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안 맡고 결재 안 하고 .. 유병언 17년 '유령 경영'

이상재 입력 2014. 4. 24. 02:32 수정 2015. 1. 11. 13: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모그룹 부도 이후 그림자 처신법적 책임 피하려 흔적 안 남겨구원파 신도 통해 주식 차명관리유씨 일가, 계열사서 수십억 배당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1997년 부도로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림자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신도이자 세모그룹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던 A씨 등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부도난 97년 8월 이후 유씨는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거나 어떤 서류에도 서명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기 위해 유령같이 살아온 것"이라며 "22일 검찰 조사에서도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말대로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에 유 전 회장 명의의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유씨는 기업인, 유기농 전문가, 발명가, 사진작가 등으로 신분을 바꾸면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로 기업을 확장시켰는데 이들의 지배구조가 독특하다. 두 아들인 유대균(44)·혁기(42)씨가 아이원아이홀딩스·다판다·트라이곤코리아 등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대개 40% 안팎이다. 나머지는 제3자가 대주주이거나 계열사 간 출자 방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는 일부 주주는 구원파 신도로 사실상 유 전 회장 일가의 주식을 차명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진이 교차하기도 하는데 ㈜세모 감사는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로 돼 있다. 종교 연구가인 정동섭 전 침례신학대 교수는 "유씨는 신도들에게 주식을 사는 형식으로 헌금을 유도했다"며 "그래서 복잡한 지분 관계가 만들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유씨를 대신해 고모(66) ㈜세모 대표와 김모(55·여) 한국제약 대표 등이 자산 관리를 총괄했다는 게 A씨 등의 진술이다. 유씨의 근거지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 등에서 거주했던 B씨는 "특히 고씨는 40년 넘게 유씨와 함께한 '충성파'로 계열기업과 부동산 등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70년대 이후 유씨가 경영하던 삼우트레이딩에 포장지를 공급하던 삼우상사 대표, 건강보조식품 업체인 ㈜세모 상무 등을 지냈다. B씨는 "(고씨는) 주로 회계·총무 일을 맡으면서 자금줄을 꿰고 있다"고 했다.

 약대 출신으로 알려진 김씨는 유씨 일가와 관계된 한국제약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제약은 스쿠알렌·화장품을 만들어 다판다·㈜다정한친구들 등에 공급하는 업체다. 그는 이 회사 주식 68%와 아이원아이홀딩스 주식 6.29% 등을 갖고 있다. 그는 공공기관 등을 통해 회사를 홍보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해왔다. B씨는 "유씨가 유기농 농법과 바이오·친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김 대표가 이를 총괄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씨의 두 딸인 유섬나(48)·상나(46)씨는 서울 강남에서 모래알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유씨의 사진전을 기획했다. 두 사람은 아이원아이홀딩스 지분을 2.57%씩 갖고 있다. 유씨 일가는 계열사를 통해 지금까지 거액의 현금 배당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등 관련 회사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이원아이홀딩스에 18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이 중 절반이 유씨 자녀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다판다의 대주주인 유씨 일가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15억5000만원을 배당받았다. 유 회장의 측근으로 구원파에서 활동했던 C씨는 "유 회장이 이끄는 계열사는 사실상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창구였다"며 "동일본 대지진 때는 신도 한 명당 700만원 정도의 헌금을 받았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수백만원에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집현전의 조기연 변호사는 "지분 관계로만 보면 유씨에게 세월호 배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지만 불법 증여나 횡령·배임 등에 의해 조성된 자금이라면 추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김영민 기자

의정부 10층 아파트 불…화제 커진 이유가

"朴대통령는 애초에 금융부터 손대야 했다"

아이들 인터넷 중독 막는 '획기적' 아이디어

떠들썩했던 '임세령 패션' 알고보니 모두 거짓

'펜을 향한 테러'…무엇이 파리 테러 불렀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