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한 가족들>"동물원 원숭이냐".. 가족들 칸막이 요청 무시

이근평기자 입력 2014. 4. 23. 12:11 수정 2014. 4. 23. 15: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 "24시간 노출 불안" ..관계 당국 무성의에 두번 울어

체육관 내 칸막이 설치 여부를 두고 하루 만에 말이 바뀌고 새벽에 시신인양을 위한 가족관계서를 떼오라고 하는 등 관계 당국의 무성의하고 황당한 행태가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23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일부 실종자 가족들이 사생활 보호와 심리적 안정 등을 이유로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칸막이를 설치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 때문에 사고 직후부터 희생자 가족을 위한 당국의 섬세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며 일주일째 묵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이들의 잠자리를 중심으로 관계자와 취재진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대책본부 관계자와 의료지원단, 취재진은 실종자 가족을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됐고 2층 관중석에는 방송사 카메라들이 이런 모습을 한 눈에 바라보고 있다. 체육관을 관리하는 전남도청 관계자는 "이 같은 배치는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며 "매뉴얼로 정해진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자리를 잡는 대로 현장 정리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실종자 가족은 "사방팔방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다"며 "24시간 내내 수많은 사람들 시선을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심리상담사는 "사생활이 여과없이 노출돼 불안이 가중되고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무의식에 심리적 동요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일본과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재난현장의 가족 집합 장소에 칸막이를 설치해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실종자 가족을 배려한다고 하면서 세부적인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오히려 이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22일 새벽에는 목포기독병원에서 시신을 인계받으려는 유족들이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는 목포지청 모 검사의 말을 듣고 "지금 어디서 서류를 떼어 오냐"고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일부터 시신들이 이송되는 목포중앙병원과 기독병원 인근 주민센터가 24시간 운영되고 있지만 당국의 홍보 부족으로 당시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유족들은 거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7일에는 목포해경 안모(57) 경무과장이 "해경이 80명 구조했으면 많이 한 것"이라는 발언을 해 실종자 가족을 분노하게 했다가 22일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진도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02)3701-5555/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