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좋은' 김지호 "나이 마흔, 이제 도전도 해봐야죠" [인터뷰]

박진영 기자 2014. 4. 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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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1994년 KBS 드라마 '사랑의 인사'로 데뷔해 90년대 후반 CF 업계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올랐고, 똑부러지는 반듯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지호가 조금은 색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비록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김지호가 등장할 때마다 반짝이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천생 배우이기 때문일 테다.

김지호는 현재 KBS2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극본 이경희, 연출 김진원)에서 강동석(이서진)의 2분차 쌍둥이 누나 강동옥 역을 맡고 있다. 총명하고 영특했지만 9살 때 난 사고 때문에 7살 어린애의 지능에서 멈춰버렸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보다 순수하고 해맑기만 하다. 김지호는 이런 강동옥을 제 옷 입은 마냥 완벽하게 연기해 내 호평을 받고 있다.

바쁜 촬영 일정 중간 짬을 내 인터뷰에 응한 김지호는 밝은 웃음으로 주위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매력이 다분했다. 실제로는 웃음도 많고 털털하기까지 한 김지호를 보고 있자니 조용하고 여성스러운 동옥을 연기하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김지호는 동옥에 대해 "솔직히 살짝 답답한 면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동옥은 깊고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행복한 아이거든요. 사람들도 가끔은 그러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단순하게 생각해야 조금 더 잘 결정하고 쿨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좋은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김지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사투리 연기를 처음으로 하게 됐다. 물론 친가가 부산이기 때문에 사투리가 어색한 건 아니지만 일단 입에 배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도 대사를 중얼거린다고.

"수시로 툭툭 말하고 다니고 전화를 받을 때도 사투리를 많이 쓰려고 해요. 아무리 어색해도 평소에 말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캐치를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아는 선생님께 따로 배우면서 계속 입에 붙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첫 방송을 본 선생님의 반응이 어땠냐고 묻자 김지호는 "바쁘셔서 못 보셨대요"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지호는 "선생님께서 '그래도 니 사투리는 귀에 안 거슬리더라. 녹음한 거 열심히 듣고 있는 거지?'라고 해주셨어요. 친한 사람들 중에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도 듣기에 어색하거나 거슬리지 않는다고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대사가 짧아서 가능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는 웃음 지었다.

동옥이라면 사투리도 여성스럽고 예쁘게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던 김지호는 "걱정이 정말 많았고, 지금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방송이 나가고 난 뒤에는 걱정이 많이 덜어졌긴 해요. 어차피 주말 연속극은 마라톤과 같아서 계속 수정하면서 그 옷을 제대로 입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연기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신이 많으면 그 옷을 금방 입을 수 있는데 신이 많지 않으니까 쉽지는 않았어요. 처음 이 캐릭터를 받고 시간이 너무 없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은 '너처럼 해'라고 해주더라고요. 남편 또한 그랬죠. 하지만 처음에 들었던 시놉시스의 캐릭터에 갇히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어린애처럼 말하려고 하는 것이 가끔 섞여요. 이걸 떨쳐내는 일이 힘들더라고요."

'너처럼 해'라는 이경희 작가의 말이 있기는 했지만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로서 공부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지호는 사람들에게 자문도 구하고 자료도 찾아봤다고. 김지호의 설명에 따르면 동옥이 앓고 있는 경계성 지능장애는 정상인이라고 하기에는 10% 정도 모자하고, 장애인이라고 하기엔 지능이 높아서 8, 9살까지는 부모가 이 사실을 캐치하지 못한다고 한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사고가 깊어지고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부딪히게 되기 때문에 엄마들은 '내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하나. 이렇게 시켰는데 점수가 안 오르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정신과 의사에게 얘기를 들었어요. 7, 8세 정도면 언어적인 능력은 다 만들어져 있대요. 어눌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또 그 나이엔 규칙과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대요.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한 걸 지키려고 한다는 거죠. 제 딸 아이를 보니까 자기 주장을 할 때는 말을 또박또박, 그리고 천천히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 해도 이렇게 연구를 좀 했어요. '마더' '포레스트 검프' 같은 영화도 다 봤어요. 윤여정 선생님에게 너무 연구 많이 한다고 욕먹을 정도였죠."

그러다 KBS '인간극장-소영씨의 행복'을 보게 됐다는 김지호는 "경계성 지능장애를 앓고 있는데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해맑아요.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행동해요.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하지 않을 말이나 행동을 할 뿐이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제가 동옥이를 너무 가라앉게 잡았나 싶더라고요. 분명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아서 굉장히 밝을 텐데 제가 그 선을 놓치지 않았나. '맑게 하되 너처럼 하면 모든 상황이 니가 그런 아이라는 것을 설명해준다'고 작가님이 말씀하셨는데 정말 맞더라고요. 제가 굳이 애인 척 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에서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라고 연기를 하면서 느끼게 된 점을 설명했다.

특히 김지호는 15년 만에 만난 친동생 강동석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경주 바닥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남자가 나타났으니까 충분히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김지호는 "부끄럽고 떨리는데 말은 못하겠고, 동석이는 늘 표정이 무섭고. 그 때의 감정을 깊게는 표현하지 않았어요. 이런 저런 표정을 지으면 일반인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래서 표정도 단순화시켰죠. 머리를 다친 사람들을 잘 보면 얼굴에 표정이 없어요. 웃을 때도 말이죠. 그래서 모든 감정을 30%만 표현하자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동석이 목걸이를 걸어주던 당시의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동석이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고 난 다음에 엄마에게 '동생은 좋아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잖아요. 이후 집 앞에서 동석이한테 '내는 몰랐다. 니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거'라고 하는데 저는 이 대사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서진 오빠에게 말했더니 좋아하는 대사가 있어서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대사를 제가 되게 천진하게 해야만 보는 사람들의 가슴이 찡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욕심이 많던 장면이에요. 그런데 사투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서 제대로 못해낸 것 같아 속상했어요. 동옥이가 해맑을수록 사람들이 더 슬퍼져요.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만들어줘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혼자 먼저 슬퍼하거나 인상을 쓰면 안돼요. 그런데 저도 사람이라 가슴 아프고 눈물도 나거든요. 절제하는 게 쉽지 않아서 도를 닦고 있어요."

마흔이라는 숫자를 달면서 늘 하던 역할이 아닌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지호. 평가되는 것이 두려워 시작을 못했던 지난 날과는 달리 이제부터는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김지호는 "앞으로 두려우면 뭐가 두렵고, 할 수 있으면 얼마나 할 거고, 또 실패하면 얼마나 실패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가지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저보다 코믹을 해보라고 해요. 운동을 잘하니까 여전사도 괜찮고. 가끔 남편은 저보고 양아치라고도 해요.(웃음) 늘 순종하고 아파하는 역할만 해서 사람들이 저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번을 계기로 모험을 해보려고 해요. 제 성격상 30대였으면 못했을거에요. 나름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또 하나의 산을 넘은 것 같아서 저 나름대로 격려를 해주고 싶어요. 다음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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