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충격' 부모들 "어른 말 잘 들으라고 못해"

황보람 기자 2014. 4. 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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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6일째]"믿으면 죽는다".. '불신사회' 민낯 드러내

[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세월호 침몰 6일째]"믿으면 죽는다"… '불신사회' 민낯 드러내]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전남 진도 여객선 & #034;세월호 & #034; 침몰 닷새째인 2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 #034;세월호 실종자 무사생환 기원 & #034; 촛불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정부 대처를 질타하는 손피켓을 든 채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14.4.20/뉴스1

세월호와 함께 우리 사회의 신뢰가 침몰했다. 선장은 수백명의 승객들을 뒤로 한 채 난파선을 빠져나왔다. 정부는 탑승자 숫자도 헷갈릴 정도로 무능했다. 일부 반사회적 부류들은 혼란을 틈타 사기를 치는 데 몰두했다. '유언비어'와 '악성댓글'은 피해 가족의 마음에 또한번 상처를 냈다. 국가적 재앙 앞에 모든 고름이 터져나왔다.

국민들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부끄러웠다"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원칙도, 상식도 무너진 이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냐"는 것이다.

◇ "세월호, 불신사회의 밑바닥을 드러낸 사건"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995년 저서 '트러스트'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신뢰 수준으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분류했다. 세월호 사고는 이를 '입증'하는 최악의 사고가 됐다.

세월호 침몰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트라우마는 '불신'이다. 부모들은 더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 말씀을 잘 들으라"고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다. 세월호 선장의 지시를 따랐던 많은 학생들이 오히려 희생됐기 때문이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이번 사고는 우리사회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가장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권한과 지위에 따른 이익에는 민감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소홀히 하는 사회 지도층의 각성이 없는 한 신뢰는 결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책임자의 지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세월호 사고가 '사람'은 물론 '시스템'에 대한 불신까지 불렀다는 평가다. 세월호 사고에서는 매뉴얼도, 매뉴얼을 지키는 책임자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잘못된 교훈을 남겼다.

◇ 재난 상황 틈타 사회적 병폐 쏟아져, "평소 관리 부실"

세월호 동영상 스미싱 문자. 민간 잠수부를 빙자한 허위사실 유포.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 댓글. 경찰청이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실종자 가족과 현장 수색 및 구조 활동에 혼란을 주는 행위를 엄정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불신 통제'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평소라면 '무시'하거나 '자연정화'됐을 병적 증상들은 재난 상황에서는 오히려 파급력 있게 뿌리내렸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은 "유언비어를 날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만을 현실세계에서 긍정적으로 표현할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라면서 "현실에서 소외된 자신의 위치를 가상세계에서 관심과 보상으로 되받으려는 심리에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런 부류들은 '공감 능력'이 떨어져 피해 가족에 대한 감정적인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불만을 타인에게 무작위적으로 화풀이함으로써 은밀한 쾌감을 얻으려는 열등한 심리라는 설명이다. 평소 우리사회는 이런 병폐들을 '무시'함으로써 관용 아닌 관용을 보여왔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책본부 같은 공적 기구가 혼선을 일으키다보니 기본적으로 불신이 팽배해졌다"며 "불확실한 정보의 홍수 속에 '카더라 통신'에 혹하는 심리를 노려서 개인적인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까지…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나"

세월호 사고는 '방아쇠'일 뿐이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나만 살면 된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원칙과 배려, 존중 등 가치관은 이미 '돈'에게 그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그동안 '윗분들'이 보여준 윤리 의식 수준이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보탬이 됐음은 물론이다.

일국의 장관이라도 위장 전입 쯤은 흠결이 안된다는 도덕적 사고의 결여라든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이 해야할 일을 망각한 채 괴상한 일을 벌인다든지 등 우리 사회 윤리의 눈높이는 이미 위로부터 추락하고 있었다.

지금 국민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떤 원칙과 가치관을 가르쳐야 할 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한 가정주부의 말에서 그 혼란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엊그제 아들이 묻더군요. 학교숙제는 학교에서 해도 되는 거냐고. 선생님이 숙제 집에서 해오라고 해서 꼭 그래야하는걸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반드시 집에서 했는데 학교에서 당일 쉬는 시간에 미리 하는 애들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뭐가 맞냐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그냥 선생님 말을 들으라고 하는 게 옳은 것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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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 brid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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