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육박한다는데.. 가계소득은 사실상 제자리 '여전히 팍팍'

이윤주 기자 2014. 4. 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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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작년 2만6205달러"

직장인 김모씨(33)는 매달 월급날이면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는 말을 직장 동료들과 주고받는다. 김씨는 "국민연금과 세금, 자동이체되는 각종 요금을 떼고나면 생활비도 빠듯할 정도"라며 "물가상승률이 낮고 경기는 회복세라는데 도무지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표상으로는 국민소득이 늘고 있지만 김씨 경우처럼 실제 가계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 기업·정부 몫 빼면 1만5000달러… 가계소득 비중 OECD 중 바닥권물가상승 고려 땐 임금 인상 0%… 기업, 번 돈 쌓기만 해 '동맥경화'

■ 기업은 돈 쌓고, 가계소득은 제자리

21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6205달러였다. 올해 3만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인 가족이라면 가구소득이 1억2000만원 정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가구소득이 1억원 안팎이면 고소득층에 속한다.

국민소득 지표를 일반인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득의 상당 부분이 기업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에서 기업과 정부의 몫을 제외한 가계의 1인당 소득(PGDI)은 1만5000달러 수준이다.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비중은 지난해 56.1%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1개국 평균치 62.6%와 비교하면 밑에서 6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부유해지고 있는 기업과 달리 가계 살림은 나아지지 않으면서 기업과 가계 간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13년 기업의 처분가능소득은 2008년보다 80.4%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가계와 개인사업자가 속한 개인부문의 증가율은 26.5%에 그쳤다. 임금은 지난 5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2008년 상용근로자의 임금은 월평균 280만1700원에서 2013년 329만8000원으로 3.5%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2.8%였던 것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상승률은 0%대에 머물렀다.

■ 경제 선순환구조 무너져

기업의 실적이 가계로 흘러들어가는 '낙수효과'가 실종되면서 한국 경제가 돈이 흐르지 않는 '동맥경화'에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계소득이 늘어야 민간소비가 활발해지고,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는데 이 같은 선순환구조가 끊어져 있다는 것이다.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은 "기업들이 돈을 벌어도 해외에 투자하거나 은행에 돈을 쌓아두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기업의 과실이 흐르지 않아 고용이나 가계소득이 정체해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이 경기회복세에 있지만 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 데다 개도국들과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져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의 이익이 고용, 임금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가계소득 늘려야

정부는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규제 완화를 유인책으로 내놓고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에 배당을 늘리라고 하는 등의 움직임은 모두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동환 소장은 "특정 대기업을 제외하면 기업의 상황도 좋다고 할 수 없어 기업 스스로가 고용 확대와 임금 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인 여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살려 내수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임금을 많이 주고 고용을 늘리면 되지만 이는 정부가 정책으로 할 수 없는 문제"라며 "대기업이 돈을 쌓아놓지 말고 근로자의 88%가 속한 중소기업에 정당한 몫을 주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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