔경기 16대 등 하루 2253대에 이른다. 특히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엔 서울 도심으로 출근하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버스 출입구 계단까지 승객이 꽉 들어차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에 따르면, 광역버스 차량이 가장 붐비는 3회 평균 차내혼잡률을 따져보니 140%에 이르렀다. 40인승 버스에 56명이 타기 때문에 16명은 서서 간다는 얘기다.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사고가 났을 경우 중경상을 입을 가능성이 안전벨트를 맸을 때보다 18배 높다. 어린이는 48배까지 높아진다. 교통안전공단이 시속 25㎞로 달리는 25인승 버스에 성인과 6세 어린이 모형을 넣고 모의실험(2012년)한 결과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교통사고 사망률이 안전벨트 맸을 때보다 3.4배 높다(2011년 경찰청 통계). 더구나 버스에 서 있는 승객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급정거할 경우, 통로에 넘어지면서 크게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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