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락커에 '세월호' 추모문구 걸고 시즌 3승

입력 2014. 4. 18. 08:15 수정 2014. 4. 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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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류현진이 원정경기 26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시즌 3승째를 챙겼다.

LA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T & T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지난 5일 2이닝 8실점의 악몽을 안겼던 샌프란시스코에게 멋지게 설욕한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도 2.57에서 1.93으로 더욱 낮췄다. 2-1로 승리한 다저스는 10승6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비장했던 류현진,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범가너에게 완승

메이저리그는 규정상 선수가 유니폼이나 모자에 개인적, 정치적인 문구를 적은 채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자신의 클럽하우스 락커에 'SEWOL 4.16.14'라는 문구를 적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 LA다저스 트위터

류현진의 등판을 이틀 앞둔 16일, 고국에서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역만리에서 소식을 전해 들은 류현진도 SNS를 통해 '모두들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힘내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시즌 2승을 올린 류현진은 지난 5일 자신에게 시즌 첫 패를 안긴 샌프란시스코를 원정 낮경기에서 다시 만났다. 게다가 전날 사구를 맞은 헨리 라미레즈마저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등 류현진으로서는 여러가지로 불리한 상황에서의 등판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류현진이 제구력이 좋다는 걸 알고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펼친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류현진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해서 도망가는 투구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류현진이 아니다.

류현진은 1회 '천적' 헌터 펜스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하며 1사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파블로 산도발을 유격수 땅볼, 버스터 포지를 중견수플라이로 잡아내며 무난하게 1회를 넘겼다.

류현진의 첫 도우미는 중심타자가 아닌 8번으로 나선 포수 팀 페데로위츠였다. 다저스는 2회초 2사 후 스캇 밴 슬라이크의 볼넷과 후안 유리베의 내야안타로 만든 2사 1,2루 기회에서 페데로위츠의 중전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2회말 수비에서는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가 황당한 플레이로 류현진을 당황케 했다. 푸이그는 1사 1루 상황에서 브랜든 힉스의 평범한 타구를 놓쳐 큰 위기를 만들 뻔 했다가 이어진 그레고 블랑코의 2루타성 타구는 어렵게 잡아내며 스스로 위기를 넘겼다(푸이그는 공교롭게도 이어진 3회초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터트렸다).

류현진은 3회말에도 2사 후 펜스에게 내야 안타를 맞았지만 산도발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다저스 역시 4회초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류현진과 디 고든이 연속 삼진을 당하며 추가점의 기회를 날렸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범가너와의 기싸움에서도 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4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브랜든 벨트와 힉스를 연속삼진으로 잡아냈다. 범가너가 4회초 연속삼진으로 위기를 탈출한 것과 유사한 장면이었다.

다저스는 5회초 공격에서 제이슨 터너의 2루타와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범가너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류현진은 5회에도 1사 후 대타 에이르 아드리안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호아킨 아리아스와 펜스를 각각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었다.

류현진은 6회에도 2사 후 마이클 모스에게 큰 타구를 맞았지만 맷 켐프의 호수비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의 3,4,5번을 상대로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시즌 3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완성했다.

6회까지 96개의 공을 던졌지만 류현진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틀 연속 한 점차 승부를 벌이며 지친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류현진은 7회에도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삼자범퇴로 이날의 투구를 마무리했다.

다저스는 8회부터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브라이언 윌슨을 투입했다. 윌슨은 선두타자 아드리안자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들을 잘 처리하면서 위기를 넘겼고 마무리 켄리 젠슨이 9회를 1실점으로 막으며 경기를 끝냈다.

락커에 세월호 위로 문구 남기고 7이닝 무실점 역투

메이저리그는 규정상 선수가 유니폼이나 모자에 개인적, 정치적인 문구를 적은 채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자신의 클럽하우스 락커에 'SEWOL 4.16.14'라는 문구를 적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호투를 통해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겠다는 의지를 대신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자신의 다짐을 마운드에서 그대로 실천했다. 류현진은 불과 2주 전 자신에게 빅리그 인생 최악의 굴욕을 안겼던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멋진 설욕전을 펼쳤다. 시즌 3승과 낮경기 약점 극복, 원정경기 26이닝 무실점 행진은 덤이었다.

사실 류현진은 이날 애리조나전처럼 압도적인 투구를 하진 못했다. 주심의 좁은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특유의 코너워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5회까지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펜스에게도 2안타를 맞으며 지긋지긋한 천적관계도 끊지 못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첫 만남 때와는 달리 류현진을 상대로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류현진이 이날 시즌 4번째 무실점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선두타자와의 승부였다.

류현진은 4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허용하면서도 7회까지 단 한 번도 선두타자 출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닝의 첫 타자를 막아내면 당연히 실점확률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류현진은 올 시즌 4번의 원정경기(호주개막전 포함)에서 26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시즌 '홈 경기의 사나이'(7승4패 2.32)로 이름을 날렸던 류현진이 올 시즌엔 '원정 경기의 사나이'로 명성을 드높일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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