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버지였던 그는 왜 살인범이 되었나

2014. 4. 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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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강동희 기자]

< 방황하는 칼날 >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 방황하는 칼날 > 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집필한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배우 정재영과 이성민이 각각 연쇄살인범과 그를 추적하는 경찰 역할을 맡았고,2010년 영화 < 베스트셀러 > 로 데뷔해 그 가능성을 검증받은 이정호가 오랜만에 촬영 현장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이야기는 이렇습니다.주인공 상현(정재영 분)은 자신의 실종된 딸 수진이 동네 미성년자들에 의해 강간 후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그는 딸을 살해한 일당을 모조리 죽이려 하죠.억관(이성민 분)은 그를 잡으려는 형사입니다.그는 수진 양 실종사건을 지휘하기도 했던 형사로,상현을 잡아야 하는 처지이나 그의 심경엔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단선적이랄만큼 간결한 이야기이나,그 안엔 온갖 논쟁들이 시퍼런 칼날을 드리우고 있습니다.관객은 두 시간 내내 영화가 던지는 불편하고 고통스런 질문들에 대답해야 합니다.아버지 상현은 묻습니다.자기가 '이 일(살인'을 하지 않으면,아이들은 미성년자라 곧 풀려나게 된다며.그것이 '정의'인지 말이죠.이에 형사'억관'은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한고 말합니다(그는'나라도 사적인 복수를 했을 것'이라는 후배 경찰의 발언에 크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후에 그는 그간 자기 자신의 믿음에 거대한 물음표를 끌어안고 살아왔음을 관객 앞에 고백하며, 자신이 품어온 물음표에 관객들이 대답할 것을 주문합니다.성폭행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아이들 중엔,죄질이 덜하거나 책임 소지가 모호한 학생이 하나 있습니다.연쇄 성폭행 조직 아이들로부터 '찌질이'라 불리는 이 학생,'민기'의 행동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죄이고 잘못인지 묻는 작가의 질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복잡다난한 이야기는 영상보다 문자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죠.한 문장은 수십 가지로 해석될 수 있으나,영상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으니까요.실제로,'상현의 행동은 비난받아야 하는가?','민기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운가?','억관은 선한 인물인가?' 등의 질문이 오가는 동안 영화는 종종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불필요하게 늘어집니다. '글'일 때보다 그 맛도 덜하고요.

'일본 소설'이 '한국 영화'로,국적을 갈아타며 생긴 균열도 그 봉합이 그리 깔끔하지 않습니다.비슷한 소재를 다룬 일본영화 < 고백 > (2010)과 비교해보면,일본 특유의 낮은 채도와 건조함을 영화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잘 보이죠.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한국식'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각색 과정에서의 사소한 결함에도 불구,전 여전히 이 영화를 '좋은 영화'라 부르고 싶습니다.비록 '문장'의 맛을 그대로 베껴오진 못했으나,각색물이 아닌 독립된 영상 예술로서의 영화 < 방황하는 칼날 > 은 원작의 건조함에선 느끼기 어려운 '힘'이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였던 상현이 연쇄살인범이 되어가는 과정은 대단히 정교하고,그의 분노가 내뿜는 일직선의 에너지는 극을 견고하게 지탱합니다.상현·수진 부녀 사건이 억관이라는 견고한 인물에 거대한 균열을 냈다는 것에 전율하는 관객도 있을 것입니다.

'좋은 영화란 영화가 끝나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영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사적 복수가 법률의 적용보다 정의로울 때,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아니,그 정의란 건 무어고,누가 평가할 수 있을까요. < 방황하는 칼날 > 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당신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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