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침몰][종합3보]'대참사 이틀째' 사망 18명, 실종 278명

송창헌 2014. 4. 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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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함정 170여 척 잠수부 510여 명 투입사고 원인 집중수사…'급격한 회전' 등 주목초기 대응 부실 도마 위, 실종자 가족 분노

【진도=뉴시스】송창헌 기자 =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로 치닫고 있는 초대형 여객선 '세월(SEWOL)'호 침몰 사건에 대한 수색작업이 이틀째 이어졌으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로 추가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해경의 집중 수사가 진행되면서 침몰 원인에 대한 다양한 학술적, 경험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허술한 초기 대응에 대한 분노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도 극에 달하고 있다.

◇사망자 18명…일부 혼선

참사 이틀째인 17일 오후 11시30분까지 12구의 시신이 추가 인양되면서 세월호 사망자는 모두 18명으로 늘었다.

유전가 검사 등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승무원 박지영(22·여)씨와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권오천·임경빈(이상 17)군과 인솔교사 최혜정(25·여) 씨 등 모두 5명이다. 나머지 사망자는 같은 학교 박성빈(17·여)·이다운(17) 학생, 단원고 교사 남윤철(36)씨, 행사요원 김기웅(28)씨 등으로 추정되며, 9명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중대본과 해경은 일부 실종자 가족의 이의제기로 사망자들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 중이다. 사망자가 부쩍 늘면서 실종자는 278명으로 줄었고 구조된 선원과 승객은 179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외국인 탑승자들의 신원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필리핀 국적 카브라스 알렉산드리아(40·여)와 마니오 에마누엘(45)을 비롯해 러시아인 학생 세르코프(18), 조선족 한금희·이도남씨 등의 신원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필리핀 국적자 2명은 무사히 구조됐고 나머지 3명은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수색작업 난항 거듭

해경은 함정 171척과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등 가용인력 512명과 장비를 총동원해 수색작업과 함께 선체진입 작전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수중수색 잠수부 해난구조대(SSU) 요원과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요원 등 214명이 포함됐다. 선체 진입용 로봇도 투입됐다.

그러나 강한 비바람에 높은 파고로 선체 진입 자체가 어려움을 겪어 한때 수색을 중단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이날부터 선체에 산소를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장비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오전 7시, 낮 12시30분으로 예정됐던 산소공급 작업을 오후 6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후에는 선체 진입 작전에 투입됐던 잠수요원 3명이 파도에 휩쓸렸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앞서 해경과 해군 등은 16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실종자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선체진입 작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시야가 흐린 데다 물살까지 강해 진입 자체가 어려워 실종자의 생존 여부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해경, 선장 등 소환 조사

해경수사본부는 전날 밤 10시부터 선장 이모(60)씨와 승선원 등 핵심 관계자 11명을 차례로 소환해 이날 오전 2~3시까지 강도높은 조사를 벌인 데 이어 이날 오전 이씨를 다시 소환해 사고 경위와 선(先) 탈출 논란, 자동항법장치 사용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첫 소환에서 "어떤 이유로 배에 침수가 발생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이씨는 이날 '유족과 승객들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 면목없다"고 짤막히 답했다.

◇'급선회+화물 쏠림'이 직접적 원인(?)

해양·조선 전문가들은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변침(變針·선박이 진행하는 방향을 트는 것) 구간에서의 운항 미숙과 이로 인한 적재 화물의 쏠림을 지목했다. 해경수사본부 역시 세월호가 뱃머리를 돌리다가 선박 내 적자한 화물이 한 쪽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잃고 침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승객들의 진술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임긍수 목포해양대 해상운송시스템학과 교수는 "변침으로 인한 적재화물의 이동이 침수의 원인일 수 있다"며 "특히 적재화물이 고정돼 있지 않았다면 물의 유입을 촉진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선박모니터링시스템(AIS)에도 세월호가 신고 접수보다 4분 빠른 16일 오전 8시48분에 갑자기 급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전문가와 선박 관계자들은 졸음 운전과 불법 증축에 선체 불균형, 암초 충돌에 따른 좌초, 선박 내부 폭발, 선체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권고 항로 무시했나?

세월호는 사고 초기부터 항로를 이탈해 운행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배가 좌초되기 전까지 지그재그로 운항했다는 구조자의 진술이 이어진 탓이다. 해경은 해양교통관제센터(VTS) 데이터를 근거로 세월호가 '권고 항로'를 벗어나 운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명석 해경청 장비기술국장은 긴급브리핑에서 "해수부에서 권고하는 항로와 약간 다른 경로로 간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 항로로 갔거나 (정해진) 항로를 이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평상시에 이용하던 항로를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세월호가 평시 여객선이 통상 이용하는 항로와는 다소 다른 항로를 이용해왔다는 얘기로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예고된 인재(人災)인 셈이다.

◇잘못된 선내방송 "피해 키웠다"

침몰 직전 선내 방송에서는 "대피하지 말라. 객실이 안전하다"는 멘트가 반복됐다. 이에 따라 승객 상당수는 이를 믿고 선실 안에서 대기하다 갑자기 밀려든 바닷물에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실종자 학부모는 "탑승객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손쉽게 대피하기 위해서는 선상에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객실이 더 안전하다고 유도하는 선내 방송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전문가들은 선박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박 맨 위 갑판 즉 유보 갑판에 승객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것은 사고 대응 메뉴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상이 양호하고 구조도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진 상황에서 야기된 세월호의 대참사는 승무원 등의 오판도 부추겼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조된 학생들 '외상후 스트레스'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조된 경기 안산 단원고 일부 학생들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경련, 불면증 등을 호소하는 등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된 학생의 아버지 김모(54)씨는 "딸(17)이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김양은 전날 오전 9시5분께 침몰 직전 세월호 안에서 엄마에게 전화해 "배가 기울고 있어. 살려줘"라고 통화한 뒤 연락이 끊겼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고대 안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학생의 친척 박모(46)씨는 "조카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 수면제를 처방받고서야 겨우 잠들었다"며 "새벽엔 갑자기 경련증세를 보여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입원한 학생 일부는 식사를 하다 울먹이거나 실종된 친구들을 계속 찾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병원 의료진은 전했다.

◇"살아있다는데…" 극에 달한 분노

침몰 이틀째, 일부 성과에도 불구 전반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 작업에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오전 5시께 진도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와 진도군, 해경관계자들에게 "여기 앉아서 뭐하고 있냐. 나가서 우리 아이들을 구조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족들은 해수부, 해경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몸싸움은 10여분간 이어졌다.

16일 밤과 이날 새벽 사이에는 실종자들과 문자 메시지나 SNS를 통해 연락이 닿았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해경 관계자들에게 '즉각 구조 작업을 재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딘 대응에 불만을 품은 실종자 가족들은 체육관에 위로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둘러싸고 물병을 던지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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