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강모씨 인터뷰 "퇴선명령 없는 긴박 상황..여직원이 판단해 대피 방송"

진도 | 권순재·정대연 기자 2014. 4. 1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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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45~60도 기울었는데도 구명조끼 입으라는 지시만.. 승객 대피시키다 정신 잃어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선장이 승객의 안전과 보호의무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승무원의 증언으로 처음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승무원 강모씨(32)는 1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6일 침몰사고 당시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 것과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안내방송을 했지만 빠져나올 때까지 '퇴선명령'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세월호 선내 3층 중앙안내소에서 안내 업무를 하는 '안내소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강씨는 사고 당시 세 차례 안내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안내방송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했지만 나머지 두 번은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가 기울고 있는 상황이라 잘못 움직이다 넘어지면 골절상 등을 입을 수 있다는 기초안전교육 내용이 기억나 오전 9시쯤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강씨는 오전 9시10분쯤 자신이 일하는 안내소 상급자 ㄱ씨가 조타실로부터 무전을 받았다며 안내방송을 지시해 다시 승객들에게 '제자리에 있어달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다시 오전 9시30분쯤 조타실의 무전을 받은 ㄱ씨의 지시에 따라 승객들 모두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한 차례 더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세월호는 45~60도가량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그는 기억했다.

강씨는 그러나 "배에 물이 차 갑자기 빠져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타실이나 상급자로부터) 퇴선명령은 받지 못했다"면서 "퇴선명령은 최종적으로 선장이 하는 게 맞는데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보니 승객들 안내 업무를 맡았던 박지영씨(22·사망)가 스스로 판단해 '뛰어내려라'라는 안내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자신의 탈출 과정에 대해 "배에 물이 가득 차는 것을 보고 승객들을 후미 우현 쪽 문으로 대피시켰는데 급격히 불어난 물에 휩쓸려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 채 바다에 빠지고 기억을 잃었다"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조정 위에서 인공호흡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번 사고로 폐부종 증세를 보여 진도한국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사고 선박 회사인 청해진해운에서 1년 넘게 근무하고 있었다.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혼자 탈출했다는 의혹은 또 다른 승무원들의 진술에서도 나오고 있다. 생존한 기관원 박모씨는 해경 조사에서 기관장의 탈출 지시에 따라 기관실에서 올라온 뒤 탈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는 순간 선장을 비롯한 일부 승무원들은 배에서 나와 오전 9시50분쯤 첫 구조선을 타고 세월호를 탈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목포해경은 17일 이모 세월호 선장을 소환해 갑자기 항로를 변경한 이유와 과적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경은 또 이 선장을 상대로 조기 탈출 의혹, 승객 대피 조치의 적절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해경은 조사결과 혐의가 드러날 경우 이 선장 등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선장 이씨가 첫 구조선에 탔는지는 수사 중"이라면서 "또 이씨가 위급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승객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선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진도 | 권순재·정대연 기자 sjkw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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