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랑하는 예쁜 남자, 질투나더라고요"

입력 2014. 4. 18. 08:27 수정 2014. 4. 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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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정환 기자]

▲ < 엠 버터플라이 >

에서 헬가를 연기하는 정수영

ⓒ 연극열전

연극 < 엠 버터플라이 > 에는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인 릴링에게 남편 르네를 빼앗기는 비운의 아내 헬가가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여자 같지만, 르네가 왜 릴링에게 마음을 빼앗기는가를 대비효과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다.

알고 보연 정수영은 탤런트 출신 연극배우다. 1990년대 SBS 공채 출신인 그는 왜 드라마에서 시청자를 만나기보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걸 사랑하는 걸까? 연극을 하라는 아버지의 권유가 연기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는 정수영의 사연이 궁금하지 않은가.

- 헬가는 자기만 아는 여자다. 그래서 남편 르네가 아내에게 정 붙이지 못하고 릴링에게 마음을 빼앗긴 게 아닐까.

"남편 르네가 마음을 빼앗기는 릴링과는 반대되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내 헬가에게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릴링을 통해서는 만족된다. 나중에 헬가는 남편이 릴링과 외도한 사실을 모두 알게 된다. 그럼에도 헬가는 르네를 몰아붙이지 않고 속으로 삭힌다.

릴링은 굳이 남편 르네가 아니라도 우아한 삶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여자다. 헬가가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르네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릴링과의 외도를 넘어가지 않았을 거다. 헬가는 아기를 갖고 싶어서 남편 르네에게 산부인과에 가자는 제의를 한다. 이 장면은 헬가가 어떻게든 르네를 옆에 두고 싶어 한다는 걸 보여준다."

- 릴링은 남자지만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다.

"여학생 시절만 되돌아보아도, 같은 성의 연예인이지만 너무나도 좋아했던 경험은 누구나 다 갖고 있지 않은가. 남성 관객이 릴링을 보아도 순간적으로 빠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릴링을 연기하는) 김다현을 보면 가끔 질투가 난다.(웃음) 또 다른 릴링인 전성우는 어린 마스크가 작품에서는 콤플렉스라고 느꼈는지 근육이라도 보여주기 위해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다."

"남편 역 이석준과의 호흡, '그냥 같이 살지' 할 정도"

< 엠 버터플라이 > 에서 헬가를 연기하는 정수영. 오른쪽은 남편 르네를 연기하는 이석준.

ⓒ 연극열전

- 연극계에서는 '대학로의 최불암-김혜자'로 불릴 정도로 이석준(르네 역)씨와 많은 호흡을 나누었다.

"이석준씨의 팬들이 붙인 수식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대에서 커플 역할을 많이 하니까 진짜 커플인 줄로 착각하는 관객도 있었다. < 이석준의 이야기쇼 > 에 저를 초대하려고는 하지만 그동안의 많은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 고사하고 있다.(웃음)

서로 많이 공연하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보아도 이런 리액션을 바라는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극 중 남편인 이승주씨와 연기할 때 공연 후기에 '저 부부는 이혼하겠네'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다가 이석준씨와 호흡을 맞출 때에는 '그냥 같이 살지?' 하는 반응이 나온다.(웃음)

이석준씨는 제게 '연출가가 백 가지 연기 주문을 하면 백 가지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학로에 너밖에 없을 거야' 하는 이야기를 한다. 배우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집이 있다. 그런데 연출가에게 '이건 죽어도 포기 못해요'하는 연기의 고집은 없다고 한다. 배우의 주장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연출가가 바라는 연기를 제가 맞춰준다고 이석준씨는 이야기해 준다."

- 자신의 연기를 주장하기 보다는 연출가 혹은 상대 배우와의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게 보인다.

"누군가가 제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제가 부각되고, 각인되는 배우보다는 배우들이 저를 보고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라는 평을 듣고 싶다. 여러 차례 연기를 해도 무언가 호흡이 안 맞는 배우가 있다. 반면에 그 어떤 누구라도 '상대 배우가 정수영씨'라고 할 때 쾌재를 부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엠 버터플라이 > 에서 헬가를 연기하는 정수영. 오른쪽은 남편 르네를 연기하는 이석준.

ⓒ 연극열전

- 연기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 있다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면 첫 작품인 < 신의 아그네스 > 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SBS 1기 탤런트를 했다. 당시 윤호진 교수님이 제가 수업하는 태도를 한 두 번 보더니 연극하자는 제의를 했다. 방송만 하다가 연극으로 캐스팅이 되었을 때 '내가 과연 연극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당시 < 신의 아그네스 > 는 손숙, 박정자 선생님과 같이 하는 공연이었다. < 신의 아그네스 > 를 하며 연기 인생이 바뀐 것 같다. 그 때 연극을 하지 않았다면 드라마에서 주연이 아닌 주인공 친구 역할을 하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 그 후로 방송가에는 왜 얼굴을 보이지 않았나.

"당시 탤런트는 월급을 받고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었다. < 신의 아그네스 > 를 하느라고 섭외가 들어온 드라마를 포기하고 연극에만 올인했다. 이런 저를 보고 당시 방송국에서는 '우리 월급을 받으면서 왜 다른 데(공연)에서 일하느냐' 하는 시각으로 보았다.

아버지가 연극을 좋아하셨다. 고등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이었을 때에는 연극반을 만들어서 전국 청소년연극제에 연극을 출품할 정도였다. 당시 방송과 공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제게 아버지가 연극을 하라고 권유하셨다.

드라마를 그만 둔 게 10년이 되어간다. 영화 작업도 해보았지만 여배우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에로물이나 베드신을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 류의 영화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오래 연기하고 싶어서 그런 작품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거절했다. 연극배우도 드라마를 찍는 탤런트나 영화배우처럼 경제적으로 보장 받았으면 하는 정도의 아쉬움은 있지만, 방송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집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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