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마피아'가 선박안전 담당.. 고양이에 생선 맡긴격

입력 2014. 4. 21. 03:08 수정 2014. 4. 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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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멈춰버린 안전시계]
한국선급, 세월호 증축 이상무 판정.. 해운조합, 화물과적에도 출항 허가
두 단체 모두 해수부 前관료들 포진

[동아일보]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 관료들이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등 해양 안전 및 운항을 담당하는 민간기관에 진출하면서 형성된 전현직 해양 공무원들의 커넥션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정부에서 선박 검사를 위임받은 한국선급은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많이 가는 대표적인 기관. 1960년 출범한 민간 사단법인이지만 11명의 회장 중 현직 전영기 회장 등 3명을 제외한 8명이 해수부나 그 전신인 해무청, 항만청 출신이다.

올해 2월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구명뗏목 46개 중 44개가 안전하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펴진 구명뗏목은 1개뿐이었다. 한국선급은 해수부가 2008년에 청해진해운의 시설물 점검 업체를 '우수사업장'으로 지정하자 서류점검만 실시해 왔다.

한국선급이 안전감독을 한 세월호의 선미(船尾) 증축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해수부는 17일 브리핑을 자청해 "세월호 선미 증축은 국내법과 국제협약상 적합한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미 증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증축검사에 책임이 있는 한국선급을 해수부가 나서서 변호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선박 운항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해운조합 역시 해수부 관료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자리다. 이곳 역시 현직 주성호 이사장(전 국토교통부 2차관) 등 1962년 이후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이다.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이번에 세월호 이준석 선장(69)이 출항 전 화물 적재량, 선원 및 승객 수 등을 허위로 적어 제출했지만 현장점검 없이 출항을 허가했다.

해수부는 한국선급에 선박검사, 해운조합에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를 위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해운사가 낸 출자금으로 만들어진 조합이다. 한 민간 해양재난 전문가는 "해수부 평직원들도 퇴직 후 이들 단체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해수부 마피아'가 해양 분야의 민간 위임업무를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선박 검사와 안전점검 등을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안전 분야에서만큼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의 임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교수(해양경찰학)는 "사고 상황뿐 아니라 평시에도 안전과 관련된 영역만큼은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관료 대신 안전 문제에 대한 기술과 식견이 있는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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