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증언-수사 통해 드러나는 침몰원인 전문가 분석

입력 2014. 4. 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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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① 이례적 삼각 우회.. 무리한 變針 가능성평소엔 완만한 곡선 선회선체 복원력 떨어진 상태서 급작스레 방향 튼 후 표류
[동아일보]
해양수산부가 17일 공개한 세월호의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선박자동식별장치)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15일 오후 9시 인천항을 출발해 정상 항로를 따라 동남쪽으로 향하던 중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항로를 갑자기 남서쪽으로 틀었다. 평소처럼 완만한 곡선형으로 선회를 한 것이 아니라 각도가 급한 삼각형 형태로 우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박의 급선회는 매우 이례적이며 선박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배는 삼각형 모양의 급박한 항로 변경을 하지 않는다”며 “세월호에 문제가 생긴 시점이 이 같은 급작스러운 우회 시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도 “이번 사고의 원인은 선체 복원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급격히 방향을 튼 ‘변침(變針·배가 진로를 바꾸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급선회를 한 뒤 세월호는 100m가량 남서쪽으로 더 이동한 뒤 오전 8시 52분부터 1시간 정도 북쪽으로 표류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는 사고 초기 “선박이 지그재그로 운항했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처럼 좌우 방향 전환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② 속도 높이려 부력조절 탱크 물뺐나

선체 한바퀴 돌며 균형 잃어… 항해시간 단축하기 위해 배 가볍게 만들었을 가능성

조선해양공학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균형을 잃은 이유로 항해시간을 무리하게 단축시키기 위해 세월호의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에 저장된 물을 배출했다가 배가 가벼워져 안정성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밸러스트 탱크란 배의 부력을 조절하기 위한 평형수(수평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물) 탱크를 말한다. 탱크에 평형수를 채우면 배가 무거워지고 부력이 줄어들어 바다에 깊이 잠긴다. 안정적인 대신 속도가 느려진다. 반대로 탱크에서 평형수를 배출하면 배가 가벼워지고 부력이 커져 바다에 얕게 잠겨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이같이 탱크 내 물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선장은 배의 속도, 안정성, 연료효율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과정과 침몰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 탱크 안에 물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상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보통 선박이 침몰하면 똑바로 떠 있는 상태에서 후미부터 침몰한다”고 설명했다. 선박 뒷부분에는 보일러실과 기관실 등이 있어 무게가 무거운 장치와 기기가 많기 때문이다.

사고 당일 세월호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운항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항적을 분석한 결과 사고가 일어난 16일 세월호의 평균 속도는 20노트. 닷새 전인 11일의 평균 속도 17노트보다 3노트가 더 빨랐다. 사고 직후 이준석 선장(69)이 안개 때문에 출항이 지연되자 무리하게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 항속을 높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사실로 드러났다.

세월호가 물살이 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를 통과하다 차량, 컨테이너 등 선적한 화물을 제대로 묶지 않아 중심을 잃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당시 선박이 ‘꽝’ 소리를 냈다는 생존자 증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꽝’ 소리는 화물이 중심을 잃고 선체와 충돌하면서 날 수 있다. 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방향을 급히 바꾸다 심하게 기울어졌고 선적된 컨테이너와 승용차가 쏟아지며 무게중심을 더 흔들어버렸다는 분석이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도착하기 전 군산 앞바다를 지날 때도 배 안에서 ‘꽝’ 소리를 들었다는 생존자의 진술도 나왔다. 여러 명의 생존자가 “소리가 나고 바로 뒤에 배가 조금 기울었다”고 말했다. 군산 인근 해역에는 진도 해역처럼 급류가 센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미 1차로 화물 하중이 한 곳으로 쏠린 상태에서 2차로 진도 앞바다에서 무게중심이 더욱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복원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컨테이너나 자동차 같은 화물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다면 (급격한 방향 전환 중) 배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력을 잃을 만큼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일본배 2차례 시설확장… 828t 늘어 객실 정원 117명 늘어나 배 중심 높아져 균형력 저하… 해수부 “법 기준 따라 개조”세월호가 건조 후 두 차례 시설을 개조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여객선의 무게중심을 높여 선박 침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을 때 용적(화물을 실을 수 있는 부피)을 나타내는 총톤수가 5997t이었으나 한 달 뒤 589t 늘어난 6586t으로 개조됐던 것으로 일본 국토교통성이 확인했다. 세월호는 이후 일본 가고시마와 오키나와를 18년간 운항한 뒤 2012년 10월 한국 청해진해운에 매각됐다. 청해진해운은 배를 도입한 직후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남 목포에서 객실 증설 공사를 진행해 총톤수를 6825t으로 늘렸다. 건조 직후에 비해 828t이나 총톤수가 늘어난 것이다. 객실 정원도 일본에서 운항 때의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었다.

하세가와 가즈히코(長谷川和彦) 오사카대 교수(선박해양공학)는 “선박 개조로 배의 중심이 높아져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 전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개조할 때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세월호는 2012년 10월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입돼 한국선급 주관하에 후미에 선실을 늘리는 개조 작업을 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황의선 해수부 해사산업기술과장은 “선박안전법 기준에 따른 복원성 시험을 모두 거쳐 문제가 없는 개조였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박재명 기자

도쿄=배극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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