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대한민국.."깊은 상처가 영혼에 박혔다"

김희정 이지현 문해인 기자 입력 2014. 4. 21. 05:05 수정 2014. 4. 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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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국민들, 집단우울증 확산 우려.."TV시청이라도 자제해야"

[머니투데이 김희정 이지현 문해인기자][[세월호 침몰] 국민들, 집단우울증 확산 우려…"TV시청이라도 자제해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을 출발해 청와대로 향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 검문소 2km 전방에서 경찰과 대치, 길이 막히자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자 옆에서 여경이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TV를 지켜보던 70대 노모는 또 눈물을 흘린다. 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50대 아버지는 일손이 잡히지 않아 멍하니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기 일쑤다. 뒤척이다 겨우 잠을 이룬 20대 여대생은 악몽에 식은 땀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대한민국이 온통 슬픔에 잠겼다. 세월호 침몰 닷새째, 국민들은 그 어떤 재난보다 '나의 일 같은' 이번 사고에 아파하고 있다. 모두 실종자들의 가족이, 친구가 되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절망적인 소식에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

한숨을 쉬고, 고함을 지르고, 머리를 쥐어뜯는다. '눈물의 바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한다. '집단 무기력증' '집단 우울증'이 점점 번져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 잡아야 하지만 충격이 너무 큰 탓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마음병 치유 전문가들은 모두가 깊은 상처를 받은 상황이라 나라 전체가 스트레스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 "내 아이 같아서…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첫 주말을 맞은 국민들은 화창한 봄날에도 바깥 나들이나 여행을 하지 않았다. 생때같은 아이들이 갇혀 있다는 생각에 '우리만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토요일인 지난 19일 입장객수는 2만7703명으로 전주의 3만5457명 대비 크게 줄었다. 일요일인 20일 오후 4시까지 입장객수도 3만2771명으로, 전주 일요일의 3만9148명 대비 감소했다. 잠실롯데월드도 이번 주말 입장객 수가 1일 2만명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4월들어 주말 1일 방문자수는 평균 2만2000명~2만5000명 수준이었지만 이보다 한결 적은 수치다.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닷새째인 2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14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참가자들이 세월호 실종자 무사생환을 위한 기도예배를 드리며 눈물을 떨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외동딸을 키우는 회사원 윤모씨(여·52)는 주말 내내 외출하지 않은 채 집에서 TV만 지켜봤다. 윤씨는 "실종자 부모들과 똑같이 마음이 아프고, 우울하고 힘들다"며 "닷새 동안 정부가 이것저것 다 동원해도 실질적으로 갇힌 아이들에 대해 전혀 손도 못쓰니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아쉬움도 느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원 장모씨(49)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은 아들에게 어른으로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방송을 보면 힘만 빠지는 뉴스뿐이라 당분간 TV를 아예 안 보기로 했다"고 착잡해 했다.

일부 국민들은 이번 사고에 따른 정부 대응에 절망감을 넘어 분노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대중의 분노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대학원생 한모씨(27)는 "자고 일어나면 모두 숨졌다는 소식이 들릴까봐 잠을 자는 게 무섭다"면서 "길거리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괜시리 밉다"고 말했다.

◇ "대형 참사는'영혼'에까지 악영향 준다"

감내하기 어려운 비극적인 사고는 '영혼'에까지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게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생존자들 대부분의 우울·불안 상태가 위험 수준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고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TV를 보며 '감정이입'이 지나칠 경우 심각한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 참사를 많이 겪어 집단적 자의식이 강한 우리 국민들에게 이번 사고는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있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나흘째인 1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사고 관련 속보를 시청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전문의들은 "평소 우울증 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우울감이 심한 사람은 기사 검색이나 방송 시청을 자제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이소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고 이후 우울증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충격을 경험했거나 과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한 사람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으므로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단순한 우울감과 달리 질환으로 분류된다. 기분이 저하되고 무기력해지는 수준에서 벗어나 식욕부진과 불면증, 이유 없는 통증 등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형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사고 방송을 장시간 시청하거나 기사 검색을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상인은 상관 없지만 정신적으로 취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신적 충격이 발생한 후 2주 정도 증상이 계속되면 우울증으로 본다"며 "PTSD의 경우 4주정도 이어지면 질환으로 보는 만큼 2~4주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에 따라 언론, 특히 방송사의 경우 선정적인 장면을 경쟁적으로 방송하는 보도행태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전문의들은 "흰 천으로 덮은 시신을 운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잘못된 정보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정상인의 정신 건강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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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이지현 문해인기자 dont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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