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사구에 한화 격분, "동업자 정신 실종"

입력 2014. 4. 21. 06:08 수정 2014. 4. 2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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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동업자 정신이 없는 것이다".

한화가 격분했다. 한화는 지난 20일 대전 LG전에서 9-8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승리보다 더 큰 화제가 된 것은 정근우의 연속 사구로 발생한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정근우는 이날 6회와 8회 정찬헌으로부터 두 번이나 직구를 왼쪽 어깨죽지를 맞았다. 당사자인 정근우 뿐만 아니라 팀 동료들도 격분했다. 한화 선수들은 "동업자 정신이 없다"고 분노했다.

▲ 사과 제스처만 취했더라면

사건의 시작은 한화가 7-5로 리드한 6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발생했다. LG 구원 정찬헌이 정근우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146km 직구를 던졌다. 그러나 정찬헌의 공은 정근우의 등과 왼쪽 어깨 부근을 정통으로 맞혔다. 맞는 순간 '퍽' 소리가 났고, 정근우는 '악' 소리와 함께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정근우는 한동안 극심한 통증이 밀려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통증이 어느 정도 가자 정근우는 1루로 걸어나갔고, 이 과정에서 정찬헌을 바라봤다. 하지만 정찬헌은 정근우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고, 정근우는 이에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건의 발단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후 정근우의 2루 슬라이딩이 문제시됐지만 결국 정찬헌이 최소한의 사과를 하지 않은 게 오해의 불씨이자 사건의 최초 발단이 돼 벤치 클리어링으로 크게 번졌다. 정찬헌은 빈볼성 투구를 이유로 전일수 주심으로부터 퇴장을 명받았다. 시즌 1호 퇴장.

이날 경기 후 한화의 A선수는 "투수에게 사과를 바란다고 해서 90도로 허리 숙이길 바라는 타자는 없다. 투수의 자존심도 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며 "어느 타자든 몸에 맞으면 기분이 좋을리 없다. 그럴 때 투수가 모자챙이라도 살짝 만지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만 취해도 마음이 풀린다. (맞힌 상대가) 후배라면 손만 들어줘도 된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이 (8회 사구 후 정찬헌이)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모습에 화났다"고 이야기했다. 빈볼을 던질 상황도 아니었기에 타자를 향한 최소한의 사과 제스처가 아쉬웠다.

▲ 노골적인 빈볼, 동업자 정신 상실

한화 선수들이 또 화가 난 것은 노골적인 빈볼 때문이었다. 6회 첫 번째 사구는 정황상 빈볼이 아니었다. 문제는 8회 두 번째 사구. 145~146km 강속구를 두 번 연속 정근우의 몸쪽, 정확히 어깨를 겨냥했다. 초구 몸쪽 공을 피한 정근우가 참았지만 기어이 왼 어깨죽지를 맞자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빈볼은 엉덩이처럼 부상 위험이 없는 곳으로 던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근우의 사구는 코스가 너무 위험했다.

한화의 A선수는 "서로 동업자 정신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 아쉽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B선수는 "빈볼은 경기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던져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어깨 쪽으로 던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선수생명에 위협이 되는 빈볼을 던지는 경우가 있나. 만약 머리라도 맞고 큰 부상을 당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두 번씩이나 그런 공을 던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았던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정근우의 몸에 맞는 공 위치가 머리 쪽에 가까워 위험했다. (빈볼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나오면 안 된다. 이걸 어느 팀이 이해하겠나. 누가 봐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박재홍 해설위원도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지만 선수들끼리 동업자 정신이 있어야 한다. 잘못 맞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평소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유명한 정근우이지만, 이날 경기 후에는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는 "(맞은 부위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번이나 사구를 맞은 몸보다 같은 선수로서 동업자 정신의 실종이 안타까운 듯했다.

waw@osen.co.kr

< 사진 >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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