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거리 '기역자 퍼트', 1년 기다린 미셸 위에게 드디어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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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인오 기자] '1000만불 소녀'. 20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셸 위(25·나이키골프)의 이름 앞에 자동으로 따라붙던 수식어다.
2005년 10월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프로 전향을 선언한 미셸 위를 두고 "곧 데뷔전을 치르는 미셸 위가 연간 1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나이키, 소니 등 국제적인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분위기로만 보면 과한 몸값이 아니었다. 12세 때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 투어 대회에 나섰고, 300야드 가까운 장타에 이미 남자 대회 출전 경험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에는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2005년에도 LPGA 챔피언십에서 2위에 올랐고,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이어갔다.
그러나 2005년 10월 프로 전향 후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2009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0년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을 거뒀지만 팬과 스폰서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2012년에는 23개 대회 중 10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며 기억 속에서 잊혀가는 선수로 전락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미셸 위는 지난해부터 퍼트 자세를 '기역(ㄱ) 자' 모양이 되도록 교정했다. 퍼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몸을 90도 가까이 구부리는 엉성한 자세를 두고 호사가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미셸 위는 참고 또 참았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2010∼2012년까지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30개를 넘어갔지만 지난해 29.88개로 줄었다.
그리고 롯데 챔피언십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20일. 1년을 꾹 참고 기다린 미셸 위의 '기역 자' 퍼트는 3년 8개월 만의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선사했다. 이날 미셸 위는 2m 이상 거리의 버디 퍼트를 6개나 홀에 떨어뜨렸고, 28개의 짠물 퍼팅 수를 기록했다. 17번홀에서 50cm의 짧은 버디 퍼트 실패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2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던 상황이라 미셸 위는 밝은 웃음으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2주 전 나비스코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상승세를 탄 미셸 위는 자신의 고향 하와이에서 우승 샷을 날렸다. 이 정도면 올 시즌 '태풍의 핵'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기량이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은 "미셸 위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난과 부상 후유증 등을 혹독한 연습량으로 극복해냈다. 샷과 멘탈 모두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더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미셸 위는 2010년 캐나다여자오픈 이후 80번째 대회 출전에서 부진을 씻어내는 우승 축포를 쏘아 올렸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깃든 고향에서의 첫 우승이라 기쁨은 두 배다. 1000만달러의 가치는 프로 전향 10년 차인 올해부터 발휘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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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오 (inoblu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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