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 "어떤 식으로든 함께하고 싶었다."

조회수 2014. 5. 2. 10: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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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류현진이 시즌 3승을 거둔 18일 샌프란시스코전. 다저스 해설자 빈 스컬리는 중계 도중 "류현진이 고국을 위해 던지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에서 여객선이 침몰하는 재앙이 일어났다. 탑승객의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으며, 류현진은 자신의 라커에 여객선 이름과 침몰 날짜를 적힌 문구를 붙여 애도를 표했다."고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의미가 담긴 경기였고, 류현진은 남다른 각오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류현진의 등판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 발생한 참사. 먹먹함이 있었습니다. 울분도 터트렸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는 것.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야구 선수 류현진이 할 수 있는 최선. 그것을 지난 18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바로 다음날 경기장에서 만난 마틴김과 류현진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틴 김은 "류현진이 스마트폰을 통해 계속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며 "(류)현진이가 정말 많이 안타까워하고 있고, 어떻게든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과 고통을 함께하고, 힘이 되고 싶어한다."고 전했습니다. 마틴 김은 류현진의 통역 역할만을 하지 않습니다. 희로애락이 있는 일상을 함께 하고, 류현진이 고민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소식에 류현진이 고민을 나눈 사람도 바로 마틴 김이었습니다.

[류현진과 마틴 김이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틴 김은 "류현진이 애도의 표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조심스럽게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세월호 침몰이 한국 시각으로 16일에 발생한 게 맞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류현진은 SNS를 통해 '모두들 무사히 가족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힘내세요. Remembering the SEWOL disaster...' 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고, 류현진의 라커에 세월호의 이름과 사고 일을 뜻하는 'SEWOL4.16.14'를 붙였습니다.

류현진은 원래 이 문구를 모자에 새기고 등판하려고 했으나 메이저리그 규정상 모자에 글씨를 새기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라커에 대신 붙인 것입니다. 어떻게든 고통을 함께 나누고 힘이 되어 주고 싶다던 류현진은 '진심 담은 애도', '최선 다한 경기', '실질적인 도움(1억 기부)'을 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류현진에게 샌프란시스코전은 3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2이닝 8실점이라는 최악의 투구로 시즌 첫 패배를 맛봤던 팀을 상대로 설욕전을 펼치는 것.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대의 라이벌전에서 2연패에 빠졌던 팀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 그리고 국민들에게 작은 힘을 보내는 것.

1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맞대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한 류현진은 투구 수 112개, 7이닝 4피안타 무실점, 평균자책점을 1.93까지 낮추며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고, 위 3가지 의미를 모두 충족시켰습니다.

6회까지 투구 수 97개를 찍었지만 7회도 마운드에 올랐던 류현진은 마음이 무거웠고, 비장했습니다. 마지막까지 투구 하나하나에 신중함을 기했고, 슬픔과 절망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는 투구를 선보였습니다. 류현진은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게 야구 선수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USA투데이에서도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 원정 싹쓸이 패를 당하지 않게 했다는 설명과 함께 4월 16일 고국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에 애도의 뜻을 담은 문구를 라커룸에 붙여 놓았고, 비장한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음을 알렸습니다.

이 신문에서는 류현진의 말을 인용해 "국민이 매우 큰 상심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경기에서 잘 던지고 승리할 수 있다면 국민들에게 약간의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습니다.

호투를 펼치고 있음에도 평소와는 달리 웃음이 많지 않았던 이 날, 류현진에게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왔습니다.

첫 번째 웃음은 푸이그가 선사했습니다. 2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던 류현진은 고개를 숙인 채 미소를 지었는데, 바로 서커스 캐치를 선보인 푸이그 때문입니다.

2회말 1사에서 브랜든 벨트에게 안타를 내주고, 브랜든 힉스를 상대한 류현진은 82마일 체인지업으로 높은 뜬 타구를 유도했습니다. 아주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 타구에 푸이그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는 바람에 타구를 놓치게 되었고, 재빨리 공을 주워 2루에 송구해 1루 주자 벨트를 아웃 시켰습니다.

이런 어이없는 실책에 유리베와 함께 실소를 터트렸는데, 곧바로 이어진 푸이그의 명품 수비에 다시 한 번 웃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키를 넘어가는 그레고르 블랑코의 타구를 뒤로 돌아 잡아낸 것입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를 '서커스 캐치'라며 환상적인 수비라며 바로 직전에 일어난 어이없는 실수를 만회하게 되었습니다.

수비 하나로 류현진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고, 웃게 했던 푸이그는 더그아웃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유리베에게 다가가 어떻게 그런 수비를 하게 되었는지 장황하게 설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유리베는 푸이그의 말이 들어오지 않는지 자기 할 일에만 집중.

류현진이 푸이그에게 "수비 좋았다."고 말하자 자신감 충만한 표정으로 화답합니다.

급기야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류현진은 푸이그와 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류현진의 가슴을 들었다 놨다 한 2회 수비에 관한 이야기를 말입니다.

이날 류현진이 웃은 두 번째 웃음은 코치와 감독이 보내준 칭찬과 농담 덕이었습니다.

7회까지 무실점 완벽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류현진에게 허니컷 투수 코치와 매팅리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허니컷 투수 코치는 "더 던질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약간의 진심이 섞인 농담을 던졌습니다. 이에 류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에이~ 아니에요."라며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류현진의 모습에 매팅리 감독도 허니컷 투수 코치도 류현진도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습니다.

류현진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힘들 때 곁에 동료가 있고,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류현진에게는 유리베, 마틴 김이 그런 존재이듯 국민에게 본인의 경기가 그런 존재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력투구를 했고, 승리라는 값진 기쁨을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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