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르포ㅣ일본 야마가타 겨울 여행] 진짜 겨울왕국이 바로 여기 있었네

글·사진 김기환 차장 2014. 4. 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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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현 자오 수빙(樹氷)과 갓산 스노슈즈 트레킹

↑ [월간산]어둠이 내린 자오산에서 설상차를 타고 올라 눈 덮인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불빛에 비친 스노몬스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을 무대로 펼쳐진 아름다운 이야기와 노래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아렌델 왕국의 실제 배경은 노르웨이로 알려져 있다.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로 둘러싸인 왕국의 모습은 피오르드 지형을 그대로 화면 속에 옮긴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찾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이다.

이웃나라 일본에 영화 속 겨울왕국에 버금가는 설국이 있다. 그것도 비행기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 야마가타현에 그런 곳들이 위치했다. 엄청나게 많은 적설량과 아름다운 산이 만들어 내는 동양적인 겨울왕국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은 이 일본의 설국을 국내 여행 블로거들과 함께 찾았다. 스노몬스터의 숲, 자오(王)스키장

야마가타의 겨울왕국 첫 번째 답사 코스는 바로 자오였다. 자오는 이미 한국 스키어들 사이에 잘 알려진 곳이다. 겨울이면 엄청난 적설량을 기록해 국내에서 경험하기 힘든 자연설 스키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눈의 질도 아주 좋아 매년 많은 스키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자오온천스키장은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를 갖추고 있어 매우 인기 있다.

↑ [월간산]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가득한 자오 로프웨이 주변.

미야기현의 센다이 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한 다음 야마가타로 향했다. 시내를 돌아보고 저녁 즈음 자오온천스키장에 도착했다. 스키리조트답게 많은 이들이 투박한 부츠를 신고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이곳은 습설이 나무에 달라 붙어 형성된 '수빙(樹氷, 스노몬스터)'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스키장에 우뚝 솟아 있는 수빙은 자오를 대표하는 상징이라 할 만하다. 이것은 이 지역의 독특한 겨울 기후가 만들어 낸 예술 작품으로, 아오모리 도도마츠(분비나무)에 눈과 얼음이 달라붙어 만들어진 것이다. 낮에는 스키를 타며 수빙의 숲 사이를 활주하고, 밤에는 조명을 받은 수빙의 환상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 [월간산]갓산 스노슈즈트레킹 도중 눈밭에 누워 땀을 식히고 있는 참가자들.

자오의 수빙을 감상하려면 로프웨이를 이용해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자오 로프웨이 자오산로쿠역에서 대형 케이블카에 올랐다. 천천히 이동하는 케이블카 창밖으로 잔뜩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가득했다.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무리를 지어 서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뾰족한 침엽수가 이뤄낸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도가 높아지며 외부 온도가 떨어져 창에 하얗게 성애가 끼며 시야를 흐렸다. 탑승객들은 연신 창에 낀 성애를 긁어 내며 바깥세상을 쳐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상으로 가는 중간에 거치게 되는 쥬효코겐역에 내려 설상차를 타고 직접 자오의 눈밭을 구경하기로 했다. 낮에는 슬로프에 스키를 타는 이들이 있어 언제나 설상차 투어는 밤 시간에 잡혀 있었다. 사방으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슬로프를 이동하는 설상차에서 본 창밖은 동화 속 세상이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눈이 붙은 나무가 병풍처럼 사방으로 늘어서 있었다. 잠시 차를 세우고 눈을 밟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속에서 겨울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 [월간산]수빙이 형성된 산정으로 가기 위해 자오산로쿠역에서 로프웨이에 탑승하고 있는 사람들.

자오의 상징인 수빙은 쥬효코겐역에서 더 올라가 자오지조산쵸역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미 해가 지고 눈보라가 수빙 사이를 산책할 수는 없었지만 역 주변의 '눈 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곳의 나무들은 너무 많은 눈이 달라붙어 기괴한 모습의 거대한 눈 기둥으로 변해 있었다. 자오의 수빙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독특한 풍광이었다.

일본에서 가장 눈이 많은 갓산(月山)

↑ [월간산]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설화를 촬영하는 관광객.

야마가타현의 갓산은 자오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겨울왕국이었다. 현지 공무원은 일본에서 사람이 사는 동네 중 가장 많은 눈이 쌓이는 곳이라고 갓산에 대해 설명했다. 너무 눈이 많이 내려 겨울에는 스키장을 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눈이 어느 정도 그치면 도로의 눈을 치우고 4월부터 스키장을 열어 초여름까지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스키장이 개장되면 한낮에는 반팔 차림으로 스키를 즐기는 이색적인 경험이 가능한 곳이다.

3월 초, 답사팀이 갓산을 찾았을 때는 눈이 내리는 시기였다. 거의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내리는 눈 때문에 맑은 하늘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차를 타고 갓산 자락의 니시카와마치 시즈온천(志津溫泉)으로 이동하는 중에서도 계속 눈을 맞았다. 그런데 시내를 빠져나와 산으로 가까워질수록 길옆에 쌓인 눈이 높아졌다. 처음에는 주변의 나무가 보였지만 나중에는 버스 창밖으로 눈 벽밖에 보이지 않았다.

↑ [월간산]설상차를 타고 자오스키장 슬로프 주변의 설원을 감상할 수 있다.

갓산에 도착해 숙소 주변을 돌아보니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졌다. 주차장이나 도로 주변은 4m가 넘는 거대한 눈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민가의 지붕 위에도 엄청난 눈덩이가 쌓여 있었다. 산 속의 적설량은 7m가 넘는다고 했다. 이렇게 눈이 엄청나게 많은 곳은 처음이었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여름 스키로 유명한 이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숙박업소였다. 찾아오는 손님을 맞으려면 주차장과 도로 제설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집집마다 불도저와 로더 등 중장비를 갖추고 수시로 눈을 치우고 있었다. 눈이 쌓이는 즉시 처리하지 않으면 제대로 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 [월간산]스노슈즈 트레킹을 위해 장비를 착용하고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사람들.

스노슈즈 트레킹에 도전

갓산의 엄청난 적설량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스노슈즈 트레킹에 도전했다. 스노슈즈는 눈이 쌓인 곳을 이동하기 위해 고안된, 우리나라의 '설피' 같은 용도의 장비다. 신발을 스노슈즈에 고정시키고 눈 위를 걸으면 깊은 눈에서도 어렵지 않게 움직일 수 있다. 겨울철 적설량이 많은 곳을 산행할 때 매우 유용하다.

↑ [월간산]스노슈즈를 신고 눈길을 걷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

갓산 스노슈즈 트레킹은 마을 주변의 숲에서 두 시간 남짓 가벼운 체험 수준에서 진행됐다. 이번 투어 참가자들 대부분이 스노슈즈 트레킹 경험이 없어,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은 무리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눈밭을 걸으며 이곳의 겨울 정취를 느껴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폭설이 계속 쏟아져 시야가 좁았지만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달라붙은 설화를 구경하는 재미로 산을 올랐다. 현지 가이드가 맨 앞에서 무릎까지 푹푹 빠져 들어가는 눈 위를 걸으며 길을 냈다. 사람들은 그 뒤를 일렬로 따르며 갓산의 겨울 숲을 마음껏 즐겼다.제법 추운 날이었지만 오르막길에서 한바탕 힘을 쓰고 나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두꺼운 옷을 입은 이들은 눈 위에 그대로 벌렁 드러누워 더위를 식혔다. 사람들은 수북이 눈이 쌓인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고, 동료들에게 눈을 던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이가 지긋한 이들도 순백의 세계에서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 [월간산]갓산 현지의 가이드가 깊게 쌓인 설원에 길을 내며 가고 있다.

주차장에서 시작해 40분 정도 숲이 우거진 완만한 사면으로 올라서니 널찍한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나무들이 주변을 둘러싼 전형적인 쉼터였다. 이곳에서 도시락을 먹기 위해 눈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었다. 작업은 간단했다. 스노슈즈를 신고 바닥을 다진 다음 다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긴 도랑을 파면 식당이 완성됐다. 사람들은 눈 위에 앉아 편안하게 식사를 즐겼다. 여기에 갓산 특산품인 와인을 따뜻하게 데워 곁들이니 훌륭한 산속의 만찬이 완성됐다.

심한 눈보라 속에 진행된 스노슈즈 트레킹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여행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차를 타고 다니며 명소만 구경하는 수동적인 여행과 다른 역동성을 경험했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평소에 보지 못한 설국을 직접 목격했으니 더욱 만족도가 컸다. 역시 야마가타 겨울왕국 여행의 백미는 스노슈즈 트레킹이었다.

↑ [월간산]스노슈즈를 이용하면 깊은 눈에서도 순조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자오 온천강철못도 녹여 버리는 강산성 온천수

독특한 유황냄새와 강산성 온천수가 매력적인 자오온천은, 야마가타현 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110년에 발견되어 1,900년간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온천으로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찾던 곳이다.

↑ [월간산]야마가타현 겨울 모니터 투어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비누를 쓸 수 없을 정도의 강산성 유황온천으로 체내 수분량을 증가시켜 혈관을 젊게 하여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베인 상처, 당뇨병, 근육통, 허약체질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만성피부염에 효과가 좋고 피부를 매끄럽고 하며 미백효과가 뛰어나다.

한 번에 2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형노천탕인 자오온천대노천탕이 인기 있다. 온천을 즐기며 자오연봉(王連峰)과 이이데연봉(飯豊連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대자연 속의 온천이다. 자오 지역의 대부분 호텔이나 민박집에서 강산성 온천을 즐길 수 있다.

↑ [월간산]적설량을 알아보기 위해 4미터짜리 탐침봉을 눈에 찔러봤지만 바닥이 닿지 않았다.

여행정보

인천공항에서 일본 센다이를 오가는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편도 2시간 10분. 센다이공항에서 야마가타 역까지 버스가 수시로 운행하고 있다. 야마가타에서 자오온천이나 갓산까지 다니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야마가타현 관광정보 한글 홈페이지( www.yamagata.or.kr)나 야마가타현 서울사무소(02-725-9074)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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