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슬픔에 잠긴 축구장,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풋볼리스트 2014. 4.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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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울산] 한준 기자= "부디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프로축구 경기의 관중석에 등장한 이 플래카드는, 이날만큼은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기고 어두운 물 속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그리고 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였다.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로 프로축구 현장도 슬픔에 잠겼다. 19일 토요일 오후 울산현대와 수원삼성이 격돌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9라운드 경기가 열린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는 관중의 함성보다 선수들의 외침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관중수가 적었기 때문은 아니다. 이날 양 팀 서포터즈는 응원가 및 구호를 외치지 않았고, 대신 특별한 현수막과 플래카드로 90분 동안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뜻을 보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국가적 재난 속에 프로축구 경기의 이벤트 및 응원 축소, 자제를 권고했다. 단지 연맹의 권고 때문에 경기장이 조용했던 것은 아니다. 울산현대의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평소 응원 문구를 내걸던 위치에 "세월호 침몰사고 탑승자드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는 문구를 쓴 대형 현수막을 경기 내내 걸었다.

멀리 수원에서 찾아온 수원삼성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 역시 "부디 포기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를 골문 뒤에 내걸었고,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 내내 서포터즈들이 의자에서 일어나 직접 "진도 선박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쓴 플래 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평소 열정적인 서포팅, 다양한 응원가 레퍼토리로 명성이 높은 두 팀의 서포터즈는 이날만큼은 긴박한 경기 상황에 본능적으로 터져 나오는 탄성 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4월 19일 늦봄 날씨라기엔 많이 쌀쌀한 날씨였다. 슬픔에 잠긴 관중석, 얼어 붙은 공기 속에도 선수단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전을 펼쳤다. 흐르는 공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달린 양 팀 선수들은 불굴의 정신이 진도 해상에 전하려는 듯 최선을 다해 뛰었다.

수원은 정대세와 정성룡은 최근 부진 논란과 시련을 딛고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두 골 차로 끌려가던 울산은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다.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4골이 터졌지만 세리머니는 없었다.묵묵히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전력을 다해 뛰었다. 축구장의 울림이 세월호에도 닿기를 바란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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