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진도VTS와 교신 내용] "구조되겠나" 말만 되풀이.. 골든타임 놓쳤다

입력 2014. 4. 21. 04:47 수정 2014. 4. 21.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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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VTS와 세월호 '긴박했던 31분'

[서울신문]세월호가 지난 16일 오전 침몰 당시 진도교통관제센터(VTS)의 탈출 권고를 무시한 채 승객을 탈출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도VTS와의 31분간 교신 과정에서 세월호에 "선장이 상황을 판단해 승객을 탈출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졌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지시를 지킨 것은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뿐이었다.

20일 검경합동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진도VTS가 세월호를 처음 호출한 것은 16일 오전 9시 6분. 제주VTS가 세월호의 신고를 받은 8시 55분 이후 약 11분이 지나서였다. 진도VTS는 세 차례나 다급하게 세월호를 호출했다. 9시 7분 세월호가 응답했다. 진도VTS가 "지금 침몰 중이냐"고 묻자 세월호는 "그렇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진도VTS는 둘라에이스와 드레곤에이스 등 인근의 다른 선박에 구조 협조를 부탁했다. 이어 9시 10분쯤 세월호에 상황을 묻자 세월호는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진도VTS가 9시 14분쯤 승객들의 탈출 가능 여부를 묻자 세월호는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9시 17분쯤 진도VTS가 배 상태에 대해 묻자 세월호는 "지금 50도 이상 왼쪽으로 기울어져 좌우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선원들에게는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입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침수 상태를 묻는 질문에 세월호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브리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어 벽을 잡고 겨우 버티고 있다"고 답했다.

상황이 급박한 것을 느낀 진도VTS는 9시 23분쯤 "방송으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토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방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했다. 이어 진도VTS는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꺼운 옷을 입도록 조치하라. 라이프링(구명대)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 빨리"라고 긴박한 무전을 전했다. 하지만 세월호의 대답은 의외였다. 세월호는 "승객이 탈출하면 구조가 바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중국 선박 잉샹호 등이 인근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9시 18분 진도VTS와의 교신에서 둘라에이스호는 "사람이 탈출을 안 하면 배를 나란히 붙이는 작업을 할 수 없다. 최대한 접근 선회하면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9시 25분쯤 진도VTS는 최종 판단을 선장에게 넘겼다. 진도VTS는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이 최종 판단을 하셔서 승객 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려라"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 측은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재차 묻기만 했다. 이미 7분 전부터 국내외 선박 등이 바로 옆에서 구조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다.

진도VTS는 다시 "경비정 10분 이내에, 헬기는 1분 후 도착한다"고 알렸다. 이에 세월호는 "승객이 너무 많아 헬기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선박들의 구조 동참 가능이 확인된 이후 9시 35분쯤 진도VTS는 "탑재된 구명벌과 구명정을 모두 투하시켜 바로 사람이 탈출하면 탈 수 있게 준비 바란다"고 요구했으나 이때부터 교신 감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교신은 9시 38분쯤이었다. 진도VTS가 상태를 묻자 세월호는 "확인 불가하고, 해경과 상선들이 50m 옆에 근접해 있다. 좌현으로 탈출할 사람만 탈출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선체는 이미 60도 이상 기운 상태였다. 이후 세월호와 진도VTS의 교신은 끊겼다. 교신이 끊기고 3분 뒤 승객과 승무원 등 150∼160명은 세월호에서 뛰어내렸다. 결국 선장 이준석(69)씨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을 때 구조가 이뤄질지를 우려만 하다 오히려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진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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